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군대 내 성폭력 문제, ‘성군기 행동수칙’으로 해결될 수 없다
올 초 육군 여단장의 여군부사관 성추행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 되면서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이에 육군은 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육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열고 급하게 대책 논의에 들어갔고1월29일 육군 관계자가‘성군기 관련 행동 수칙’제정(육군참모총장 주관 화상 지휘관회의에서 결정)계획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여군 또는 남자 군인이 혼자서 이성의 관사를 출입해서는 안 되고,남자 군인과 여군이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허용된다.남자 군인이 여군과 단둘이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과 사무실에 있는 것도 금지되며,부득이한 경우엔 출입문을 열어둬야 한다. SNS등으로 음란물을 이성에게 보내거나 보여줘서는 안 된다.”등의10개 정도의 행동 수칙을 제정해서 일선 부대 배포할 것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하지만 육군이 제시한‘성군기 관련 행동수칙’은 성폭력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첫째,성폭력예방을 군기의 문제로 접근하는‘성군기’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이는 성폭력 발생 원인을 군기(기강)의 해이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육군은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원인과 진단이 맞는지부터 점검해야한다.최근 육군 여단장사건 대책을 논의하는 육군간부 회의에서 육군 대장이“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지,왜 안하느냐?‘라는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육군 간부들이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이번 육군 여단장사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군대 내 상급자이고,피해자는 이번 사건처럼 비정규직 군인이라는 열악한 위치에 있거나 계급이 낮은 군인들이다.이러한 위계구조 속에서 상급자의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평등한 의사소통구조는 존재할 수 없다.문제의 핵심은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인 아니라,싫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와 싫다고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명하복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이다.결국 군대 내 성폭력 뿐만 아니라 구타로 사망에 이른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군기(해이)가 아니라 군기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허용하기 때문이다.육군간부들이 대책을 논의하기 전에 해야할 일은 본인들의 군기 남용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며, ‘성군기 행동수칙’처럼 지엽적인 접근이 아니라 군대 내 성폭력이 왜,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다.
둘째,행동수칙의 내용 자체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덩어리이다.이성 군인의 관사 출입 제한,신체접촉 부위 제한으로 성폭력이 예방될 수 있다는 인식은 성폭력이 남성의 성욕구(성충동)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얼마 전 송영근의원(육군중장 출신)이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군 여단장에 대해“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군의 고위직급자 성폭력을 남성 군인의 성욕구가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충동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런 인식은 성폭력이 일어나는데 있어 피해자도 어느 정도 성충동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근거한다.이는 군 생활에 있어 성폭력피해자(특히 여군)가 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며 조심해야 하는 문제로 피해자가 처신을 잘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로 해석되는 문제로 이어진다.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라는 것은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 아니다.성폭력 예방의 초점은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셋째,행동수칙으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접근방식은 전환되어야 한다.허용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문구로 정하고 그대로 지키라고 명령한다고 해도,그 의미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지킬 수 없다.결과적으로 만들어진 문구가 아니라 그 문구가 왜 만들어졌고,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와 그 필요성을 조직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과정이 중요하다.수칙이 아니라 군 구성원들의 성인식을 점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인식을 발견하고 평등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성문화 속에서 성폭력 가해가 예방될 수 있다.현실에서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문화된 수칙을 하나 더 만드는 요식적인 행위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대 내 성폭력사건을 포함한 비상식적인 인권침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한다.이미 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군대 내 사건들을 통해 드러났다.군고위간부들끼리 만나서 회의한다고 해도 성군기 행동수칙과 같은 아류작의 반복일 것이다.이제부터라도 군과 정부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한TF등을 통해 객관적인 문제 진단을 위해 문제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빠짐없이 공개하고,인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5.2.5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논평]군대 내 성폭력 문제, ‘성군기 행동수칙’으로 해결될 수 없다
올 초 육군 여단장의 여군부사관 성추행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 되면서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이에 육군은 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육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열고 급하게 대책 논의에 들어갔고1월29일 육군 관계자가‘성군기 관련 행동 수칙’제정(육군참모총장 주관 화상 지휘관회의에서 결정)계획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여군 또는 남자 군인이 혼자서 이성의 관사를 출입해서는 안 되고,남자 군인과 여군이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허용된다.남자 군인이 여군과 단둘이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과 사무실에 있는 것도 금지되며,부득이한 경우엔 출입문을 열어둬야 한다. SNS등으로 음란물을 이성에게 보내거나 보여줘서는 안 된다.”등의10개 정도의 행동 수칙을 제정해서 일선 부대 배포할 것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하지만 육군이 제시한‘성군기 관련 행동수칙’은 성폭력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첫째,성폭력예방을 군기의 문제로 접근하는‘성군기’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이는 성폭력 발생 원인을 군기(기강)의 해이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육군은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원인과 진단이 맞는지부터 점검해야한다.최근 육군 여단장사건 대책을 논의하는 육군간부 회의에서 육군 대장이“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지,왜 안하느냐?‘라는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육군 간부들이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이번 육군 여단장사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군대 내 상급자이고,피해자는 이번 사건처럼 비정규직 군인이라는 열악한 위치에 있거나 계급이 낮은 군인들이다.이러한 위계구조 속에서 상급자의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평등한 의사소통구조는 존재할 수 없다.문제의 핵심은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인 아니라,싫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와 싫다고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명하복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이다.결국 군대 내 성폭력 뿐만 아니라 구타로 사망에 이른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군기(해이)가 아니라 군기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허용하기 때문이다.육군간부들이 대책을 논의하기 전에 해야할 일은 본인들의 군기 남용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며, ‘성군기 행동수칙’처럼 지엽적인 접근이 아니라 군대 내 성폭력이 왜,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다.
둘째,행동수칙의 내용 자체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덩어리이다.이성 군인의 관사 출입 제한,신체접촉 부위 제한으로 성폭력이 예방될 수 있다는 인식은 성폭력이 남성의 성욕구(성충동)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얼마 전 송영근의원(육군중장 출신)이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군 여단장에 대해“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군의 고위직급자 성폭력을 남성 군인의 성욕구가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충동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런 인식은 성폭력이 일어나는데 있어 피해자도 어느 정도 성충동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근거한다.이는 군 생활에 있어 성폭력피해자(특히 여군)가 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며 조심해야 하는 문제로 피해자가 처신을 잘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로 해석되는 문제로 이어진다.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라는 것은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 아니다.성폭력 예방의 초점은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셋째,행동수칙으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접근방식은 전환되어야 한다.허용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문구로 정하고 그대로 지키라고 명령한다고 해도,그 의미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지킬 수 없다.결과적으로 만들어진 문구가 아니라 그 문구가 왜 만들어졌고,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와 그 필요성을 조직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과정이 중요하다.수칙이 아니라 군 구성원들의 성인식을 점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인식을 발견하고 평등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성문화 속에서 성폭력 가해가 예방될 수 있다.현실에서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문화된 수칙을 하나 더 만드는 요식적인 행위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대 내 성폭력사건을 포함한 비상식적인 인권침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한다.이미 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군대 내 사건들을 통해 드러났다.군고위간부들끼리 만나서 회의한다고 해도 성군기 행동수칙과 같은 아류작의 반복일 것이다.이제부터라도 군과 정부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한TF등을 통해 객관적인 문제 진단을 위해 문제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빠짐없이 공개하고,인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5.2.5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