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다이어리📧]그럼에도, 로로의정원에서 화분에 물을 줄 거예요🪴


그럼에도, 로로의정원에서 화분에 물을 줄 거예요🪴





동네 업장에 (맡겨놓지 않은) 간식 수금하러 다니는 강아지와 매일 산책하느라

기가 빨리는 내향인




안녕하세요, n년 차 민우회 회원 ‘춘’입니다. 소식지의 회원 다이어리 기고 요청을 계기로 저의 일상을 빠르게 되돌아보니, 지금의 저에게는 덕질도 취미도 시간적 여유도 소비도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오직 주문 받은 소품을 만드는 바느질 작업 또는 그림 작업과 작년에 연 작업실을 굴리는 일밖에… 그러고 보니 민우회 활동도 매년 후원의 밤에 참석한 것 빼고는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것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1년 남짓의 시간이었어요. 기력과 정신이 소모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연희동 사랑방이 되고 싶은 〈로로의 정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로로의 정원〉이라는 작업실을 오픈한 지 14개월쯤 되었습니다. 차별 없이 누구나 드나드는 동네 사랑방이 되면 좋겠다 싶어서 당근에 모임 글을 올려 매주 꾸준히 소소한 사부작 모임1을 이어오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핸드메이드 작업으로 인한 시간 여유 없음과 부족한 에너지 탓에 더 홍보하거나 키우지 못한 채 저의 사비로 월세를 채워가며 근근이 버티고 있어요. 반려인이 그림 수업을 진행하고 제가 모임이나 원데이 워크숍, 주문 제작을 주로 맡아서 합니다. 

저는 바느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함께 모여 책 읽는 모임이 가장 인기가 많고…. 참 예상할 수 없는 일투성이에요.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참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작업실을 연 이후 시간이 쌓이면서 공간을 굴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어요. ‘정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식물 화분들을 잔뜩 데리고 왔지만 잘 관리할 줄 몰라서 난감한 상황이 되거나, 여름에는 높은 습도 때문에 크게 고생하기도 했네요. 아무래도 공간은 신경 쓰는 만큼 티가 나는 법이라서 걱정이 많아요.


1) 함께 모여 두 시간 동안 사부작사부작 손으로 하는 창의적인 활동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임!



(▲ 이미지: 〈로로의 정원〉작업실 전경)


(▲ 이미지: 〈로로의 정원〉에서 소품 제작 워크샵을 진행하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게 하는 존재🐕


계속 힘 빠지는 이야기만 했군요. 이런 상황에서 일상의 활력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이겠지요. 아, 민우회 활동가 선생님들이 궁금해하시는 슈퍼스타 이반지하2 님 덕질의 시계는 올해 초 2월 15일 계엄 정국 속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의 보신각 집회 공연에 멈춰있어요. 팬들이 주최한 거의 모든 행사에 스텝으로 줄곧 참여해 왔고 강연 보러 비행기 타고 울산도 다녀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집회 공연 이후로는 이반지하 님 행사를 쫓아다니지 못하고 격주마다 하시는 유튜브 라이브를 매번 챙겨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매주 광화문에 나간 것도 큰 에너지 소모였나 봐요.


※편집자 주: 〈함께가는 여성〉편집팀은 춘을 회원 다이어리 필자로 섭외하며 몇 가지 글감을 이야기하던 중 이반지하 덕질에 대해 써주실 수 있는지 물었다.

2) 이반지하: 가부장제, 젠더, 퀴어성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위대한 전방위 예술가. 퀴어를 뜻하는 '이반'과 생활(작업)공간 '반지하'를 결합한 이름


(▲ 이미지: 이반지하 보신각 집회 공연) 


(▲ 이미지: 광화문에도 출퇴근 했던 로로)


작업실 이름에도 들어간 저의 소중한 가족인 로로는 2020년부터 저와 함께 살고 있는 8살 추정의 믹스견입니다. (입양 공고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데려왔을 만큼 몹시 귀엽습니다!) 안타깝게도 작업실에는 강아지가 없는 시간이 더 많아요. (자꾸 작업실을 예민하게 지키려 해요) 페미니스트, 채식주의자 이후로 강아지 보호자가 저의 가장 커다란 정체성이 되면서 모든 온라인 계정의 아이디가 로로맘, 로로어멈 등등이 되었어요. 이 친구가 없었다면 태어났으니 그냥 사는 삶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절망과 우울의 늪에 빠져 있다가도 겨우 1인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나를 건져 올려주는 존재가 너무나 고맙습니다. 스몰톡이 아주 어설프고 서투른 저는 로로 덕분에 상당수의 동네 카페, 식당 사장님들과 인사(해야만)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낯선 사람들에게 뚝딱거리는 저에게 좋은 인연들을 연결해 준 사랑둥이예요. 저를 닮아 낯가림이 많고 살갑지도 않지만요.


(▲ 이미지: 〈로로의 정원〉작업실 계단에 앉아 있는 로로)


오늘 밤에도 잠자리 한가운데에서 엉덩이를 들이밀어 인간은 허리가 부서질 것 같은 불편한 잠을 자겠지만 제 몸에 닿은 이 털 궁둥이를 쓰다듬을 수 있을 때 많이 주물럭대겠다고 다짐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 이미지: 혀를 내민 채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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