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사회현안[여가부폐지저지공동행동 논평]정부와 여당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엄중히 수용하고 여가부 폐지안 완전히 폐기하라!(7/26)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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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UN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및 여성차별실무그룹 한국 정부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에 심각한 우려 표명에

윤석열 정부, 정부조직 개편안 ‘여가부 폐지 위한 것이라는 주장 사실과 달라’ 황당한 거짓말로 일관

- 정부와 여당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엄중히 수용하고 여가부 폐지안 완전히 폐기하라!

 

 

지난 5월 22일*, 림 알살렘(Reem Alsalem) UN 여성폭력특별보고관과 여성차별실무그룹** (이하 ‘특보 등’)은 한국 정부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시도에 대해 공개서한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서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하는 등 황당한 거짓말로 일관했다. 

 

*본 서한은 발송일로부터 60일 이내 공개 방침에 따라, 지난 7월 21일 관련 내용이 하단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음. 

https://spcommreports.ohchr.org/TMResultsBase/DownLoadPublicCommunicationFile?gId=28019

**Reem Alsalem(Special Rapporteur on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its causes and consequences), Dorothy Estrada-Tanck(Chair-Rapporteur of the Working Group on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and girls)

***한국 정부 답변서 원문 링크(7.21자 공개)

https://spcommreports.ohchr.org/TMResultsBase/DownLoadFile?gId=37621

 

우선, 서한에서 특보 등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안에 대해 지난해 10월, 김현숙 장관이 “여가부의 모든 기능은 축소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을 삭감하려 하거나 ‘폭력’ 개념에서 젠더라는 요소를 더 이상 명시하지 않으려는 시도에서 알 수 있듯 여가부가 폐지되기도 전에 이미 관련 기능과 업무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여가부가 출범 이후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호주제 폐지 등의 과정에서 한국의 성평등 진전을 위해 애써왔고, (현 정부가 철회하였으나)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제안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제3차 국가별 인권상황검토(UPR) 중간보고서 등에서 성주류화 및 실질적 성평등에 기여하는 여가부의 핵심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여가부의 오랜 역할과 방대한 업무 범위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그 적은 예산에서도 대부분이 가족, 청소년 분야에 배정되어 있고 성평등 분야는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대대적인 관련 조치가 필요함이 제4차 UPR 한국 심의 과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특보 등은 한국 정부가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공개적, 반복적으로 부정하고 성차별과 부정의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위험한 수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 유포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성범죄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과 여가부 폐지 방침이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여가부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함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이러한 유해한 수사가 피해자 권리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비가시화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보 등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이들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칠 것이며, 폐지될 경우 여가부의 기능이 타 부처 및 산하 기관으로 분산되어 성평등을 보장하고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성평등 및 여성 권리에 관한 전담부처를 유지하고 성평등 관련한 여가부의 권한을 강화하며, 성평등 업무를 가족 업무의 일부로 두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지하며, UN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가입국으로서의 의무이자 제8차 CEDAW 한국 정부 심의 최종견해 권고대로 여가부에 충분한 예산, 기술 및 인력을 배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조직개편안은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수행해 온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으로 개편-통합하는 것”이고 “여가부가 수행하던 정책과 기능이 축소되거나 약화되는 것은 아니”며 “개편안에 따라 여가부의 국무위원으로서 정책 심의·의결권, 입법권 등의 권한은 상실되지 않고, 모든 권한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어 보건복지부가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가부 폐지’라는 본질을 호도하며 국제사회에 기가 차는 거짓말을 일삼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심히 분노한다.

 

첫째,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애초에 누구의 입에서 등장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성차별과 젠더폭력 등 시급한 사회 현안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했고, 어떠한 논리와 근거도 없이 단 7글자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작년 9월, 외교 실책과 비속어 논란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하자 정부와 여당은 돌연 ‘여가부 폐지’를 다시 전면화하고 10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당론 성격으로 발의했다. 김현숙 장관은 어떠한가?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부처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혀, 장관 후보자가 해당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헌정사상 초유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다. 취임 이후에도 꾸준히 “여성가족부 폐지는 명확하다”고 입장을 반복했고,  그러면서도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어불성설의 행태를 보여왔다. 

 

둘째, 김 장관은 과거에도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대상 중심의 분절적 업무를 넘어 통합적인 본부가 되는 것”이라며 “누가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의 장관이 국무회의에 의결권을 갖는 것과 ‘본부장’이라는 국무회의 배석 수준으로 장관에게 오롯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정부조직법상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국회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가 사라진다. 

 

셋째, 정부는 답변서에 “여가부 내에 전략 TF팀을 구성해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정부 내 논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실질적이고 유용한 개혁이 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으나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의 결여는 끊임없이 지적되어왔다. 부처 폐지안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 실무자, 차관급 회의 등 수차례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아, 국민들은 밀실 협의 속에 이 개편안이 어떻게 논의된 것인지 납득되지 않은 채 지켜보아야만 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의 ‘여가부 폐지’ 의도는 명확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부정하고, 실존하는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을 정치와 정책에서 배제하고 헌법 성평등 책무를 폐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선동정치로 국민들을 갈라쳐서  정치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얄팍한 꼼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조직개편이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여가부가 일을 더 잘 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질을 호도하는 탓에 대한민국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에서까지 뻔뻔한 태도로 부끄러운 지경에 놓였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본질 호도는 용납할 수 없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책에서 여성, 성평등, 젠더가 삭제됐고 지자체 여성/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이 목적과 기능이 전혀 다른 기관과 통폐합되는 등 성평등정책 전반에서 퇴행이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성격차지수(세계경제포럼(WEF), 2023) 146개 국가 중 105위로 지난해에 비해 6계단 하락해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여가부 폐지’ 흐름이 곧 여성과 소수자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국내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엄중히 수용하고, 여가부 폐지안을 공식적으로 완전히 폐기하라!


 

2023년 7월 26일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