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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월호 [여성공감II] 여성노동관련법, 그 실효성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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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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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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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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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50
여성공감 I
여성노동관련법, 그 실효성을 높이자.
김창연
전 대기업 인사과에 다니는 여성입니다. 지난 5월 17일, 부서에서 파트별 회식이 있었습니다. 1, 2차를 끝내고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가던 중 차장님이 조용히 한 잔 더하고 가자고 말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그전에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도 못했고 별로 마시지도 않았기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집으로 갔고 차장님과 함께 술집으로 향했는데 술집 입구에서 차장님은 앞서가던 저의 몸을 돌려 제 얼굴에 손을 감싸쥐고 입술에 뽀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척 하고, 자리에 앉아서 간단히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 화장실에 다녀온 차장님이 제 옆자리에 앉더니 다시 뽀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했는데 차장님을 보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대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재 받으러 가기도 싫었어요. 그 주 수요일에 다시 회식이
있었는데 전 그 때의 기억 때문에 회사에 나가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2002년 한국노총 고용평등상담실 상담 사례>
위의 상담사례는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한 이후 피해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가해자와 계속해서 대면하거나 일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자의 성적 자율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므로 피해자가 또 다시 어떠한 침해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보호하고, 성희롱 사건과 관련하여 직장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후 가장 빠르게 취해져야 할 조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담고 있는 법 조항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직장내 성희롱 발생시 조치]로서, 제2항은 ꡒ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에는 그 주장을 제기한 근로자가 근무여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ꡓ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ꡒ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그 피해근로자에게 해고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여서는 아니 된다ꡓ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관련하여 찾아볼 수 있는 법 조항이다.
그런데, 법 조항에서는 위의 상담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ꡒ직장내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ꡓ와 같은 구체적인 보호조치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명시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이는 직장내 성희롱의 피해자를 적절히 보호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법 조항의 전체적인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법을 해석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 해당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관련 법 조항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해석하고 그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법을 어떻게 적용․운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법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행정기관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나 근로기준법과 같이 여성의 일, 일하는 여성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법들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은 노동부이다. 노동부는 이러한 법들과 관련하여 노동자측이나 회사측으로부터 질의를 받고 그 질의가 법 위반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회시를 내리거나, 다양한 지침서들을 발간함으로써 각 사업장에서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법 위반에 대하여 법정에서 다투기 이전에 ꡐ법을 지키는 방식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그 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식을 지도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법에 대하여 제시된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도는 상세하게 그려져 있을수록 원하는 목적지를 찾는데 유용하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가이드라인 역시 상세하고 구체적일수록 지키기 쉬울 것이다. 외국의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매우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례로 호주의 인권과 평등기회위원회(Human Rights and Equal Opportunity Commission)의 성희롱 관련 가이드라인은 사업주가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하여 취해야 할 단계의 하나로 ꡐ직원들 및 관련 노동조합과 상의하여 서면으로 된 성희롱 예방 정책을 개발할 것ꡑ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서면으로 된 예방정책을 비영어권자인 직원들도 알 수 있도록 관련 언어로 번역할 것과 문맹인 직원이 있을시 그 정책에 대한 언어적 소통을 강화할 것까지 명시하는 등 상당히 상세한 지침을 보여주고 있다.1)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처럼 자세하고 구체적이며 다양한 지침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이 구성되어 있으되, 법 조항을 나열하는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포괄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각 사업장에서 여성노동관련법의 취지와 이념을 적절히 구현하기 위한 매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여성노동관련법이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그럼으로써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구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할까? 남녀고용평등법이나 근로기준법 제5장과 같은 여성노동관련법의 가이드라인은 모집․채용, 임금, 승진, 정년․퇴직․해고, 직장내 성희롱,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법들이 다루고 있는 고용상의 모든 단계에 있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직장내 성희롱, 특히 성희롱 행위자(가해자) 징계조치2)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ꡐ직장내 성희롱 발생시 조치ꡑ 부분에 대하여 필요한 가이드라인의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 징계조치 관련하여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자. 노동부의 경우 이에 대하여 ꡒ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하여 성희롱의 정도, 지속성을 감안하여 부서전환하거나 경고, 견책, 정직, 휴직, 전직, 대기발령, 해고 등의 적절한 징계조치를 하여야 한다ꡓ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풍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 징계조치 관련 가이드라인
1. 사업주는 성희롱 사건이 접수되면 조사내용, 사실확인 결과 등에 대해서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2. 예방과 처벌의 효과가 없는 부서전환은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로 보지 아니한다.
3. 사업주는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조치 내용, 징계조치 결과, 징계효과 발생 정도에 대하여 문서로 기록, 보관하여야 한다.
4.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조치 실시 후 이를 사내에 공지하여야 한다. 이때 공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사항
들을 포함하여야 한다.
● 직장내 성희롱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사업주의 의지
● 직장내 성희롱 행위의 내용
● 징계의 이유
● 징계조치 내용 등
5.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조치 실시 후 그 결과 및 효과에 대하여 점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6.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행위여부와 그로 인한 징계 여부를 승진 시의 평가항목에 포함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피해자 보호조치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자. 이와 관련해서는 노동부와 여성부가 모두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상담과 조사과정, 징계조치 과정에서의 피해자 보호만을 명시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는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직후부터 징계조치 이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임을 인식하고 보다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 관련 가이드라인
1. 사업주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우선 격리하여야 한다. 이 때 격리는 부서 내 자리이동,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 업무의 분리, 사무실 이동 등 다양한 방식을 가질 수 있으되 피해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가능한 방식을 결정하여야 한다.
2. 사업주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휴가를 부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 때의 휴가는 피해자에게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 반드시 부여되어야 하며, 휴가기간은 직장내 성희롱의 피해 정도를 고려하여 피해자와 상의 후 결정하여야 한다.
3. 사업주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우선 격리를 위해 일정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경우 그 기간 동안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피해자에게 휴가를 부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4.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문제제기 후 피해자의 직장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다른 노동자들에 의한 악의적인 언행이나 비난, 소문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5. 사업주는 상담과 조사 시 피해자와 증인이 처한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야 한다.
6. 사업주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상담이나 조사 시 근로자 대표 혹은 기타 다른 대리인을 동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7. 사업주는 피해자와 증인이 가해자 혹은 가해자라고 지목된 자로부터 보복 등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8. 사업주는 피해자가 자신의 성희롱 사건 구제를 위해 다른 기관을 이용할 경우 이에 관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9. 사업주는 피해자에게 성희롱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는 아니된다.
가이드라인은 법과 동일한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예시한 바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행정기관에 의해 마련되고 제시될 경우, 이는 법의 해석과 집행에 대한 행정부의 입장과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서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있어 커다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논의한 가이드라인은 고용상의 성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이드라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도 다양한 성차별적 고용 관행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구성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러한 작업에는 다른 누구보다도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김창연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상근활동가
여성노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새내기 상근활동가입니다.
요즘은 ꡐ건강이 최고ꡑ라는 말이 만고의 진리임을 깨닫고 있답니다.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
주석
1) Human Rights and Equal Opportunity Commission(1996), ?exual Harassment - A Code of Practice?
2)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 징계조치와 관련한 법 조항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으로서 그 내용은, ꡒ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그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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