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여성노동[기자회견문]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여성파업’을 선포한다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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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여성파업’을 선포한다

 

성별임금격차 34.6%. OECD 1위를 놓친 일이 없다. 이코노미스트지가 해마다 발표하는 유리천정지수도 OECD 국가 중 29위. 역시 최하위를 놓친 일이 없다. 한국은 여성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은 언제나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이다. 여성의 저임금으로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해 왔지만 여성은 그 과실을 나누어 받은 경험이 없다. 여성은 늘 생계를 책임져 왔지만 생계부양자와 가장으로 호명되는 이는 늘 남성이다. 여성이 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채용부터 성차별이 시작된다. 여성은 당연하게 가사-돌봄 전담자가 될 것이라는 생애경로를 가정하고 결혼, 남자친구, 출산을 묻는다. 성별분리채용으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고, 당연히 비정규직으로 영세사업장으로 몰아간다. 남성임금은 퇴직 직전까지 꾸준히 상승하지만 여성임금은 채용, 배치, 승진, 교육, 퇴직 전 과정에 걸친 성차별로 인해 40세를 기점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임금노동이 시작된 이래 여성들은 생애 단 한순간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노동자 중 50.8%인 비정규직 여성의 월평균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한다. 극심한 저임금은 여성의 독립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성별임금격차는 여성의 종속을 강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합작 전략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성별고정관념 속에 여성들에게만 요구되는 노동에 파업을 선포한다!

우리는 먼저 여성들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는 노동들을 거부한다. 여성들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는 감정노동과 꾸밈노동은 여성이 업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맡은 업무에 충실하게 일하는 것 외에 ‘사근사근하게 말해라’, ‘왜 무표정 하냐?’, ‘잘 좀 웃어라’라고 한다. 남성은 원래 무뚝뚝하니까 라고 용납하지만 여성노동자는 직장의 꽃으로서의 역할을 강요한다. 이러한 이중 기준은 여성에게만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를 야기한다.

 

인사라며 쏟아지는 외모평가, 출근 시 화장은 필수, ‘여성스러운’ 옷차림의 요구. 여성의 외모와 일상을 통제하고 규격화하는 한국사회는 여성에게 노동자가 아닌 장식품으로 기능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하이힐을 신고 하루 종일 서서 고객을 응대해라, 추운 겨울날 스타킹에 치마를 입고 바깥에서 홍보해라,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서빙해라. 이런 모든 과도한 꾸밈노동은 여성의 업무능력을 저하시키며 건강까지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여성을 이중착취하는 독박 가사-돌봄노동에 파업을 선포한다!

여성에게만 당연하게 요구되는 독박 가사-돌봄노동은 여성을 만성피로의 과로노동자, 시간빈곤자로 만들고 있다. 임금노동을 나누어 맞벌이가 당연해 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가사-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이다. 가사-돌봄노동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여성이면 무조건, 무급으로 해야하는 노동 아닌 것으로 저평가 되어왔다. 국가의 정책은 이제까지 여성노동자 한쪽에게만 초점을 맞춘 ‘일·가정 양립’제도를 운영해왔다. 즉, 한국사회에는 모든 이가 평등하게 돌봄하고 돌봄받는 정책이나 제도는 부재한 상태이다. 누군가로부터 온전히 돌봄 받는 정규직 남성노동자가 노동자의 기본모델로 상정되는 한 여성의 이중노동 고리는 끊을 수 없다. 또한, 가사-돌봄노동은 가정뿐 아니라 임금노동 공간으로 연결되어 사무실 내에서도 부당하게 요구된다. 커피 과일 접대, 회의 뒷정리, 필요물품 구입, 설거지, 분리수거, 탕비실 정리. 이 모든 사무실 내 돌봄노동을 당연하게 여성에게 떠넘기고 있다.

 

우리는 여성들에게만 과도하게 무급으로 부과되는 노동들을 거부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4주간의 파업을 선포한다. 우리는 4주간 감정노동과 꾸밈노동, 독박 가사-돌봄노동 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현장 파업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감과 연대를 넓혀갈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3월 6일 여성파업으로 세상을 멈출 것이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우리는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강화하여 성별임금격차를 만드는 모든 것에 저항할 것이다.

 

2020. 2. 7

 

3시STOP 공동행동

녹색당, 민주노총,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여성엄마민중당, 전국여성노조,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