성명논평

여성건강[성명] 경찰의 반인권적 '임신중절 여성 색출 수사'를 규탄한다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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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반인권적 ‘임신중절 여성 색출 수사’를 규탄한다

 

 

 

모 지역 경찰이 '낙태죄를 범한' 여성을 색출하고자 특정 산부인과를 이용한 다수 여성들에게 공문서 및 전화로 '업무상 촉탁 낙태죄' 참고인 조사 출석을 요구하고 ‘낙태’ 사실을 취조하는 등 반인권적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

 

12월 19일 본 단체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경찰은 우편물 확인 후 ‘출산한 지 얼마 안 됐고 신생아가 있어 못 간다’고 전화한 여성에게도 계속 문자나 전화로 재차 출석을 요구하고, ‘개인정보는 어디서 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경찰서에) 나오면 얘기해 주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조사에 임한 여성들에게 ‘낙태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한 제보자는 “임신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 됐고 결국 사산하여 치료받았다”는 사실을 진술해야 했다. 이러한 조사 방식에 대해 항의하는 여성들에게 경찰은 ‘다른 분들은 다 이해를 하시더라’, ‘민원이 들어와서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 조사 과정이다’라고 답했다. 한 제보자가 경찰서에 출두하여 목격한 바로는 담당형사가 갖고 있던서류의 맨 앞장에만20여 건이 넘는 개인정보 명단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들은 “동네에 산부인과 병원이 하나밖에 없는데 이러면 어느 여자가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겠나”, “남편이 우편물을 보고 나서 계속 (임신중절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도 의심하고 있다. 가정에 불화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수치스럽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잠이 안 온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저는 (본 수사 건에) 해당이 안 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운 여자들이면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염려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뜨겁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낙태죄로 여성을 처벌하는 데에 이렇게까지 열을 올리는 경찰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절이 불법화됨으로 인해 어떠한 사회적 지원도 없이 홀로 불법수술을 감당해야 하는 인권침해 상황에 처해 있다. 작년 임신중절 합법화를 요구하는 23만 명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청와대는 ‘처벌 강화 위주의 정책으로 임신중절이 음성화되어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는 지금까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언제까지 여성들의 사회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방기할 것인가? 그런데 지금 ‘낙태죄’ 사건을 수사한다고 지역 내 산부인과를 이용한 불특정 여성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출석을 요구하고 '낙태'를 했냐고 취조하는 게 경찰이 할 일이란 말인가?

 

현행법이 놓인 현실적‧사회적 맥락과 의미에 대한 고려 없이 이러한 색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법이,경찰이,국가가 여성들의 삶을 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미 사각자대에 놓인 여성들을 더 궁지로 몰고 그나마 유지되던 일상마저 해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는 깊이 분노한다.

 

이에, 우리는 경찰의 반인권적 임신중절 여성 색출 수사를 규탄하며 요구한다.

 

 

▶ 경찰은 개인 의료정보 수집을 통한 반인권적 ‘임신중절 여성 색출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

▶ 경찰청은 여성에 대한 반인권적 수사 실태를 파악하고, 당장 시정하라!

 

 

2018년 12월 20일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