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사랑, 돌봄사회로 전환은 완전 가능💜
✨행크/성평등복지팀 막 3년 근속으로 신나게 2주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제는 복귀해서 글을 쓰고 있는 슬픈 사람입니다.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성평등 복지국가 전략보고서(2012)」발간부터「비혼/딸 부모돌봄, 두려움과 막막함 사이: 돌봄연대 사회를 상상하다(2018)」,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89명의 여성 인터뷰와 1,253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위기(2020)」, 「밥, 잠, 쉼?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본 ‘내 삶’이 가능한 조건들(2020)」 등 시민, 여성들의 삶을 통해 ‘돌봄’ 문제를 드러내는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돌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새롭게 알리는 사업「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를 3개년 프로젝트로 시작합니다. 그 첫걸음을 떼는 2024년! 올 한 해 어떤 사업들을 꾸려왔는지 한번 보실까요?
“완전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돌보게 되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고, 주 5일 일을 할 수 없어서 경력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고.” (남성돌봄자 FGI 참여자)
갑작스럽게 찾아온 돌봄 🌊
누군가를 ‘돌본다’는 사실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것이 나이 든 부모이든 아픈 파트너 혹은 친구이든 아니면 어린아이이든 대상에 상관없이 돌봄은 내가 이전에 계획한 삶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보통은 내가 가려던 길을 우회, 지연시키는 일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긴 교육과정을 통해 보통 우리는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돈을 많이 벌 거나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설계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돌보는 것을 인생 계획에 포함하지 않는다. 갑자기 맡겨진 돌봄은 불안한 과제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돌봄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수많은 돌봄을 받아왔듯이 인간은 누구나 돌봄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취약한 존재이고, 우리 인생 대부분의 기간은 돌봄이 필요하다. 요즘과 같은 치열한 경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격렬한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가느라 돌봄은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것, 안 하면 좋은 것, 저렴하게 외주화하고 싶은 것이 되고 말았다. ‘피하고 싶은’ 돌봄은 결국 가정 안에서, 여성에게, 돈을 덜 버는 사람에게, 더 취약한 사람에게 전가된다. 출생률 0.6명대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저출생 위기의 돌파구로 이주여성 가사노동자에게 싼값에 가사돌봄을 외주하려고 하는 시도가 그러한 사회상을 보여준다. “가족이 있으면 딸한테, 만약에 다들 결혼했으면 며느리한테 돌봄이 전가되잖아요. 아들이 나를 돌봐준다는 건 너무 황송한 일이고 사위가 나를 돌봐준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돌봄 인터뷰 참여자)
누가 돌봄에 참여하는가 👀
오랜 여성운동의 문제 제기로 돌봄을 가정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문제,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일로 보는 관점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 직군에는 대부분 여성이 종사하고 이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불안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서의 분절된 작은 변화보다는 생산중심, 노동중심, 자본중심의 사회에서 ‘돌봄중심’의 사회로 본격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에 불씨를 붙이기 위해 민우회는 3개년 프로젝트「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지: 올해 사업 홍보물. 좌측부터 각각 설문조사 ‘돌봄의 재발견’, 인터뷰이 모집 ‘이런돌봄 저런돌봄’, 돌봄집담회 참여자 모집 ‘평범하고 특별한 우리의 돌봄’) 사업 첫해인 올해는 돌봄의 구체적 얼굴을 파악하고 이를 전달할 새로운 언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먼저 돌봄경험이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누구와 어떤 돌봄을 주고받았고, 돌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00명의 사람이 참여해주었다. 응답을 살펴보면 돌봄은 보통 가족들의 책임으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이미 53.6%의 응답자들이 혈연/법적 가족 외의 사람들과 돌봄을 나눈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인 돌봄 대상으로는 친구, 파트너, 공동거주자, 돌봄공동체, 동네이웃 등이 있었다. 또한 돌봄에 대한 인식을 묻는 답변에서도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라는 응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럼에도 돌봄이 힘든 이유에는 “돌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를 꼽았다. 80% 이상의 참여자가 돌봄사회로의 전환에 동의한다를 체크하여 사람들이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회 변화의 필요성에는 이미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힘든 돌봄을 하면서 계속, ‘나도 그냥 그렇게 컸구나.’ 생각했어요. (중략) 엄마가 맨날 아침밥 해줘 가지고 내가 이렇게 잘 컸구나. (힘든 와중에도) 엄마가 나한테 그거 티 안 내려고 애쓰고 해서 내가 공부해서 잘됐구나, 그런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시민들의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돌봄의 얼굴 발굴하기 🔎
돌봄경험자 10명과 개별 인터뷰도 진행했다. 육아휴직 중인 남성, 투병 과정에서 여러 친구의 돌봄을 받은 사람, 성별 확정 수술을 한 친구를 돌본 사람, 엄마와 여동생을 부양하고 돌보는 딸,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 파트너를 간병한 사람, 할머니와 시부모를 간병한 여성. 돌봄 경험의 폭은 너무도 넓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 있는 돌봄의 특성, 돌봄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 부딪혔던 현실의 제도적 문제 등을 들어보면 이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돌봄이 너무 힘들고 지치는 건 맞지만 때로는 돌봄을 주고받은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었고 따뜻한 기억을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자존감의 회복을 가져다준다는 것. 돌봄이 힘든 것은 그 돌봄이 독박으로 혼자 책임지는 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돌봄을 함께 나누는 주변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지원이 있다면 훨씬 괜찮은 돌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지: 10월에 있었던 돌봄경험 그룹집담회 진행 모습. 좌측은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담회, 우측은 중·고령 여성 집담회의 모습이다) 이외에도 12명의 연구자를 만나 4회에 걸친 돌봄 정책좌담회를 진행하며 각자 활동하는 분야에서 체감하는 돌봄의 현실, 제도의 문제, 변화해야 하는 것들을 얘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너무 힘들지 않게 서로를 돌보는 사회를 만들려면 노동시장의 변화부터 가족제도, 국가의 역할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하고 남성들을 더 많이 돌봄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폭넓게 나눴다. 남성돌봄자, 돌봄공동체 구성원, 중·고령 여성, 한부모 여성, 1인가구 여성, 총 다섯 집단을 만나 돌봄 경험 집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고민을 나눴던 첫 해 사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그간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발표회가 11월 13일, 코 앞으로 다가왔다. (토론회 정보 자세히 보기🔗) 그리고 이것은 끝이 아니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다양한 모임/단체들과 돌봄을 주제로 진행할 크로스 워크숍, 돌봄 워크북 제작, 네트워킹 파티와 대중캠페인 등 굵직한 일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다시 질문해본다. 돌봄에 대해 알아갈수록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고, 사업 초기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과연 돌봄사회로의 전환은 가능한 일일까?
세상을 열심히 바꾸는 중, ‘혁명적 사랑’ 💛
돌봄은 보통 따뜻하거나 일상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돌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것은 ‘돌봄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강력하게 바꾸어 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와 삶의 계획을 흔들어놓지만 긴 돌봄의 과정은 사람의 마음을 단련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놓고 만다. 돌봄을 경험한 사람들은 ‘결국은 돌봄을 해봐야 안다’라고 말한다. 돌봄이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당연히 우리 사회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돌봄은 경쟁적이고 강자만 생존하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혁명’할 가능성이다. 돌봄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가진 힘을 들여다보며, 그리고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목소리 내는 동료 시민들과 연구자들을 만나며 마음속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돌봄 사회 전환은 완전히 가능한 일이고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 여러분도 동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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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크/성평등복지팀
막 3년 근속으로 신나게 2주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제는 복귀해서 글을 쓰고 있는 슬픈 사람입니다.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성평등 복지국가 전략보고서(2012)」발간부터「비혼/딸 부모돌봄, 두려움과 막막함 사이: 돌봄연대 사회를 상상하다(2018)」,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89명의 여성 인터뷰와 1,253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위기(2020)」, 「밥, 잠, 쉼?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본 ‘내 삶’이 가능한 조건들(2020)」 등 시민, 여성들의 삶을 통해 ‘돌봄’ 문제를 드러내는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돌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새롭게 알리는 사업「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를 3개년 프로젝트로 시작합니다. 그 첫걸음을 떼는 2024년! 올 한 해 어떤 사업들을 꾸려왔는지 한번 보실까요?
“완전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돌보게 되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고, 주 5일 일을 할 수 없어서 경력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고.” (남성돌봄자 FGI 참여자)
갑작스럽게 찾아온 돌봄 🌊
누군가를 ‘돌본다’는 사실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것이 나이 든 부모이든 아픈 파트너 혹은 친구이든 아니면 어린아이이든 대상에 상관없이 돌봄은 내가 이전에 계획한 삶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보통은 내가 가려던 길을 우회, 지연시키는 일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긴 교육과정을 통해 보통 우리는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돈을 많이 벌 거나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설계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돌보는 것을 인생 계획에 포함하지 않는다. 갑자기 맡겨진 돌봄은 불안한 과제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돌봄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수많은 돌봄을 받아왔듯이 인간은 누구나 돌봄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취약한 존재이고, 우리 인생 대부분의 기간은 돌봄이 필요하다. 요즘과 같은 치열한 경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격렬한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가느라 돌봄은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것, 안 하면 좋은 것, 저렴하게 외주화하고 싶은 것이 되고 말았다. ‘피하고 싶은’ 돌봄은 결국 가정 안에서, 여성에게, 돈을 덜 버는 사람에게, 더 취약한 사람에게 전가된다. 출생률 0.6명대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저출생 위기의 돌파구로 이주여성 가사노동자에게 싼값에 가사돌봄을 외주하려고 하는 시도가 그러한 사회상을 보여준다.
“가족이 있으면 딸한테, 만약에 다들 결혼했으면 며느리한테 돌봄이 전가되잖아요. 아들이 나를 돌봐준다는 건 너무 황송한 일이고 사위가 나를 돌봐준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돌봄 인터뷰 참여자)
누가 돌봄에 참여하는가 👀
오랜 여성운동의 문제 제기로 돌봄을 가정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문제,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일로 보는 관점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 직군에는 대부분 여성이 종사하고 이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불안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서의 분절된 작은 변화보다는 생산중심, 노동중심, 자본중심의 사회에서 ‘돌봄중심’의 사회로 본격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에 불씨를 붙이기 위해 민우회는 3개년 프로젝트「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지: 올해 사업 홍보물. 좌측부터 각각 설문조사 ‘돌봄의 재발견’, 인터뷰이 모집 ‘이런돌봄 저런돌봄’, 돌봄집담회 참여자 모집 ‘평범하고 특별한 우리의 돌봄’)
사업 첫해인 올해는 돌봄의 구체적 얼굴을 파악하고 이를 전달할 새로운 언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먼저 돌봄경험이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누구와 어떤 돌봄을 주고받았고, 돌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00명의 사람이 참여해주었다. 응답을 살펴보면 돌봄은 보통 가족들의 책임으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이미 53.6%의 응답자들이 혈연/법적 가족 외의 사람들과 돌봄을 나눈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인 돌봄 대상으로는 친구, 파트너, 공동거주자, 돌봄공동체, 동네이웃 등이 있었다. 또한 돌봄에 대한 인식을 묻는 답변에서도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라는 응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럼에도 돌봄이 힘든 이유에는 “돌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를 꼽았다. 80% 이상의 참여자가 돌봄사회로의 전환에 동의한다를 체크하여 사람들이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회 변화의 필요성에는 이미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힘든 돌봄을 하면서 계속, ‘나도 그냥 그렇게 컸구나.’ 생각했어요. (중략) 엄마가 맨날 아침밥 해줘 가지고 내가 이렇게 잘 컸구나. (힘든 와중에도) 엄마가 나한테 그거 티 안 내려고 애쓰고 해서 내가 공부해서 잘됐구나, 그런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시민들의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돌봄의 얼굴 발굴하기 🔎
돌봄경험자 10명과 개별 인터뷰도 진행했다. 육아휴직 중인 남성, 투병 과정에서 여러 친구의 돌봄을 받은 사람, 성별 확정 수술을 한 친구를 돌본 사람, 엄마와 여동생을 부양하고 돌보는 딸,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 파트너를 간병한 사람, 할머니와 시부모를 간병한 여성. 돌봄 경험의 폭은 너무도 넓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 있는 돌봄의 특성, 돌봄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 부딪혔던 현실의 제도적 문제 등을 들어보면 이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돌봄이 너무 힘들고 지치는 건 맞지만 때로는 돌봄을 주고받은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었고 따뜻한 기억을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자존감의 회복을 가져다준다는 것. 돌봄이 힘든 것은 그 돌봄이 독박으로 혼자 책임지는 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돌봄을 함께 나누는 주변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지원이 있다면 훨씬 괜찮은 돌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지: 10월에 있었던 돌봄경험 그룹집담회 진행 모습. 좌측은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담회, 우측은 중·고령 여성 집담회의 모습이다)
이외에도 12명의 연구자를 만나 4회에 걸친 돌봄 정책좌담회를 진행하며 각자 활동하는 분야에서 체감하는 돌봄의 현실, 제도의 문제, 변화해야 하는 것들을 얘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너무 힘들지 않게 서로를 돌보는 사회를 만들려면 노동시장의 변화부터 가족제도, 국가의 역할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하고 남성들을 더 많이 돌봄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폭넓게 나눴다. 남성돌봄자, 돌봄공동체 구성원, 중·고령 여성, 한부모 여성, 1인가구 여성, 총 다섯 집단을 만나 돌봄 경험 집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고민을 나눴던 첫 해 사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그간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발표회가 11월 13일, 코 앞으로 다가왔다. (토론회 정보 자세히 보기🔗) 그리고 이것은 끝이 아니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다양한 모임/단체들과 돌봄을 주제로 진행할 크로스 워크숍, 돌봄 워크북 제작, 네트워킹 파티와 대중캠페인 등 굵직한 일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다시 질문해본다. 돌봄에 대해 알아갈수록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고, 사업 초기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과연 돌봄사회로의 전환은 가능한 일일까?
세상을 열심히 바꾸는 중, ‘혁명적 사랑’ 💛
돌봄은 보통 따뜻하거나 일상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돌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것은 ‘돌봄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강력하게 바꾸어 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와 삶의 계획을 흔들어놓지만 긴 돌봄의 과정은 사람의 마음을 단련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놓고 만다. 돌봄을 경험한 사람들은 ‘결국은 돌봄을 해봐야 안다’라고 말한다. 돌봄이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당연히 우리 사회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돌봄은 경쟁적이고 강자만 생존하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혁명’할 가능성이다. 돌봄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가진 힘을 들여다보며, 그리고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목소리 내는 동료 시민들과 연구자들을 만나며 마음속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돌봄 사회 전환은 완전히 가능한 일이고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 여러분도 동참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