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성들은 테러공격과 보복전쟁을 반대한다"
우리는 이번 미국의 테러참사를 보면서 희생자에 대한 진심어린 애도의 뜻을 표한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전 세계를 경악과 공포에 빠뜨린 9월 11일, 미국의 테러참사는 평화를 열망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더구나 참혹한 한국전쟁을 겪고 반세기 이상 분단과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여성들로서 우리는 이번 태러행위로 인한 인명의 희생과 재산피해, 그 가족과 이웃, 공동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정신적 충격과 두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어떠한 목적의 테러와 폭력, 전쟁도 반대한다.
일상적인 삶을 시작하던 시민들을 한 순간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테러 행위는 어던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으며 용인될 수 없다. 테러와 전쟁의 뿌리에는 증오와 원한이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따라서 테러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구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증오와 원한을 평화적으로 푸는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인류 공동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테러리즘의 근원적 뿌리가 제거되어야 하고, 다양한 갈등이 정의와 신뢰에 기반한 대화와 이해, 협조, 협상, 중재 등 평화로운 방법을 통해 해결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 여성들은 다른 양심세력들과 함께 테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테러를 근절시키는 방법은 또다시 시민들의 대규모 희생을 불러들이는 폭력적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미국의 분노가 보복공격으로 이어짐을 우려하며 신중한 외교정책을 펼 것을 촉구한다.
세계의 양심적 지식인들과 평화단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힘의 외교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편향된 친 이스라엘 정책은 이스라엘-팔레스틴 지역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낳았고, 이는 아랍권에 분노와 좌절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 세력들에게도 커다란 실망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테러 범죄자 은신과 관련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보복전쟁을 계획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러한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미국의 테러보복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한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비롯한 최신예무기로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는 미국이 이번엔 경험한 비극적 공격을 다시금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하는, 그리하여 범 아랍권 민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앞으로 세대에 걸친 피의 보복이 악순화되는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희생이 에상되는 전쟁수행하기 이전에 보다 확실하게 이번 사건의 발생과정을 규명하고 배ㅅ후세력을 밝혀 이들을 국제법적으로 처리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쟁이라는 대응이 전세계의 군비확장, 군사주의 확대로 이어질 것에 대해 경계한다. 우리는 미국이 이번 전쟁으로 군비확대의 명분을 확보하고 아프가니스탄 땅에서 최신예 무기를 실험할 것으로 예측되어 이를 우려하는 바이다. 또 미국 사회 전체에 설쳐 감시와 통제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시민들의 자유가 제한되고 민주주의가 후퇴될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미국참사가 한반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한다.
미국참사에 대한 해결을 위한 저부의 지원은 인도적 차원을 넘어 어떠한 군사적 지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적인 위기가 고조될수록 남과 북은 서로 협력하여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함께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전쟁을 경험한 우리 여성들은 폭력과 무력을 통한 갈등의 해결이 결코 평화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런 신념 위에서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 우리 여성들은 국내의 평화단체, 여성단체,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또한 해외 평화단체들과 연대하여 지구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시 한번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과 미국시민들의 고통에 연대를 표한다.
2001. 9. 18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천주교여성공동체,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민주화실천운동가족협의회, 좋은벗들,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YWCA,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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