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미디어[기자회견문] 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문 (5/15)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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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문]

 

그동안 한국의 미디어에서 성소수자 재현은 잔혹사에 가까웠다. 코미디 프로에서 희화화되고, 시사프로에서 오직 논쟁대상으로만 그려지고, 혹은 아예 존재 자체가 삭제당하기도 했다. 미디어의 이러한 재현은 소수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켜 사회적인 차별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EBS의 <까칠남녀>는 성차별, 성역할, 젠더문제에 대해 다양성 있는 패널과 함께 사회적 대화를 나누고 대안을 모색한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았다. 마침내 우리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는 TV 화면을 보며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많은 매체에서 <까칠남녀>에 미디어 관련 상을 시상하며 방송국과 제작진의 노력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까칠남녀>는 소수자의 미디어 재현에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작년 12월 25일 성소수자 특집도 큰 격려를 받았다. 특히 TV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EBS는 이미 예상되었던 일부 혐오단체의 패널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을 방어하지 않고 오히려 은하선 작가의 하차를 결정하였으며 이는 결국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졌다. 다양성 책무를 갖는 공영방송 EBS가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다루었던 프로그램을 성소수자 특집을 하였다는 이유로 폐지한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은 물론 다른 방송제작자들에게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부정적 메시지를 주었다. 이 크나큰 침해와 냉각효과를 EBS는 과연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러한 EBS의 인권침해와 차별을 묵과한다면 소수자에 대한 미디어 재현의 잔혹사는 계속될 것이다. 오늘 진정인 10개 단체는 법적 윤리적으로 다양성과 평등의 책무를 지는 공영방송 EBS의 <까칠남녀> 폐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적 인권기구로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이 사건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온전히 재현하도록 공영방송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은 결국 시청자의 버림을 받을 것이다. 이번 진정을 통해 EBS의 인권침해와 차별을 확인하는 것은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차별에 대항하는 미디어의 가능성을 되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2018. 5. 15.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불꽃페미액션,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교조 여성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초등성평등연구회, 피스모모,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