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시선👀]“달릴 때 생각해요. 나 춘천 사랑하나 봐…” - 월밤달리기 모임장 ‘설화’님을 만나다.

춘천여성민우회에는 월요일 밤 8시에 공지천을 달리는 소모임
‘월밤달리기(이하 ‘월밤’)’가 있습니다.
달리고는 싶지만 부상이 무서워 주저하는 본부 활동가 꼬깜이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가 달리기인 월밤의 모임장 설화를 온라인으로 만났습니다.



 

꼬깜(이하 ‘꼬’): 설화님, 안녕하세요. 춘천여성민우회 총회에서 뵙고 이렇게 만나네요. 월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설화(이하 ‘설’): 2022년 겨울에 춘천여성민우회 운영위에서 회원과 함께 활동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거든요. 2023년 모임 아이디어 논의를 하며 달리기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 대표였던 소매 가 그것을 기억하고 모임장을 제안하셨어요. 밤에 달릴 때면, 춘천 건물들이 높지 않아 달빛 아래서 뛰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월요일이자 달 월(月)로 ‘월밤’입니다.

 


수다떨면서 뛰면 어느새 5키로가 넘어가 있어요.😁


꼬: 춘천여성민우회 회원이어야 참여할 수 있나요?

설: 기본은 회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엄격하게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몇 번은 친구들, 지인들 데려와서 뛰기도 했어요. 모임 카카오톡 대화방엔 14명이 있고 최근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분은 5명이에요.

 

꼬: 함께 뛰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설: 모임에 50~70대 중장년 여성들이 많은데 존경스러울 때가 많아요. 모임 초반에는 아주 천천히 2km를 뛰었는데 그렇게 긴 거리를 뛴 게 살면서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젠 5km도 거뜬히 뛰시고 10km 마라톤도 나가고 있어요.(꼬: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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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024년 5월 여성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5명의 회원들이 마라톤을 마치고 메달을 들고 웃고 있다.)

 

꼬: 혼자 뛰면 빨리 갈텐데ㅎㅎ 같이 뛰는 이유가 있나요?

설: 저는 해숙 샘(월밤달리기 모임을 같이 하는 회원이자 러닝메이트)이랑 페이스를 맞춰서 뛰는데요. 저도 모르게 수다스럽게 뛰고 있더라고요. 그날 있었던 회사 이야기, 전날 산에 간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등 제 고민을 해숙샘이 잘 들어주기도 하셔서 천천히 뛰면서 이야기 나누다보면 5km는 금방 넘어가요. 요즘은 페이스를 7분 30초 기준으로 여유를 갖고 뛰어요. 제가 해숙 샘에게 일고민을 나누면 조직의 장이시다보니 관리자 입장으로 이야기 해주시기도 하고, 해숙 샘이 제게 막내 직원 입장을 물어보시면 제가 직원 입장에서 이야기 하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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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토마토와 오이가 가득한 콩국수 사진)

 

꼬: 경도(‘경찰과 도둑’의 준말로 일종의 술래잡기 게임)를 해보고 싶었는데 나이 제한으로 못갔거든요.(웃음) 못하니까 더 하고 싶더라고요. 요즘 모임에 나이 제한이 많은데 다양한 세대가 있는 모임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설: 제가 겪는 하루의 이야기를 한 템포 떨어져서 봐주는 것이 좋아요. (제가 기자여서) 달리기 하기 전까지도 정신없이 기사 쓰고 오는데 월밤 가면 여유를 갖고 투정 부리기도 하고요. 멸치, 깻잎조림 같은 반찬도 챙겨주시고, 여름에는 텃밭 농사지은 토마토를 주셔서 토마토와 오이 넣어서 콩국수를 만들어 먹었어요. 정신적 의지도 되지만 일상에서도, 건강으로도 의지가 돼요.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나이와 상관이 없더라고요.🤗


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스트레스 해소로 달리기를 했는데도 마라톤 나갈 생각은 못했어요. 2년 전 마라톤 붐이 일기 직전부터 해숙 샘이 여성 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나가보자 해서 5km 마라톤을 처음 뛰게 되었어요. 그 다음해엔 10km를 뛰었구요. 혼자였으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을 회원 분들이 제안해 주셔서 할 수 있게 됐어요. 또 러닝메이트가 생겼어요. 내 페이스에 대한 메이트가 아니라 이 마라톤의 지속에 영향을 가장 주는 사람이 해숙샘이에요. 도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이와 관계없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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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한 명(설화)이 셀카로 나란히 뛰는 다른 한 명(해숙)을 카메라로 비추고 있다.)

 


혈혈단신 1인가구인 저에게
회원분들이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어요.🥹


꼬: 저도 언젠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있는데요. 여행 다닐 땐 꼭 여기 살면 어떨까? 생각하며 관찰하거든요. 춘천에서 1인가구로 살기 어떤가요?

설: 사실 너무 좋아요. 춘천이 의암호를 비롯해서 호수가 많고 길이 예뻐요. 매일 같이 강가 보고 뛸 수 있고요. 원래는 철원군에서 살다 대학을 서울로 가면서 이주했다가 춘천으로 취업을 하면서 오게 되었어요. 이제 5년 정도 되었어요. 요즘엔 달릴 때 ‘나 춘천 사랑하나 봐…’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번 주에 의암호 호숫가가 마냥 환하지 않아서, 적당한 조명이 있고 물이 잔잔한 날이어서 그걸 더 느꼈어요. 뛰면서 이 고요함이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의암호를 낀 공지천 거리가 진짜 이뻤어요. 겨울에는 가지만 있는 나무 배경으로 밤하늘이 펼쳐져 있는데 올려다보며 뛰다가 ‘아, 이 곳에 정이 많이 들었구나’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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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로 빛이 쏟아진다. 윤슬이 빛난다.)

 

꼬: 처음 이주해와서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설: 민우회에서 만나는 분들이 울타리가 되어 줘서 적응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혈혈단신 지역에 혼자 살기 때문에 소모임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분들에게도 어려울 때 SOS 치기도 해요. 또래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민우회가 있어서 든든해요. 울타리 안에 있다는 생각을 작년에 많이 했습니다.

꼬: 너무 부럽습니다. 으헉..

 


공지천, 춘천역, 소양2교, 의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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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어두운 밤, 꽃핀 나무를 3명의 사람들이 보고 있다.)

 

꼬: 춘천의 러닝코스를 추천해주신다면?

설: 공지천 ‘이디오피아의 집’(꼬: 유명 까페죠)에서 시작해서 춘천역 부근까지 왕복 4km 뛰는 코스를 좋아하고요. 더 가면 소양2교 다리가 있는데 거길 넘어서 의암호를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거기도 좋습니다. 봄엔 벚꽃이 피고 여름엔 잎이 무성해져서 월밤에서는 숲길 아래 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가을에는 단풍이 쫙 깔리는데 레드카펫 위를 걷는 느낌이에요. 겨울에는 잎을 다 떨구고 가지만 남은 나무가 정말 아름다워요. 활기를 느끼려면 강원대학교나 춘천교대 트랙을 뛰어도 좋습니다.

 

꼬: 제가 몇 년 전에는 뛰려고 했는데 허리부상도 있고 내 속도가 느리다보니 같이 뛰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멈춘 상황이거든요. 저같은 사람에게 해주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설: 속도에 부담이 있다면 당당하게 속도를 늦추세요!(꼬: 정답이네요)

꼬: 월밤을 3년 넘게 하고 있는데 달리는 속도에 변화가 있나요?

설: 월요일은 회복 러닝의 개념이어서 평균 7분 30초 대로 뛰고 있어요. 기록 단축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그 전에는 8분 30초 대로 뛰었던지라, 그간 자연스럽게 빨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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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온라인 줌 미팅에 참여한 꼬깜과 설화가 화면을 보고 웃고 있다.)

 

꼬: 마지막으로...춘천 맛집을 소개해준다면?

설: 특정 맛집이라기보다 두부전골집, 보리밥집은 웬만하면 다 성공합니다.(꼬: 끄덕끄덕)

꼬: 월요일에 춘천에 있으면 월밤에 합류하고 싶네요. 친구 없이 가면 좀 어색할까요...?

설: 친구는 제가 있습니다. 놀러오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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