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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월호[함께하는 이야기 l- 내 안의 보물 II]l 나는야, 사이버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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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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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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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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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17
함께하는 이야기 / 내 안의 보물Ⅱ
나는야, 사이버 짱!!
일을 하다 잠시 틈이 나는 데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그건 온라인 동아리를 살피는 일이다.
혹시 누가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는지, 급하게 답변을 기다리는 글이 있는지, 유익한 정보가 올라와 있는지…
내가 운영하는 동아리가 세 개가 된다. 물론 회원이 적은 동아리도 있고 많은 동아리도 있지만 나름대로 동아리를 상큼하게 꾸려가려고 노력중이다. 늘 마음만은 열정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차 한 잔의 온기와 포근함을 전해줄 준비가 되어있다. 이렇게 육아포털 사이트의 지역동아리를 꾸린 지 3년이 지났다. 이젠 닉네임을 보면 인적사항이 머리위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요즘 주변에 보면주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다 보니 그 홍수 같은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한다. 물론 가장 주부를 우울하게 하는 건 결혼생활을 하면서 점점 자신이란 존재가 퇴색되어 간다는 사실일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아무개의 엄마로 불리고 남편만을 바라보다 보니 남편에게 집착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예전에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해 보아 동아리 회원들이 타지에서 이사 와서 우울하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열심히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낼 수 없어 오프라인 모임을 자주 참여하지 못하지만 회원들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 매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나를 멀리서 지켜보는 회원들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얼마 전에 우울함을 호소하던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만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너무 남편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아요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흔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랑 만난 이야기를 남편에게 자세히 말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슬쩍했었다. 그래서, 남편이 누구 만났냐고 궁금해 하면서 물었는데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단답형으로 대답을 했다고 했다. 그분은 서울에서 이사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분명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남편은 다음날 아침에도 누구를 만났는지 또 물었다고 한다. 그래도 별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넘어갔더니 다음날 남편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백양사로 드라이브 가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며 환하게 웃는 사람! 그 남편이 아내에게 긴장하는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요즘 간혹 문자를 보내오는 그분을 보며 나는 괜히 행복해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우울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일이 건전한 온라인 동호회 활동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동아리에 들러 오늘 하루 일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인터넷 익명성의 편리함)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읽고 다른 회원들이 답변을 해주다 보면 어느새 기혼여성의 공통된 고민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진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던 회원들이 열심히 사는 회원을 보고 자극을 받아 전념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 또한 보기 좋다.
품앗이 육아소모임의 시작
작년에 품앗이 육아 소모임을 구성하려고 이틀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회원이 500명 정도(현재 950명)이었는데 아이들을 월령별 동네별로 구성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나날이 수업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을 보니 보람이 있었다. 품앗이 육아 소모임을 꾸리게 되면 일단 준비모임에 참여하여 예전에 다른 소모임에서 수업했던 녹화 장면을 보여주고 수업의 패턴을 알려준다. 그러면 회원들은 그 모델수업을 보고 더욱 재미있게 한 가지씩 파트를 정해 영어, 미술, 수놀이, 사물인지, 동요, 동화 등을 준비해 엄마 선생님들이 수업을 돌아가며 진행한다. 늘 엄마와 단둘이만 지내 낯을 가리던 아이도 몇 번 수업을 하면 또래친구도 사귀고 수업에 적응을 한다.
품앗이 육아 소모임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아이들이 또래친구도를 사귈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
동화 읽는 어른들
올해 동아리의 회원들이 광주 동화 읽는 어른(어린이도서연구회 산하 소모임)의 모임에 6~7명이 신입회원 교육을 받고 각 도서관별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나도 2년 가까이 활동을 해온 오프라인 동화연구 모임인데 회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모임이어서 적극 추천했다. 지금 그 모임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보면 1주일에 한번 모여 읽은 동화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그 동안 아이 키우면서 공허했던 마음이 동화를 읽으면 아이들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본인도 점점 마음이 신선한 동심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고 한다. 아는 회원 중에 아이가 어려 동화 읽는 어른활동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던 분이 있는데 나도 둘째 아이가 4개월 되었을 때 안고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모임을 열심히 해보라고 권했는데 지금은 동화 읽는 어른 모임도 하고 영어회화를 배우러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어 매우 뿌듯하다. 내가 동아리 회원들에게 해 준건 별로 없지만 점점 발전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부모가 자식을 뿌듯하게 바라보듯 회원들이 대견스럽기만하다. 아마 오지랖 넓은 건 타고 났는지 회원들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남편도 질투 할 때가 종종 있다.
독서 동아리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인데 회원들이 읽고 있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글을 통해 많이 나누다 보니 처음 만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며 편안하다.
그리고 회원들이 읽은 책에 관한 글을 읽으며 새로운 책의 갈증을 더욱 느끼게 된다. 한동안 일 때문에 바빠 책꽂이에 그냥 꽂아 두었던 책들도 다른 회원들이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로 인해 다시 한번 책을 꺼내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정기모임에는 <갈매기의 꿈>을 회원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려고 준비 중이다. 갈매기의 꿈을 몇년 만에 다시 읽으며 그 동안 먹이만 찾아다니는 갈매기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조나단 시걸처럼 자신을 위해 활공하는 멋진 갈매기가 되도록 더욱 노력을 해야겠다.
온라인 동호회가 이렇듯 우리들 삶에 있어 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요즘은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 노하우를 인터넷으로 많이 공유한다. 물론 취미와 직업에 관한 정보 교류도 많다. 그야말로 넷맹들은 정보에 있어서 한 발자국 뒤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사이버 상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나를 회원들은 무척 궁금해한다. (실은 별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데 열심히 동아리 운영하는 것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운영할 뿐인데…)
온라인으로 서로 알고 지내다 정모(정기모임)를 앞두게 되면 마음이 설렌다. 꼭 미팅을 앞둔 대학생처럼…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렘과 긴장감은 나를 활력 있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고 할까?!
빈말인 것을 알지만 괜히 그 말을 믿고 싶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에겐 큰 버팀목이 된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회원들 얼굴을 떠올리며 열심히 동아리를 살핀다.
여러분도 우리 앞에 펼쳐진 사이버세계에 발을 한 번 내딛어보면 어떨까요?
또 다른 세상이 우리 기다리고 있답니다!
백연옥 | 광주여성민우회 미디어교육강사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가 되고 싶은 사람.
오늘도 세상에 태어난 값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여자.
주부 우울증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들 연락주세요.(완치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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