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다이어리📧]구름 보다가 걱정 고민 사라진 몽골 여행기✈️


구름 보다가 걱정 고민 사라진 몽골 여행기✈️ 





 꼬깜🔮

다큐멘터리 푸지에를 보았다.

말을 멋지게 타던 유목민 푸지에는 일본어를 배웠을까. 가끔 그 생각을 한다.








시작은 유튜버 소풍족의 몽골 여행을 보면서였다1)🌄 


여자 넷이 간 몽골 여행이 매우 즐거워 보였고 몽골 적응에 취약한 몽찌질이 둘과 몽골여행에 최적화된 몽짱 둘을 뽑는 부분에서는 내가 마치 몽찌질이로 구박받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동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 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몽골 투어는 가이드, 운전기사를 포함 봉고차 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최소 4명은 있어야 했다. 작년 회원송년회 때 2024 버킷리스트를 적는 코너가 있었는데 무작정 몽골을 가고 싶다 했다. 반갑게도 그 말을 들은 회원 설이가 자신도 가고 싶다며 합류했다. 설이는 그때부터 러브몽골 까페를 매일 같이 드나들며 “고비 사막에 갈 것이냐, 어떤 호수가 있는데 사우나 할 건가?” 등을 물었다. 둘은 민우회 안팎의(?) 페미들을 모으자고 마음을 모았다. 올해 총회 뒷풀이는 대방동 여성가족재단 앞 호프집에서 있었는데 안식년에 들어가는 활동가 윤소, 전 동북민우회 활동가 이응, 회원 날씨를 극적으로 모았다.(취해서 모아졌을 수도 있다.) 드디어 5명이 되었다. 정말로, 은하수가 보이고 말들이 사람보다 많이 뛰어다니는 몽골에 가게 된다고? 그것도 1박도 같이 안 해 본 우리가 5박 6일을?

 

(이미지: 출발 직전, 공항에서)

 

6월 7일, 한국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반 걸린 몽골은 와인 몇 잔 폭주하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족히 5시간은 넘게 스타렉스로 이동했는데 우선 첫 느낌. 와, 풍경이 거의 윈도우 배경급인데? 두 번째, 디스코 팡팡을 5시간 타고 간다고? 시내를 조금만 지나도 시멘트 길은 사라지고 흙길이 등장했다. 가끔 언덕 몇 개 있는 한국의 시골길 수준이 아니라 엉덩이를 붙일 수 없을 정도의 점프가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 그 상황인데도 창문 밖 풍경을 보다 보면 유튜브 컨텐츠 백개를 보는 것보다 덜 지루했다.(그 점이 신기했다.) 간혹 화장실을 가야 할 때 어딘가 내려 해결하는(?) 자연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점을 걱정했으나 2일 차 지나가면서부터는 적응이 되었다. 초반엔 윤소의 우비를 이용해 자연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사실 서로만 안 보면 된다고 깨달은 순간부터는 우비보다는 서로 안보기에 더 방점을 찍었다.


1)유튜버 소풍족의 몽골 여행 몰아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csa14oGb78



사막여우, 매, 염소, 말 🐴


풍경을 보며 우리는 종종 “혹시 지금 다 죽어서 천국에 있는 걸까”라는 농담을 계속했는데 때마다 진심이었다. 차창 밖을 멍하게 바라보면 사막여우가 있었고 매는 높이 비상했으며 횡단보도는 인간이 아니라 말과 소, 염소의 전용 도로였다. 길을 지나가는 동물들을 그렇게 자주 봐도 매번 소리를 질렀다.(와! 너무 신기해, 너무 귀여워) 몽골에서만큼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점은 어떤 지향점이 아니라 완벽한 사실이었다. 방카르라고 하는 몽골의 토종개는 가끔 신의 속도로 우리를 따라오곤 했는데 이응은 한 강아지가 하도 순하고 무던해서 무던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무던이는 기필코 모두와 인사를 해야 돌아갈 것 같았는데 끝내 나하고는 인사하지 못했다.(무던아, 네 눈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너가 정말 무서웠어.)

(이미지: 정말 순해서 더 무서웠던 무던이)




페미 친구들과의 여행에는 역시나 편한 점이 많았다 💜


몽골 현지 투어 여행사는 많이 있는데 조이 몽골리아를 선택하게 된 것은 가이드의 성별을 떠나 조이 몽골리아는 가이드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예방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을 함께 유념한다든지. 가이드인 빌게는 비혼이었는데 몽골에서는 보통 여자 나이 20살이면 결혼을 하는데 20대 초반에 크게 아파서 결혼을 못했다는 말에 나란히 앉아 “저희 다 결혼 안 했어요. 반가워요”라고 말을 건넨다든지.(빌게는 왠지 진작 알았다는 듯 끄덕였다.) 설이는 몽골 전통의상인 델을(남성용)을 입고 싶어 했는데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치 한 동네가 필요하듯이 빌게를 포함한 우리는 한 팀이 되어 첫날부터 설이의 델을 골랐다. 빌게는 몽골 현지인들이 왜 외국인한테 성별이 다른 옷을 입혔냐는 말을 계속 들었다고 하는데 껄껄껄 웃고 만다든가.(그럼 왜 안돼요? 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

(이미지: 빌게와 토크 중)

 

가이드 빌게와 운전사 체기가 지금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함께 가늠한다든가. 등등 그런 순간들이 소중했다. 빌게는 유독 시간에 맞게 약속 장소에 모이고 예상하지 못하는 도착지 시간을 채근하지 않는 것에 고마워했다.(몽골은 한국의 고속도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아니라 거리로 시간을 가늠해야 하며 확실하게 예상할 수 없다.) 헤어지기 전에 빌게는 우리에게 각자 엽서를 줬는데 “우리 팀이 넘넘 아름다웠어요”라는 메시지는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을 거다. 이토록 아름다운 몽골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MBTI F를 담당한 날씨와 나는 샤브샤브 먹다가 울었다.)


(이미지: 몽골의 구름)




필수 준비물 5가지는? 🎒


몽골에 갈 때 준비물은 과장 안 하고 50가지 정도 필요하다. 웬만하면 몸만 가는 나조차도 준비물 준비를 1주일을 했다. 하루에도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옷이 다양하게 필요하고 진짜 다 입는다. 가져가려면 100가지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몽골 여행을 할 분들을 위해 5명이 합의한(!) 필수 준비물 다섯 가지는 아래와 같다.(이게 뭐라고 나름의 토론 끝에 정한 거다.) 중요한 순서대로다. 1) 멀미약(매일 5시간은 이동하기 때문에 없으면 토할 수도 있다. 진짜다.) 2) 목배게(차에서 목디스크 올 수 있다.) 3) 비데티슈(휴지가 잘 없기 때문에 꼭이다.) 4) 수건(호텔이 아니면 없다.) 5) 끈 달리고 챙 있는 모자.(자외선이 세다.) 그밖에 민우회 바자회에서 산 썬패치는 의외의 역할을 했다. 자연화장실(?)을 이용할 때 씀바귀 같은 식물에 다리가 스쳤는데 내내 아팠다. 빌게는 오줌을 묻히면 소독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각도랄지 고민이 되어서 썬패치를 붙였더니 금방 가라앉았다.

(이미지: 또 다른 석양 무던이와)

 


몽골에서 알게 된 것 🌻🌳


몽골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걱정과 고민이 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생각이 과거나 미래의 덫에 걸릴 때 즈음 ‘꽃 색깔 봐, 구름 좀 봐, 지나가는 아기 양 좀 봐!’ 하다가 멈췄다.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길 잃었던 곳에서 본 들꽃과 나무들 속에서였다. 인생은 하나의 멋진 사진 컷이 아니라 실처럼 연결된, 하나의 장면과 다른 장면의 연결된 사건들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빛나는 것일까. 폰 메모장에는 그 이야기로 가득하다. 마음이 산란하거나 불안해질 때, 슬프거나 들뜰 때 몽골의 구름을 생각한다. 분명 지나갈 것이다. 퇴근길, 즐비한 빌딩과 건물과 네온사인을 다 없애는 상상을 한다. 거기 몽골이 있다. 몽골의 자연이 많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CU로 도배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몽골인들이 한국에서 너무 힘들거나 상처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쳉헤르 리조트에서 만난 8살 이빌이가 행여나 관광객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들을 매개로 한 돌봄을 외주화, 견고해지는 차별의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몽골에 다녀와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회원이 되었고 라섹을(?) 했다. 그렇게 실처럼 연결된, 몽골 여행 다음 날을 산다. 꼭 다시 몽골에 갈 것이다. 무던이를 덜 무서워할 내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