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여성노동팀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상담 과정 중 자살사고를 다룬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마주하며📞
“성희롱 상담하고 싶은데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의 상담 전화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합니다. “네, 상담 가능합니다.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면 긴 대답이 이어집니다.
묵혔던 이야기를 쏟아내듯 와다다다 말하는 내담자도 있고,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내는 내담자도 있습니다. 상담활동가 3년 차, 상담하며 내담자와 함께 언어와 구조적 문제를 찾아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상사의 성희롱 발언이 불쾌했다는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본인을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으로 호명해서 성차별이라고 느끼신 건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맞아요! 그거예요. 제가 회사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요.”라고 답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성희롱이 ‘성적인 농담’, ‘불쾌한 감정’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누군가를 동료 노동자가 아닌 성적인 존재로 호명하고 그 사람의 역할과 일을 지워버리는 조직문화의 문제라는 점이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이렇듯 여성노동상담은 노동자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 일터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현장입니다.
제가 상담활동가로 노동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피해자가 자살시도 중에 상담 전화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 삶을 비관하면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언급하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려 애쓰며 내담자가 있는 장소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상담 전화를 끊고 얼떨떨해 있는데 동료들은 제가 이 업무공간을 떠나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팀장은 혹시 내담자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건 상담원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상담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다💭
퇴근길엔 그저 힘든, 특이한 상담이 있었던 하루였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성희롱·괴롭힘 등 피해를 경험한 내담자들은 취약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피해자 상담을 한다면 언제라도 마주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동료 활동가들의 도움 또한 개인의 호의를 넘어서는 상담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보호이자 지지라고 여겨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상담노동자들도 충분한 조직적 보호를 받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상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상담을 계기로 상담원의 역할과 노동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지: 1366 서울센터 상담사의 권리보장 촉구 기자간담회 사진. 참여자들이 교대근무 개선, 인력 충원 등 요구사항이 쓰여진 피켓을 들고 있다.)
상담에도 많은 종류가 있는데 24시간 운영되는 위기개입 상담은 대표적으로 여성긴급전화 1366, 자살예방통합상담전화 109, 청소년 1388이 국가(중앙정부·지자체)의 책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366, 109, 1388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자살위험자, 위기청소년 등 다양한 위기에 놓여있는 시민을 보호하는 상담원의 노동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도, 새벽에도 상담은 멈추지 않기에✊️
위기개입 상담원들은 대부분 여성노동자이며 24시간 위기상담의 특성상 3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시간 내내 전화에 응대하거나 전화 수신을 대기하며 긴장도가 높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내담자를 대하여야 하는 어려움 또한 있습니다. 무엇보다 업무 과중 및 소진으로 퇴사율이 높은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사회복지’라는 인식으로 인해 일하는 노동자로서 노동조건 개선을 말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를 조력하고, 자살위험자의 안전을 살피고,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위기개입 상담은 시민을 돌보고 살리는 엄청난 돌봄이기도 합니다. 돌봄노동은 주로 여성노동자들이 수행하고, 늘어나는 사회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어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민우회 여성노동팀은 위기개입 상담원들의 노동환경을 알아보고 지속가능한 상담노동을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공공안전망으로서 위기상담이 기능하기 위해 상담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고 토론회도 열어보려고 합니다. '헌신적인 일', '좋은 일'을 넘어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떤 돌봄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속가능한 위기개입 상담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궁금하진 않으신가요? 앞으로의 활동도 지켜봐 주시고 혹시 주변에 위기개입 상담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면 민우회에서 이런 활동 하더라 살짝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 상담 안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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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여성노동팀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상담 과정 중 자살사고를 다룬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마주하며📞
“성희롱 상담하고 싶은데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의 상담 전화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합니다. “네, 상담 가능합니다.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면 긴 대답이 이어집니다.
묵혔던 이야기를 쏟아내듯 와다다다 말하는 내담자도 있고,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내는 내담자도 있습니다. 상담활동가 3년 차, 상담하며 내담자와 함께 언어와 구조적 문제를 찾아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상사의 성희롱 발언이 불쾌했다는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본인을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으로 호명해서 성차별이라고 느끼신 건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맞아요! 그거예요. 제가 회사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요.”라고 답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성희롱이 ‘성적인 농담’, ‘불쾌한 감정’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누군가를 동료 노동자가 아닌 성적인 존재로 호명하고 그 사람의 역할과 일을 지워버리는 조직문화의 문제라는 점이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이렇듯 여성노동상담은 노동자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 일터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현장입니다.
제가 상담활동가로 노동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피해자가 자살시도 중에 상담 전화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 삶을 비관하면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언급하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려 애쓰며 내담자가 있는 장소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상담 전화를 끊고 얼떨떨해 있는데 동료들은 제가 이 업무공간을 떠나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팀장은 혹시 내담자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건 상담원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상담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다💭
퇴근길엔 그저 힘든, 특이한 상담이 있었던 하루였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성희롱·괴롭힘 등 피해를 경험한 내담자들은 취약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피해자 상담을 한다면 언제라도 마주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동료 활동가들의 도움 또한 개인의 호의를 넘어서는 상담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보호이자 지지라고 여겨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상담노동자들도 충분한 조직적 보호를 받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상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상담을 계기로 상담원의 역할과 노동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지: 1366 서울센터 상담사의 권리보장 촉구 기자간담회 사진. 참여자들이 교대근무 개선, 인력 충원 등 요구사항이 쓰여진 피켓을 들고 있다.)
상담에도 많은 종류가 있는데 24시간 운영되는 위기개입 상담은 대표적으로 여성긴급전화 1366, 자살예방통합상담전화 109, 청소년 1388이 국가(중앙정부·지자체)의 책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366, 109, 1388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자살위험자, 위기청소년 등 다양한 위기에 놓여있는 시민을 보호하는 상담원의 노동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도, 새벽에도 상담은 멈추지 않기에✊️
위기개입 상담원들은 대부분 여성노동자이며 24시간 위기상담의 특성상 3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시간 내내 전화에 응대하거나 전화 수신을 대기하며 긴장도가 높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내담자를 대하여야 하는 어려움 또한 있습니다. 무엇보다 업무 과중 및 소진으로 퇴사율이 높은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사회복지’라는 인식으로 인해 일하는 노동자로서 노동조건 개선을 말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를 조력하고, 자살위험자의 안전을 살피고,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위기개입 상담은 시민을 돌보고 살리는 엄청난 돌봄이기도 합니다. 돌봄노동은 주로 여성노동자들이 수행하고, 늘어나는 사회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어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민우회 여성노동팀은 위기개입 상담원들의 노동환경을 알아보고 지속가능한 상담노동을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공공안전망으로서 위기상담이 기능하기 위해 상담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고 토론회도 열어보려고 합니다. '헌신적인 일', '좋은 일'을 넘어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떤 돌봄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속가능한 위기개입 상담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궁금하진 않으신가요? 앞으로의 활동도 지켜봐 주시고 혹시 주변에 위기개입 상담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면 민우회에서 이런 활동 하더라 살짝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 상담 안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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