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성평등복지팀
최근 나를 소개하는 키워드로 ‘헤엄치기, 달리기, 놀기’를 정한 사람.
하지만 실상은 헤엄칠 여유도 달릴 체력도 놀 용기도 내기 어려운 양육자/활동가입니다.
올해의 장소요정은 헤다예요!🧙♀️
행사 기획의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장소 대관, 간식 준비 등일 것이다. 장소대관은 몇 명을 수용하는가, 목적에 맞는 음향기기가 있는가 등이 중요할 것이고, 간식준비는 행사 중간에 먹기 번거롭지는 않은가, 비건 실천을 하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인가 등을 체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성평등복지팀은 다른 운동단체들과 함께하는 크로스워크숍, 대중과 함께하는 시민워크숍, 그리고 10월, 대망의 돌봄전시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바로 내가 장소대관의 요정이 된 것이다! 이번 장소대관의 관건은 다름아닌 접근성1이었다.
‘정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우리들이 있다🌊
나는 만 한 살인 작은 사람을 돌보고 있다. 그와 함께 외출하려면 꽤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데, 유아차가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환영받지 못한다’라 함은, 물리적으로는 바퀴 달린 보행수단으로 넘지 못하는 계단과 문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심리적으로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자는 불편을 끼치는 존재라는 일종의 혐오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지하철 몇 번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가려는 공간이 ‘노키즈존’이 아님이 확실한 것을 확인하고, 부수적으로는 아기용 의자가 있는지, 수유공간이 마련되어 있는지 살피며 늘 두리번거려야 한다. 마음 속으로는 ‘나부터 이 아기를 시민으로 환대하자’라고 되뇌며 주눅들거나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바깥을 나설 때마다 각오가 필요한 사람들은 유아차 동반인 말고도 많을 것이다. 휠체어 이용자, 보행약자, 발달장애인, 신경다양인, 청소년, 퀴어, 비인간동물과 동행하는 사람, 홈리스 등 여기에 열거되지 않지만 ‘정상’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많은 자들이 그렇다. 우리가 만들려 한 돌봄전시의 접근성이란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자연스레 환대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하지만…….🤨
여러 장소 중에서도 전시공간을 찾는 것이 가장 험난했다. 1층이어도 계단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복도나 화장실이 좁아 휠체어가 회전하고 움직일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전시장을 대관하기로 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광화문역인 것도 좋았고, 장애인화장실과 엘리베이터도 바로 앞에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전시장에 문턱이 없어서 이동이 자유롭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광화문역은 9개의 출구 중 지상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단 1대이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만원이었다! 전시 물품을 나르는 데만도 엘리베이터를 수없이 기다리고, 그냥 보내고, 죄송하다는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줄 뒤에 있다는 이유로 휠체어 이용자를 남겨두고 닫히는 문 앞에서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크로스워크숍에서 만난 휠체어 이용자 호영 님이 우리의 돌봄에서 필요 없는 것으로 ‘그림자 취급’을 꼽은 것이 떠올랐다. 이동 시설이 충분히 많다면 휠체어 이용자도, 나와 같이 유아차 동반객도, 노인들도, 짐이 많은 사람도 서로를 돌아보며 기꺼이 돌볼 수 있을 텐데.


(▲이미지: (좌)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아차를 탄 아기와 어른 2명이 기다리고 있다. (우) 전시장의 돌봄공간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어른과 소파에서 쉬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 보인다. 커튼 안에서 아기 기저귀도 갈아줄 수 있었다.)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 나와 아기를 맞이하는 법💖
전시는 돌봄 크로스워크숍에 참여한 단체 중 일부가 기획단에 합류해서 함께 기획했다. 발달장애인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 소피아가 “전시처럼 많은 색과 정보가 쏟아지는 공간에 발달장애인과 함께 갈 때, 잠시 외부 자극과 차단되어 조용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전시에 ‘돌봄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커튼을 치면 밝은 빛도 가려지고, 소음으로부터도 잠시 비켜나 있을 수 있는 공간. 의자나 빈백 소파가 있기도 하지만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게끔 비워 둔 공간. 막상 이 공간은 전시 실무를 하는 우리에게도 쉴 수 있는 든든한 돌봄공간이 되어 주었다. 전시가 한창인 주말 오후, 한 살짜리 아기도 유아차를 타고 놀러 왔다. 아이와 동행한 어른들 모두 오는 길이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고, 큰 고생 없었다며 좋아했다. 일부러 많은 여백을 둔 전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도 걷고 뛰고 주저앉기도 하며 공간에 어우러질 수 있었다. 전시 제목처럼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바꾸어 낼 세상을 잠시 엿본 것 같았다. 복지팀의 장소요정, 참 잘했다!

1 접근성(接近性) 또는 액세서빌러티(영어: accessibility)는 산업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건축, 시스템 공학, 인간공학 등의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로,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지역, 나이, 지식 수준, 기술, 체험과 같은 제한 사항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이를 평가 할 때 쓰이는 말이다. 접근성이 높다는 것은 이러한 제한 사항을 가진 사용자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어떠한 제한 때문에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말한다.(설명 출처: 위키백과)
〈함께가는 여성〉 독자 의견 보내기
🏃♀️➡️헤다/성평등복지팀
최근 나를 소개하는 키워드로 ‘헤엄치기, 달리기, 놀기’를 정한 사람.
하지만 실상은 헤엄칠 여유도 달릴 체력도 놀 용기도 내기 어려운 양육자/활동가입니다.
올해의 장소요정은 헤다예요!🧙♀️
행사 기획의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장소 대관, 간식 준비 등일 것이다. 장소대관은 몇 명을 수용하는가, 목적에 맞는 음향기기가 있는가 등이 중요할 것이고, 간식준비는 행사 중간에 먹기 번거롭지는 않은가, 비건 실천을 하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인가 등을 체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성평등복지팀은 다른 운동단체들과 함께하는 크로스워크숍, 대중과 함께하는 시민워크숍, 그리고 10월, 대망의 돌봄전시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바로 내가 장소대관의 요정이 된 것이다! 이번 장소대관의 관건은 다름아닌 접근성1이었다.
‘정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우리들이 있다🌊
나는 만 한 살인 작은 사람을 돌보고 있다. 그와 함께 외출하려면 꽤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데, 유아차가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환영받지 못한다’라 함은, 물리적으로는 바퀴 달린 보행수단으로 넘지 못하는 계단과 문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심리적으로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자는 불편을 끼치는 존재라는 일종의 혐오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지하철 몇 번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가려는 공간이 ‘노키즈존’이 아님이 확실한 것을 확인하고, 부수적으로는 아기용 의자가 있는지, 수유공간이 마련되어 있는지 살피며 늘 두리번거려야 한다. 마음 속으로는 ‘나부터 이 아기를 시민으로 환대하자’라고 되뇌며 주눅들거나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바깥을 나설 때마다 각오가 필요한 사람들은 유아차 동반인 말고도 많을 것이다. 휠체어 이용자, 보행약자, 발달장애인, 신경다양인, 청소년, 퀴어, 비인간동물과 동행하는 사람, 홈리스 등 여기에 열거되지 않지만 ‘정상’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많은 자들이 그렇다. 우리가 만들려 한 돌봄전시의 접근성이란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자연스레 환대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하지만…….🤨
여러 장소 중에서도 전시공간을 찾는 것이 가장 험난했다. 1층이어도 계단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복도나 화장실이 좁아 휠체어가 회전하고 움직일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전시장을 대관하기로 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광화문역인 것도 좋았고, 장애인화장실과 엘리베이터도 바로 앞에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전시장에 문턱이 없어서 이동이 자유롭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광화문역은 9개의 출구 중 지상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단 1대이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만원이었다! 전시 물품을 나르는 데만도 엘리베이터를 수없이 기다리고, 그냥 보내고, 죄송하다는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줄 뒤에 있다는 이유로 휠체어 이용자를 남겨두고 닫히는 문 앞에서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크로스워크숍에서 만난 휠체어 이용자 호영 님이 우리의 돌봄에서 필요 없는 것으로 ‘그림자 취급’을 꼽은 것이 떠올랐다. 이동 시설이 충분히 많다면 휠체어 이용자도, 나와 같이 유아차 동반객도, 노인들도, 짐이 많은 사람도 서로를 돌아보며 기꺼이 돌볼 수 있을 텐데.
(▲이미지: (좌)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아차를 탄 아기와 어른 2명이 기다리고 있다. (우) 전시장의 돌봄공간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어른과 소파에서 쉬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 보인다. 커튼 안에서 아기 기저귀도 갈아줄 수 있었다.)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 나와 아기를 맞이하는 법💖
전시는 돌봄 크로스워크숍에 참여한 단체 중 일부가 기획단에 합류해서 함께 기획했다. 발달장애인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 소피아가 “전시처럼 많은 색과 정보가 쏟아지는 공간에 발달장애인과 함께 갈 때, 잠시 외부 자극과 차단되어 조용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전시에 ‘돌봄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커튼을 치면 밝은 빛도 가려지고, 소음으로부터도 잠시 비켜나 있을 수 있는 공간. 의자나 빈백 소파가 있기도 하지만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게끔 비워 둔 공간. 막상 이 공간은 전시 실무를 하는 우리에게도 쉴 수 있는 든든한 돌봄공간이 되어 주었다. 전시가 한창인 주말 오후, 한 살짜리 아기도 유아차를 타고 놀러 왔다. 아이와 동행한 어른들 모두 오는 길이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고, 큰 고생 없었다며 좋아했다. 일부러 많은 여백을 둔 전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도 걷고 뛰고 주저앉기도 하며 공간에 어우러질 수 있었다. 전시 제목처럼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바꾸어 낼 세상을 잠시 엿본 것 같았다. 복지팀의 장소요정, 참 잘했다!
1 접근성(接近性) 또는 액세서빌러티(영어: accessibility)는 산업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건축, 시스템 공학, 인간공학 등의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로,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지역, 나이, 지식 수준, 기술, 체험과 같은 제한 사항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이를 평가 할 때 쓰이는 말이다. 접근성이 높다는 것은 이러한 제한 사항을 가진 사용자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어떠한 제한 때문에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말한다.(설명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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