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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여기 캠페인: 여성의 일상체험과 여성운동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나여기 캠페인(나의 여성차별 드러내기, 21세기 평등세우기)은 여성운동의 대중적 확산 그리고 사실상의 성평등을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이 캠페인은 여성의 일상생활 속의 성차별을 드러내고, 보통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함께가는 여성운동'으로, 스스로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드는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시도된 사업이다. 일년여에 걸친 이 캠페인에는 보통 여성들은 물론 시민, 전문가, 여성활동가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언론을 통한 확대에 주력하였다. 이 켐페인은 생활 속의 여성운동, 참여하는 여성운동, 함께가는 여성운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1. 나여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일상 속의 성차별 드러내기 나여기 캠페인은 여성들의 일상적 체험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여성들 '개인'이 직접적, 간접적으로 '생활' 속에서 '경험'했던 그리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성차별 이야기들 속에서 이 운동은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들은 독립된 개인으로의 여성이 자신들의 차별체험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아직은 많은 경우 여성들의 차별의 체험과 배제, 소외 억압들은 여성운동가나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되고 연구되어 왔다. 그리고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주장, 연구 그리고 활발한 여성운동으로 인해 법, 정책, 제도로 상당한 개선과 진전을 이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로 보통 여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 여성들은 얼마나 자신들의 차별적 체험을 체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찾으려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캠페인은 귀납적인 방법으로 우리 여성들의 삶과 의식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여성운동의 실천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 캠페인의 기획, 진행, 평가 등의 모든 과정은 본회 회원들의 아이디어와 참여 속에 보다 풍부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2. 캠페인의 전개과정 제1단계 : 생활 속의 성차별 드러내기 나여기
캠페인의 첫 단계는 생활 속의 성차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1) 수첩기록자의 다양성 ◆ 장소별 성차별 유형 1)
가정내 차별 (550건) ◆ 전체
순위별 성차별 제2단계: 성차별 버리기 두
번째 단계인 '성차별 버리기'는 보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로 진행되었다. 지난 7월 4일 대학로에서 벌인 이
행사는 여성들의 생활 속의 차별을 다양한 전시물, 노래와 춤, 퍼포먼스
등의 공연, 게임, 타임캡슐에 11가지 차별모형 묻기 등의 여러 방법으로
성차별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성평등한
사회만들기에 남녀 모두의 의식변화, 노력 그리고 참여가 필요함을 알리려
하였다. 이 행사에서 볼거리로 호기심과 관심을 모았던 11가지 차별모형물은
현재 서울시 재활용전시장에 전시 중이다. 명절과의
평등한 만남: 웃어라, 명절! 제3단계: 평등말하기 세 번째 단계인 평등 말하기는 10월 10일 한국여성개발원 공동의 장에서 문화와 축제의 형식으로 풀어내기를 시도하였다. 고용상의 차별, 여아낙태와 가정내 차별 등의 문제를 문화적 언어로 표현하고 평등만들기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문화행사는 팀별로 경연방식을 취했다. 제4단계: 평등세우기 마지막 단계는 평등세우기였다. 이는 지난 일년간의 나여기 캠페인을 결산하고, 다음단계의 실천을 계획하는 것이다. 우선 이 캠페인의 전 과정과 성과를 정리하는 일이고, 중요하게는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자료집이 그 총체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내용을 개발하는 것은 미흡하였다. 사실 이 캠페인의 일년간 차별을 드러내고, 버리고, 평등을 말하고 세우기란 프로그램상의 완결성은 있지만, 하나의 총괄적 운동으로 자리잡기에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사실 보통의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활 속의 차별을 말할 수 있게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것만해도 일단의 성과로 보여진다. 그 다음의 성평등 사회를 위한 실천은 이후 계획적,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운동과제이다. 3. 운동의 성과와 한계: 드러낸 것과 찾아낸 것 이 캠페인은 우리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일상생활, 경험, 의식의 내용을 고스란히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운동의 또하나의 실천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의 성과였다. 또한 이 캠페인을 통해 여러 가지 발견된 점들이 많았다. 보통 여성들의 생활상의 경험을 통해 드러내준 것과 찾아 낸 것은 아래와 같다. 우선,
성차별은 공사 영역 모두에서 일상적인 행위, 관습, 언어, 문화, 의식으로
아직도 생생하게 뿌리깊게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 공간에서의
성별분업의 양상은 직장, 학교, 공공장소 등 전반에 걸쳐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성별분업적 행위과 의식은 취업, 업무의 배치나 교육기회, 학교생활
전반에서 두루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는 수업내용, 학생진로지도는
물론 교사의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여학생들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성차별적인
사회화과정에 노출되고 있었다. 특히 이는 학생과 교사라는 수직적인
위상으로 인해 저항하거나 별다른 해결의 방법을 모색할 수 없다는 데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공적 공간인
관공서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성분업적인 고정관념에 의해 여성에 대해
차별적이고, 비인격적인 대접을 받는 일이 만연하였다. 따라서 공,사영역에
걸친 문화, 관행, 의식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실천프로그램이 시급하다.
둘째, 일상적으로 겪는 성차별은 연령별, 다시말하면 생애주기별로 달리 경험되었음을 알았다. 한 예로 가정에서는 여성이 며느리, 아내, 딸의 입장인가에 따라서 차별의 경험과 체감정도는 다르게 보이고 있다. 대중매체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영역에서 연령별로 다른 내용의 차별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여성간의 생활공간에 따른 경험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여성운동의 실천과제의 선택에서 세대별 또른 생활상의 차이에 따라 다른 접근방법의 개발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셋째, 여성운동은 여성들의 생활 속의 경험에 천착하고, 관행, 의식, 문화, 언어상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작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성차별을 금지케 하는 법과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시행되어 왔음에도, 아직 일반 여성들의 삶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운동은 보다 여성들의 일상적 삶의 경험을 토대로 크고 작은 실천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그 실천에 보다 많은 여성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할 수 있는 방법들을 천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여성운동의 대중화의 중요한 접근일 수 있다. 넷째, 일상 속의 성차별은 부계주의, 성별분업적 관행과 의식, 권위주의 등의 요소의 완고한 작용으로 인해, 또 이러한 작동기제들로 인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은 한 독립된 개인이며,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한 '시민'의 지위에서 소외, 배제되어 2등 시민으로 남아 있다. 여성이 모성으로서의 여성으로만, 부계의 종속적 위치로만의 규정에서 벗어나야만 사회 어느 영역에서도 배제됨 없이 참여하고, 개인적 집단적인 세력화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속의 성평등의 실현은 여성이 한 개인이며, 한 시민으로의 온전한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며, 자기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집단적인 과정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시민사회의 완성과 직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운동이 여성의 시민권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더 연구되고 실천전략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여성운동은 다양성, 유연성 그리고 때론 공격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드러내기에서 보았듯이 여성들의 차별체험과 체감은 같으면서도, 연령과 직업, 결혼여부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여성운동의 실천에서 유연함과 정교함을 요구한다. 개인이 자신의 한 인간으로의 정체성을 찾고, 각자의 존재기반의 현실적 다양성에 기반한 운동의 역동성을 가져야 한다. 때론 사회적 저항에 대한 조심성으로 적극적으로 펴지 못했던 문제들을 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그러나 설들력있는 방법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일상 생활 속의 성평등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함께 그 대상이며,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웃어라 명절'의 경우 많은 남성들이 미쳐 몰랐다, 좋은 명절 만드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문의한 경우를 보면서 남성 등의 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실천이 더욱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가족내 남편과 아들, 남교사, 관공서의 남자공무원등 그동안 주요한 실천과 변화의 대상이고 주체로 적극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던 이 집단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4. 다시, '나여기 캠페인 2000': 나여기에서 우리 여기로 이
캠페인의 한계는 여성차별 드러내기에서는 일단 성공적이었지만, 해결을
위한 대안적 실천을 제시하는데는 부족하였다. 사실 해결해야할 과제가
대단히 방대한 점, 따라서 두러내기 이후 단 몇 달동안 대안적 실천을
추진하기란 시간적 제한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캠페인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 캠페인에 참여했던 본회 회원들, 활동가와 전문가들
모두의 견해이다. 즉 나여기를 우리여기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정, 직장, 학교, 관공서 및 공공장소 등에 걸친 많은 차별의
문제를 일단 각 영역별로 핵심적 이슈와 실천과제를 잡아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천은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잇는 방법들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