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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이진영] 개콘에 박힌 손엣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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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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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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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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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
개콘에 박힌 손엣가시
KBS2의 공개형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지난 7일 방영분으로 시청률 20.2%(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했다고 한다. 유사한 형식의 타사 개그 프로그램인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8.1%, MBC의 \'개그야\'가 6.1%(동일 기관 전월 28일 방영분에 대한 조사결과) 등 10%를 넘지 못하는 시청률을 보이며 상대적인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개그콘서트의 이러한 시청률 조사 결과는 요즘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다. 방송시간 60분 동안 총 13코너를 진행하는 속도감 속에 \'달인\', ‘봉숭아 학당’ 등 꾸준하게 웃음을 주며 인기를 끄는 장수 코너들과 발 빠른 패러디 아이디를 선보이는 코너들(MBC의 인기 드라마였던 ‘베토벤 바이러스’를 패러디한 ‘악성 바이러스’, 상조회사의 광고를 패러디한 ‘도움상회’, KBS2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등)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인기의 주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백하자면, 우리 가족 역시 오랜 기간동안 ’개그콘서트‘의 광팬이며 최근 이 프로그램의 ’물오른 개그감‘ 덕분에 웃음보가 마를 새 없이 충전되고 있는 느낌이다. 안상태 기자가 외치는 “~할 뿐이고!”라는 유행어나 달인의 모티브는 실제로 가족의 대화 속에 응용되어 순간순간 갈등완충제나 웃음제조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애지중지하는 프로그램이 쏟아내는 밀도 높은 개그에 희희락락 웃음의 바다를 정신 없이 헤엄치다 보면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뜨끔뜨끔 아리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 관련 코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그와 풍자 속에 녹아 있는 성역할의 문제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출연자들의 성비불균형이다. 지난 7일 방영분에서는 13개의 코너에 총 55명의 인물들이 등퇴장을 반복했다. 물론 여러 코너에 중복하여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그 중 남성 출연자는 45명이고 여성 출연자는 10명이다. 어쨌든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면서 여성 출연자 보다는 남성 출연자를 4배는 더 많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10명의 개그우먼(중복등장 포함)이 8개 코너에 나뉘어 등장하면서 한 코너에서 2명이 넘는 개그우먼을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성비가 불균형한 일상의 풍자에서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개그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그만큼 여성에 대한 시각이 왜곡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개그우먼이 등장하는 코너를 열거하자면 신고은이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로 등장하는 ‘악성 바이러스’, 허안나가 독한女를 연기하는 ‘독한것들’, 만만한 남자와 나쁜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경아의 ‘나쁜남자’-지난 7일 방영분에서는 개그우먼 오나미가 까메오로 출연하였다-, 김경아가 시어머니로 장도연이 며느리로 나오는 ‘로열패밀리’, 최근 까메오 형식으로 매주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많이 컸네 황회장’의 오나미, 조폭 부인 역할로 컴백한 강유미가 등장하는 ‘가문이 영~꽝’,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안영미 박사가 있는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시대를 모르는 여성학자 박지선이 등장하는 ’봉숭아 학당‘ 등이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보다는 독립적인 역할로 개그를 하는 경향이 강한 첼리스트 신고은이나 안영미 박사와는 달리, ’로열패밀리‘에 등장하는 시어머니 김경아와 며느리 장도연은 거지 가족의 궁상스런 일상을 개그로 표현하면서 그 안에 가부장적인 질서와 고부갈등이라는 성역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좁은 3인용 소파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항상 서 있는 며느리 장도연(시아버지와 남편의 등장 전 비어있는 의자에도 앉지 못하고 두 손 모은 채 서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뺨을 때려 볼터치를 하는 시어머니에게 도와드리겠다며 덤벼드는 며느리를 저지한 시어머니의 식겁한 표정과 못내 아쉬워하는 며느리의 제스처가 순간적인 개그로 등장하지만 웃자니 씁쓸하다. 또 헌신적이라 만만한 애인과 무식하게 터프하기만한 나쁜 남자 사이에서 뚜렷한 캐릭터 없이 남성의 성향에 따라 무조건 반응하는 여성을 연기하는 ’나쁜 남자‘의 김경아의 설정 역시 아쉽다.
개그콘서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과 관련한 웃음의 코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예쁘지 않은 외모’라는 여성의 원죄다. ‘봉숭아 학당’의 여성학자 박지선은 많은 남성 출연자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유일한 개그우먼임에도 불구하고 못생긴 외모가 원죄인 자폭개그를 하는 캐릭터이다. 한민관 매니저가 미는 가수 일출이의 노래에는 ‘못생긴 여자’에 대한 조소가 일상적이다. ‘독한 것들’의 독한 남자들의 독한 이야기의 주요 타켓 역시 예쁘지 않은 여자의 외모다. 예쁘지 않은 여자가 입은 미니스커트는 범죄라고까지 묘사된다. 매주 역할을 바꾸어 카메오 형식으로 출연하는 ‘많이 컸네 황회장’의 오나미는 이날 방영분에서 황회장에게 기습 키스를 하는 성추행을 하고 웃으며 사라지고는 남자 출연자들로부터 미친 여자 취급을 받았다. 그녀의 설정된 외모와 언행에 어이가 없다. 남성의 시각에서 평가된 여성의 외모가 일상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프로그램 속의 세상이 현실이라면...정말이지,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고 싶지 않다!!
‘독한 것들’의 독한 남자들이 “어정쩡하게 생긴 여자들”에게 뿜어대는 마초적인 농짓거리에 맞서 등장한 독한女 허안나가 “꺼림직하게 생긴 남자”들에게 던지는 맞장멘트(찌게 떠주는 여자의 행동에 남자들이여, 오해하지 말라!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같은 냄비에 숟가락 닿기 싫어서다!)나 ‘가문이 영~꽝’에서 조폭부인 강유미의 카리스마에 눌린 전업주부 남편 김시덕의 모습(집안일 다해놓고 장보고 와서 일일이 보고하며 잔돈을 숨기다 들키고는 당황해 하는)을 보면서 전복의 페이소스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문제는 같은 불판에 있는 고기 뒤집기가 아니라, 혹자의 말처럼 불판을 갈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전성기를 구가하는 개그콘서트가 더욱 그 빛을 발하기 위해 광팬의 한 사람으로써 여성관련 코드와 관련한 이러한 ‘손엣가시’를 조속히 해결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KBS2의 공개형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지난 7일 방영분으로 시청률 20.2%(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했다고 한다. 유사한 형식의 타사 개그 프로그램인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8.1%, MBC의 \'개그야\'가 6.1%(동일 기관 전월 28일 방영분에 대한 조사결과) 등 10%를 넘지 못하는 시청률을 보이며 상대적인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개그콘서트의 이러한 시청률 조사 결과는 요즘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다. 방송시간 60분 동안 총 13코너를 진행하는 속도감 속에 \'달인\', ‘봉숭아 학당’ 등 꾸준하게 웃음을 주며 인기를 끄는 장수 코너들과 발 빠른 패러디 아이디를 선보이는 코너들(MBC의 인기 드라마였던 ‘베토벤 바이러스’를 패러디한 ‘악성 바이러스’, 상조회사의 광고를 패러디한 ‘도움상회’, KBS2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등)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인기의 주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백하자면, 우리 가족 역시 오랜 기간동안 ’개그콘서트‘의 광팬이며 최근 이 프로그램의 ’물오른 개그감‘ 덕분에 웃음보가 마를 새 없이 충전되고 있는 느낌이다. 안상태 기자가 외치는 “~할 뿐이고!”라는 유행어나 달인의 모티브는 실제로 가족의 대화 속에 응용되어 순간순간 갈등완충제나 웃음제조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애지중지하는 프로그램이 쏟아내는 밀도 높은 개그에 희희락락 웃음의 바다를 정신 없이 헤엄치다 보면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뜨끔뜨끔 아리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 관련 코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그와 풍자 속에 녹아 있는 성역할의 문제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출연자들의 성비불균형이다. 지난 7일 방영분에서는 13개의 코너에 총 55명의 인물들이 등퇴장을 반복했다. 물론 여러 코너에 중복하여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그 중 남성 출연자는 45명이고 여성 출연자는 10명이다. 어쨌든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면서 여성 출연자 보다는 남성 출연자를 4배는 더 많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10명의 개그우먼(중복등장 포함)이 8개 코너에 나뉘어 등장하면서 한 코너에서 2명이 넘는 개그우먼을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성비가 불균형한 일상의 풍자에서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개그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그만큼 여성에 대한 시각이 왜곡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개그우먼이 등장하는 코너를 열거하자면 신고은이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로 등장하는 ‘악성 바이러스’, 허안나가 독한女를 연기하는 ‘독한것들’, 만만한 남자와 나쁜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경아의 ‘나쁜남자’-지난 7일 방영분에서는 개그우먼 오나미가 까메오로 출연하였다-, 김경아가 시어머니로 장도연이 며느리로 나오는 ‘로열패밀리’, 최근 까메오 형식으로 매주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많이 컸네 황회장’의 오나미, 조폭 부인 역할로 컴백한 강유미가 등장하는 ‘가문이 영~꽝’,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안영미 박사가 있는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시대를 모르는 여성학자 박지선이 등장하는 ’봉숭아 학당‘ 등이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보다는 독립적인 역할로 개그를 하는 경향이 강한 첼리스트 신고은이나 안영미 박사와는 달리, ’로열패밀리‘에 등장하는 시어머니 김경아와 며느리 장도연은 거지 가족의 궁상스런 일상을 개그로 표현하면서 그 안에 가부장적인 질서와 고부갈등이라는 성역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좁은 3인용 소파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항상 서 있는 며느리 장도연(시아버지와 남편의 등장 전 비어있는 의자에도 앉지 못하고 두 손 모은 채 서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뺨을 때려 볼터치를 하는 시어머니에게 도와드리겠다며 덤벼드는 며느리를 저지한 시어머니의 식겁한 표정과 못내 아쉬워하는 며느리의 제스처가 순간적인 개그로 등장하지만 웃자니 씁쓸하다. 또 헌신적이라 만만한 애인과 무식하게 터프하기만한 나쁜 남자 사이에서 뚜렷한 캐릭터 없이 남성의 성향에 따라 무조건 반응하는 여성을 연기하는 ’나쁜 남자‘의 김경아의 설정 역시 아쉽다.
개그콘서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과 관련한 웃음의 코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예쁘지 않은 외모’라는 여성의 원죄다. ‘봉숭아 학당’의 여성학자 박지선은 많은 남성 출연자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유일한 개그우먼임에도 불구하고 못생긴 외모가 원죄인 자폭개그를 하는 캐릭터이다. 한민관 매니저가 미는 가수 일출이의 노래에는 ‘못생긴 여자’에 대한 조소가 일상적이다. ‘독한 것들’의 독한 남자들의 독한 이야기의 주요 타켓 역시 예쁘지 않은 여자의 외모다. 예쁘지 않은 여자가 입은 미니스커트는 범죄라고까지 묘사된다. 매주 역할을 바꾸어 카메오 형식으로 출연하는 ‘많이 컸네 황회장’의 오나미는 이날 방영분에서 황회장에게 기습 키스를 하는 성추행을 하고 웃으며 사라지고는 남자 출연자들로부터 미친 여자 취급을 받았다. 그녀의 설정된 외모와 언행에 어이가 없다. 남성의 시각에서 평가된 여성의 외모가 일상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프로그램 속의 세상이 현실이라면...정말이지,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고 싶지 않다!!
‘독한 것들’의 독한 남자들이 “어정쩡하게 생긴 여자들”에게 뿜어대는 마초적인 농짓거리에 맞서 등장한 독한女 허안나가 “꺼림직하게 생긴 남자”들에게 던지는 맞장멘트(찌게 떠주는 여자의 행동에 남자들이여, 오해하지 말라!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같은 냄비에 숟가락 닿기 싫어서다!)나 ‘가문이 영~꽝’에서 조폭부인 강유미의 카리스마에 눌린 전업주부 남편 김시덕의 모습(집안일 다해놓고 장보고 와서 일일이 보고하며 잔돈을 숨기다 들키고는 당황해 하는)을 보면서 전복의 페이소스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문제는 같은 불판에 있는 고기 뒤집기가 아니라, 혹자의 말처럼 불판을 갈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전성기를 구가하는 개그콘서트가 더욱 그 빛을 발하기 위해 광팬의 한 사람으로써 여성관련 코드와 관련한 이러한 ‘손엣가시’를 조속히 해결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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