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노동[기자회견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가 연말연시를 집에서 보내도록 1만 건의 서명과 성명서 모아 진짜 사장을 만나러 갑니다.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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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가 연말연시를 집에서 보내도록

1만 건의 서명과 성명서 모아 진짜 사장을 만나러 갑니다

 

 

고령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주일째 자신이 쓸고 닦아온 빌딩의 로비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일한 이 노동자들은 11월 30일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보낸 세월, 그리고 노동조합 가입 1년과 천막농성 석 달에 대한 LG(엘지)와 S&I(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의 잔인한 보답이었다.

 

파업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직장갑질에 시달려왔다. 이 노동자들을 고용한 지수Inc(아이앤씨)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와 구미정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시설/청소/보안직 파견회사다. LG트윈타워와 LG 계열사의 건물관리를 맡은 LG계열사 S&I 코퍼레이션은 오랜 기간 지수Inc에 일감을 몰아주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이 회사를 통해 연간 50억 원에서 6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배당을 챙겼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혹독한 조건 속에서 일해왔다. 지수Inc는 하루 여덟 시간, 주당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채우면 주말 수당을 지급해야 하므로 하루 노동시간을 7.5시간으로 책정하고 넘치는 업무량은 무급 주말 노동으로 처리할 것을 강요했다. 야간조 감독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강제로 빼앗아왔으나 수수방관하다가 노동부 신고 후에야 경징계를 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시켰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춰져 있으며 수당을 다 합쳐도 1인당 실수령액 200만 원을 넘긴 적이 없다. 청소노동자 80여 명의 1년치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겨우 20억 원, 지수Inc의 주주 구훤미와 구미정의 지난해 배당금 60억 원에 비할 수 없는 액수가 된다.

 

청소노동자들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19년 10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가입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조는 2019년 11월부터 1년에 걸쳐 교섭을 시도했지만 지수Inc는 모든 요구를 무시했고, 고소와 고발을 남발했다. 2020년 10월 14일부터 LG트윈타워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지만 사측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으로 LG, S&I코퍼레이션, 지수Inc 세 회사 사이의 일감 몰아주기와 노동 탄압 실상이 드러나자 S&I는 지수Inc와 계약을 해지했고 새로운 용역업체로 백상기업을 선정했다. 이제 청소노동자들은 고용승계 없이 12월 31일자로 집단해고를 당하게 되었고, 이에 항의하며 12월 16일(수)부터 LG트윈타워에서 파업농성을 진행 중이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청소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S&I코퍼레이션과 달리, 시민들의 연대는 뜨겁다.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피해 안전하게 구내 식당에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에 2천 끼의 식권값이 모였다. 내년에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지지 서명에 1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종교계, 학계,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포괄하여 69개 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LG에 묻는다. LG는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해고와 노조파괴를 자행하는 그룹인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절박한 요구에 ‘시급 60원 인상’을 받아들이라며 단체교섭을 해태한 것이 LG의 노조 관리 방침에 따른 것인가. 개별 사직서를 강요하며 ‘서명하면 위로금을 주겠다’고 노동자들을 회유하는 일에 동의하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보도자료에만 담기는 공문구일 뿐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은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LG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겁박하고 회유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라.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라.

 

LG그룹과 계열사들은 연말연시 이웃과 함께한다는 보도자료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동체가 LG트윈타워 빌딩 로비에서 LG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청소노동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자. 내년에도 일할 수 있게 하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LG의 책임있는 응답을 들으려 한다.

 

 

2020년 12월 23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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