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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월호[이슈포커스 ] 정치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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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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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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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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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49
이슈포커스
정치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김민영
SK비자금 사건 후 한달
SK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지난 한 달 동안 참으로 엄청난 일들이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숨가쁘게 지나갔다. 최측근의 비리혐의로 현직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섰으며 야당은 일제히 오래 끌지 말고 당장 재신임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이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이 당장 하야하고 금방이라도 대통령이 바뀔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국민들의 재신임 지지율이 의외로 높자, 한나라당을 포함한 야당은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위헌주장을 하며 국민투표 반대로 돌아섰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곤두박질 칠 차례가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SK로부터의 100억 수수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최돈웅의원이 현찰 100억을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넘겨받아 당사로 옮겼노라고 순순히 자백하자 국민들의 비난이 한꺼번에 한나라당에 쏟아졌다. 급기야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석고대죄한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으며 이회창 전 총재 역시 자신의 책임이라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한달 동안 가장 주가를 올린 쪽은 그동안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던 검찰이었다. ꡐ검사 팬클럽ꡑ에 보약선물이라니…, 한두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납작 엎드려있던 한나라당이 대통령선거 이후 그동안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의원 등 소위 ꡐ나바론특공대-저격수3인방ꡑ을 앞장세우며 한 손에는 ꡐ초강력 정치개혁안ꡑ과 또 한 손에는 ꡐ노무현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특별검사제ꡑ로 무장하고 분위기를 반전해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와중에 최병렬대표는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ꡐ기업의 정치자금제공 금지ꡑ ꡐ완전선거공영제 실시ꡑ ꡐ후원회폐지ꡑ ꡐ지구당폐지ꡑ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 가운데 ꡐ완전선거공영제ꡑ ꡐ지구당폐지ꡑ 등을 4당 총무간 협상에서 합의하고 당장이라도 정치개혁을 이룰 것처럼 국민들 앞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이 내놓는 정치개혁안의 함정
궁지에 몰린 정치권은 말 그대로 정치개혁 경쟁에 나선 것 같다. 그 속내야 어떻든 간에 정치권이 정치개혁 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개혁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안들은 여러 가지 논란을 안고 있어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먼저 ꡐ기업의 정치자금 제공 금지ꡑ ꡐ후원회 폐지ꡑ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자체로는 기업으로부터 정당이나 정치인이 직접 돈을 수수하면 불법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염원하는 정치부패 척결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기에 슬쩍 꼬리표를 붙였다. 기업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는 대신, 법인세 1%를 의무적으로 기탁하여 각 정당에 나눠달라는 것이다. 그 전체규모가 기준에 따라 연간 1000억 내지 1700억에 달한다고 하니 이 또한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현재 각 정당에 나눠주는 정당보조금 배분방식으로 그 돈을 배분한다면 이 주장을 가장 앞장서서 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가만히 앉아서 500억원에서 900억 가까운 돈을 가져갈 수 있다.
속되게 표현해서 그동안 자신들이 불법, 탈법, 편법으로 모아왔던 정치자금을 이제는 국민세금을 끌어다 손쉽게 조달하겠다는 발상이다. 게다가 국민 1인당 800원씩 계산해서 주요정당에 수백억씩 지원하고 있는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아마도 기존의 국고보조금은 그대로 두고 자신들이 직접 거둬들였던 후원금 대신 이만큼 지원해달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렇게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주지 않으면 그동안의 불법, 탈법, 편법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지 참으로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이런 억지를 그냥 받아줄 국민이 어디 있겠나?
ꡐ완전선거공영제ꡑ라는 것도 그렇다. 선거공영제라는 것이 선거운동과 선거관리에 들어가는 돈을 국고로 댄다는 것인데, 이미 우리나라 선거는 약 70%정도 선거공영제가 이뤄지고 있다. 즉 후보로 나와서 일정 득표 이상만 하면 홍보활동, 공식 선거운동원 활동비 등 선거비용 가운데 70%정도는 돌려받는다. 완전선거공영제라는 것은 이를 100% 모두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탁금만 내면 100% 나라세금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니 너도나도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돈을 과연 국고로 다 충당해 주어야할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선거운동하면서 각종 공조직(지구당 당료들이 공식적으로 2-300명, 각종 직함을 가지고 있는 당원들을 다 합치면 1천여명에 달한다고 한다)을 운영하고 여기에 사조직까지 동원되니까 천문학적 자금이 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ꡐ완전선거공영제ꡑ라고 하는 것이 ꡐ돈 많이 드는 선거ꡑ를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치권이 ꡐ완전선거공영제ꡑ 도입의 전제로 지구당 폐지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그 이름이 ꡐ연락사무소ꡑ이든 ꡐ00산악회ꡑ, ꡐ00연구소ꡑ이든 간에 수십년간 이어져오며 돈먹는 하마로 불리는 각 정당의 ꡐ숨어있는 조직ꡑ이 과연 사라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치개혁,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부터 합의해야
이렇듯 정치권은 겉으로는 국민들의 정치개혁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하지만 그 실상은 국민세금을 정치자금으로 전용해 편하게 정치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정치에 돈이 든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자금은 무엇보다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소액다수의 후원금, 당원의 당비에 기반하는 것이 맞다. 정치개혁 하겠다고 한다면 소액다수의 후원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 고민해야지, 편하게 돈 모을 궁리만 해서야 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아예 후원회를 폐지하고 전액 국고로만 정치활동, 선거운동을 하자는 것은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정치개혁은 무엇보다 정치부패 척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ꡐ정치자금법 개정ꡑ과 ꡐ돈세탁방지법 개정ꡑ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정당, 정치인과 관련된 모든 자금은 모두 ꡐ정치자금ꡑ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제공되는 일정액(예컨대 시민단체들은 100만원 이상)이상의 후원금 내역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선관위는 이를 유권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ꡐ정치자금 실명제 도입ꡑ이 가장 중요하다. 고액후원의 경우 수입금액, 일시, 성명, 주소, 소속(기업이나 단체) 등을 소상히 공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과 함께 정당, 정치인은 계좌를 단일화하여 그 입출금을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며 수입지출시 수표나 카드사용을 의무화하여 그 내역을 유권자들에게 유리알같이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정치부패, 불법정치자금 연루자에 대한 처벌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치자금 위반자에 대한 현재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정치부패 근절이 쉽지 않다. 정치자금 위반혐의가 확정되면 선거사범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을 박탈해서 정치권에서 퇴출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선거사범이나 정치자금위반자에 대한 법원의 재판도 속전속결로 이뤄지게 해 방탄국회니 뭐니 해서 임기를 다 채우고 나서야 물러나는 현재와 같은 폐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SK비자금 사건에서 보듯이 100억이라는 뭉칫돈이 현금으로 오고가는데도 이를 추적할 수 없었다는 것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ꡐ돈세탁방지제도ꡑ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고쳐 일정액 이상의 모든 현금거래에 대해 자동으로 통보하게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제도) 도입과 국내금융거래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 정치자금에 대한 예외조항 삭제 등 돈세탁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단일계좌, 수표․카드사용 의무화,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강화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후원금 내역공개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내역공개가 이뤄지면 사실상 뭉칫돈을 내는 기업후원이나 이해당사자들의 후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정치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법인세 1% 정치자금 기탁의무화나 완전선거공영제 등에 집착하는 것도 정치자금의 투명화가 강화되면 정치자금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정치권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돈 많이 드는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정치권의 발상의 전환, 소액다수의 후원자를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뼈를 깎는 자기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개혁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개혁이라 할 것이다.
선거개혁 그리고 정당개혁
정치권 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협상이 한창이다. 이에 대해서는 각 정당, 각 정파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쳐 쉽게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정치자금제도개혁 등 온 국민이 원하고 있는 내용부터 합의하고 선거제도의 개혁은 합리적 접근방식을 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위헌판정이 난 현행 전국구제도 개혁과 지역구간 인구편차의 조정 등은 올해 12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중대선거구제와 같은 그 효과가 불분명한 접근법보다는 ꡐ1인2표 방식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ꡑ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구간 인구편차를 3:1 이하로 줄여 지역구 의원숫자를 현행보다 줄이거나 전체의석수를 약간 늘려 비례대표 의원의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구 의원숫자와 정당지지율에 따라 선출되는 비례대표의 숫자를 1:1로 가져가는 것이 선거와 정당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라 보고 있다.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를 위해 이렇게 늘어난 비례대표 의원수의 50%를 여성에 할당하되 그 순번을 홀수로 하여 실제로 원내 진입하는 여성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급적 지역구에서도 각 정당이 30% 이상을 여성후보에 할당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현역 국회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사전선거운동금지규정을 개정해 정치 신인들, 예비 후보자들도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이럴 경우 예비후보자도 일정금액의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되 당내 경선자금 등 선거 이전에 들어간 모든 자금에 대해서도 수입지출 신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내 경선도 본선거만큼 혼탁하다는 차원에서 이에 대해서도 선거법에 준해 그 위반에 대해 처벌할 규정을 마련하고 선관위의 위탁관리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개혁에 대한 대안은 이제 나올 만큼 나왔다. 정치권도 이런 내용을 지겨울 만큼 들어왔다. 문제는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가에 달렸다. 정치권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11월말까지 정치관계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과연 이행될 것인지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개별의원 한사람 한사람을 맡는 맨투맨캠페인을 벌이며 그 약속을 채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개혁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정말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민영 |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학생시절 학생회 활동을 했으며
졸업 후에 인천지역 노동운동 경험을 거쳐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 활동은 1995년부터 결합했으며
현재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분야를 담당하는 시민감시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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