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노동[공개의견서]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에 대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노동부는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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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해소 종합 대책 수립하고 내부 성차별을 점검하라

◯ 일시 : 2021. 3. 15 (월) 오전 11시

◯ 장소 : 동아제약 본사 앞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 64)

◯ 사회 : 정슬아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

◯ 진행순서

❚연대발언     홍시내 |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차장, 공인노무사

                    여 름 | 서울여성노동자회 교육팀장

                  김유리 |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장혜영 | 정의당 국회의원

❚당사자 발언 |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피해당사자 (발언문 대독)

❚공동행동 공개의견서 낭독

❚동아제약 의견서 전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이동, 의견서 전달

 


[공개의견서]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에 대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노동부는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

 

 

동아제약의 채용성차별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동아제약은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호진 사장이 유튜브 댓글 및 사내 이메일 등을 통해 “면접관 중 한 명이 지원자에게 당사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했다면서 두루뭉술하게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러한 사과문에는 이번 사안이 ‘채용성차별’이라는 최소한의 인정도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사건 당시 동아제약 측은 면접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군대 경험을 자세히 질문한 뒤 여성 지원자에게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까 남자보다 월급 덜 받는 거는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 갈 생각 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제 7조를 명백하게 위반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동아제약은 해당 사건을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으로 표현하고, 해당 면접자(인사팀장) 징계 사유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규정하는 등 ‘채용성차별’이라는 사건의 본질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진 해명은 더욱 심각합니다. 최호진 사장은 해당 질문의 의도에 대해서 “군필자 신입 초임 가산제도에 대한 이슈가 논의 중”이었으며, 이에 대한 면접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내부 인사제도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는 설명도 빈약하기 짝이 없고, 이미 1999년에 위헌 결정이 난 군필남성을 우대하는 시대착오적 인사제도를 검토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허탈한 심정마저 느낍니다.

 

또한 동아제약 측은 언론을 통해 ‘내부의 성평등한 면접 매뉴얼’의 존재를 피력하고 지난해 채용성비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서둘러 해당 면접관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렸습니다. 동아제약에는 문제가 없으며 면접관 개인의 잘못이라고 주장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동아제약이 급히 공개한 채용성비는 성차별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특정 직무에만 여성을 채용하는 성차별 관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응으로 채용 성차별 사건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아제약의 인식 수준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채용성차별 사례를 세상에 밝힌 피해 당사자는 이러한 대응에 대해서 “‘불쾌’라는 단어로 갈음될 만한 일이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동아제약이 여성 몇 명을 채용하였든 해당 직무의 최종 합격자 성비가 어떻게 되든, 제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성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 사건이 성차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피해 당사자의 주장에 많은 여성이 공감과 지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자신이 겪은 채용성차별을 증언하고, 동아제약 대체품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뜨거워진 사회적 공분은 결국 동아제약의 잘못된 대응이 거듭된 결과입니다.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의 피해자와 수많은 여성의 용기와 분노에 연대하며, 동아제약과 노동부에 공개의견서를 보냅니다.

 

 

1. 동아제약은 면접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에 위배되는 채용성차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피해 당사자가 요구한 대로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번 채용성차별 사건으로 인해 불안과 좌절, 분노를 느낀 청년여성들에게도 함께 사과해야 합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의 피해 당사자는 입장문에서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을 “동아제약 채용 홈페이지 메인에 보름 이상 게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피해 당사자가 요구한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의 첫 번째 요건은 “해당 질문이 성차별 질문”임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사항입니다. 해당 사건이 성차별이라는 본질을 모른 척 하는 상황에서 어떤 반성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사건을 진지하게 사과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동아제약의 재발방지 대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피해 당사자 한 사람을 향한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청년여성들에 대해서도 함께 사과해야 합니다.

 

앞선 사과문에서 최호진 사장은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접한 청년여성들이 경험한 것은 단순한 ‘심려’가 아닙니다. 언제든 채용성차별의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좌절, 분노와 슬픔입니다.

 

동아제약은 해당 사건을 성차별로 명시하고, 피해 당사자를 비롯한 청년여성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합니다. 이는 동아제약 채용성차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청년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이후 동아제약의 채용성차별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2.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관행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채용뿐 아니라 배치·승진 등 사업장 내부의 전반적인 고용성차별에 대해 점검하여야 합니다.

 

채용성차별은 해당 사업장에서 다양한 고용성차별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입니다. 인사의 시작인 채용 단계에서부터 성차별이 벌어지는 조직에서 이후 인사절차가 성평등하게 진행되리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동아제약은 채용, 업무배치, 교육 기회, 승진, 임금 등 전반적인 고용성차별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제도와 문화 전반에서 성차별 요소를 검토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특히 채용의 경우 더욱 강화된 매뉴얼을 수립해 모집부터 최종 선발까지의 전 과정을 성평등한 절차로 진행하도록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여성 고용을 확대하고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도입해야 합니다.

 

바뀐 제도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동아제약은 해명 과정에서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 인격 모독 등 하지 말아야 하는 내용이 담긴 면접 매뉴얼”의 존재를 강조했습니다.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인사팀장이 이같은 매뉴얼을 어겼다는 것은 그 동안 동아제약의 채용 관련 매뉴얼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동아제약에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새로 개선되는 성평등 채용·인사제도에 대해서는 꾸준히 실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완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최호진 사장이 밝힌 ‘재발방지대책’의 기본일 것입니다.

 

 

3. 노동부는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에 대해 즉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합니다.

 

노동부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채용성차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기업의 ‘관행’으로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공공기관, 은행, 방송 등 수많은 기업에서 구조적으로 채용성차별을 하는 사례들이 빈번합니다. 그때마다 수많은 여성들이 분노했지만 사회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채용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노동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채용성차별의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구제받기도 어렵습니다. 기업 내 채용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도 어렵고, 구직자의 입장에서 기업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이를 악용하여 고질적인 성차별 관행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SNS를 통해 터져나온 여성들의 ‘채용성차별’ 증언은 부끄러운 지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채용성차별’이라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한 거대기업을 향해 개인이 홀로 이 싸움을 이어나가게 하는 것은 노동부의 직무유기입니다. 동아제약의 채용성차별 관행이 드러난 상황에서 노동부는 즉시 동아제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여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의 취지를 확고히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채용성차별 사건이 수년간 반복된다는 것은 이를 규제하는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 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약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채용성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서 노동부는 법과 제도를 한층 강화하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2021. 3. 15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