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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이진영]친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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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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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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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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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
지난 11월 11일 \'한부모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가칭)\'이 기자회견을 열며 발족식을 가졌다. 고(故) 최진실씨 사후, 유족과 최진실씨의 전남편 조성민씨와의 친권분쟁을 지켜보며 \'조성민 친권회복 반대와 현행 친권제도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한다는 것이 이 모임의 설립취지다. 이 같은 \'진실모임\'이 던진 화두를 시작으로 한 유명 연예인의 개인 가정사에서 촉발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진실모임\' 자체에 대한 의견은 물론, \'친권\'의 의미, 한 부모 가정에 대한 법률적인 보호망 등등 우리사회의 변화하는 가족개념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C는 11월 20일, 사회적 쟁점에 관한 토론 프로그램인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친권! 천륜인가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최진실씨 유족과 전남편 조성민씨 간의 친권분쟁을 다루었다. 유림의 대표, 여성학자이자 \'진실모임\'의 발기인, 변호사, 교수 등등 이 논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모인 듯했다. 친권은 천륜이라는 도덕적 명분과 보수적인 법리해석에 치중하여 조성민씨의 친권주장을 지지하고 현행 친권법률이 크게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는 한 편, 지긋지긋한 현실을 상담해온 필드의 경험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천륜의 허위의식적인 면을 지적하고 애초에 \'친권자동부활\'의 개념은 법률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친권법\'에 대한 허실을 지적하는 또 다른 한편, 토론이 진행될수록 맞설 수 없는 두 논점이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며 내달리는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얻은 모래 속 진주 몇 가지. 당대 최고 스타의 사후에 벌어지는 전남편과 유족간의 분쟁을 지나치게 사적이게, 선정적이고 감정적으로 파헤치는 언론덕분에 그 동안 \'진실모임\'의 주장 역시 남의 집 일에 참견하는 수준으로 비춰졌으나 토론과정을 통해 \'진실모임\'의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졌다는 것! \'진실모임\'이 남편과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전처의 재산에 대해 거론하는 한 유명인을 물 먹이려고 결성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가족의 개념과 그 안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행 친권법에 딴지를 걸고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행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는 한 부모 가정의 자녀들이 성인으로 성장할 때 까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실질적인 양육자 보다 우위에 있는 친권자 개념 자체도 문제지만, 실제로 이러한 문제로 법적인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양육의 공백을 매꿔줄 사회적 장치도 절대 부족이라는 것이다. \'친권법\'의 문제는 부모의 권리를 주장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경쟁적인 성장사회에서 소외되어온, 누구나 살수는 있게 해주는 사회복지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었다.
토론의 막바지에 걸려온 한 통의 시청자 참여 전화. 토론자에게 질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는 여성 시청자의 사연은 이렇다. 이혼으로 인해 한 부모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현재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이 여성은 이혼 전 아버지, 남편으로서 전 남편의 역할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시하였고, 이혼 후 자신의 노력으로 경제상황이나 양육환경도 전남편의 그것에 비해 훨씬 나아졌는데, 자신에게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어린 자녀들에 대한 전남편의 친권행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냐는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토론 주제의 정곡을 찌르는 실전문제의 정답은 의외로 토론 내용에서 거론된 적 없는 유서에 있었다. 이혼과 동시에 유서를 써야 할 판이다. \'여성 한 부모 가장\' 이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사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그녀에게 \'친권법\'은 너무나 냉정하고 불친절하다.
유명 연예인의 가정사라는 개인의 문제에서 \'친권제도\'라는 사회적 이슈를 끄집어내어 사회적 환기는 물론 법률적인 제도개선으로까지 실천하는 \'진실모임\'의 통찰력과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또 뉴스의 연예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친권분쟁\' 사건을 토론 프로그램을 해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온 \'MBC 100분 토론\'의 주제의식과 노력에도 격려의 박수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고(故) 최진실씨 유족과 조성민씨 간의 친권분쟁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앞으로 \'진실모임\'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또 언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할지 끝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다짐의 박수를 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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