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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권지연] 나를 위한 내조를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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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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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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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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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
나를 위한 내조를 할 수 없을까-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
최근 TV를 통해 회자되는 말들 중에 줌마렐라, 줌마 파워, 저씨 파워 등이 있다. 줌마렐라는 신데렐라를 아줌마에 빗댄 말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MBC 드라마 <내인생의 마지막 스캔들>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줌마 파워, 저씨 파워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소위 아줌마, 아저씨 연예인들의 입담을 빗댄 말이다. 잘나가는 젊은 연기자, 예능인들이 대우받던 TV 프로에서 폭넓은 세대가 출연하고 그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은 어쨌든 시청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니시리즈에서 중년파워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트렌드에 민감한 미니시리즈에서 중년의 이야기로 시청률과 관심을 장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외도, 불륜 등의 선정적인 소재로 큰 화제를 모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는 비혼의 젊은 연기자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결혼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MBC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미니시리즈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재에서 외도가 등장하고 있어 다른 중년드라마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중년의 삶이 중심이므로, 굳이 비교하자면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워킹맘>과 닮아있다. 그러나 <내조의 여왕>은 아줌마 이야기면서도 재기 넘치고 쿨하고 감각을 잃지 않는 신선함으로 또 하나의 중년드라마로 방점을 찍고 있다.
사실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 제목만 보면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이라는 2분법적 성역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드라마가 여성이 해야 할일, 역할만을 주구장창 설파하다가 끝나는 전형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드라마를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내조의 여왕>은 젊었을 때 외모로만 잘나가던 천지애(김남주)가 공부로 잘나가던 온달수(오지호, 바보온달?)와 결혼한 후, 남편의 백수생활을 청산하게 해준 회사에서 그녀의 첫사랑 박부장(최철호)과 그와 결혼한 고교동창 양봉순(이혜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과 갈등, 다툼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천지애는 키다리 아저씨 사장(윤상현)과 얽혀있고 남편은 동아리 후배인 사장 와이프(선우선)와 심정적 외도로 얽혀 교차적인 애정전선을 이룬다.
이 드라마가 가치 있는 이유는 캐릭터와 내용을 통한 사회 풍자에 있다. 젊었을 때 많은 남자들의 우상이었던 미모의 천지애는 오랜 세월 백수였던 남편 때문에 경제적 궁핍을 경험하고, 그 남편 온달수는 서울대 출신이지만 학벌과 상관없이 직장 부적응으로 출세를 하지 못했다. 한편, 드라마 주 무대인 ‘퀸즈푸드’는 학연, 지연(같은 아파트 단지 거주), 혈연관계와 야망을 위한 이합집산을 그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또한, 블랙코미디스러운 현실 비틀기의 내용전개도 상당히 흥미롭다. 드라마는 남성들의 직장생활과 여성들의 내조그룹인 ‘평강회’(평강공주?)의 안팎의 모습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남편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이 드라마의 내조 이야기는 남녀 성역할의 차별적 내용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조에 대한 위트 있는 풍자가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들의 내조가 사회의 치열한 직장생활과 닮아있는 양육강식 모델의 축소형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편들의 회사 ‘퀸즈푸드’의 사모님들은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상사의 부인을 위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아부하고 물적 보상(선물)까지 서슴치 않는다. 이런 그녀들의 모습은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겪는 현실과 닮아있다. 그렇기에 노래방에서 상사 부인을 위해 처절한 기쁨조를 연기하는 사모님들의 모습이 과장되어 웃기면서도 그 이면에 직장인들의 서글픈 현실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내조의 여왕>은 중반을 지나면서 남자주인공 온달수의 심정적 외도를 천지애가 알게 되면서 천지애가 느끼는 배신감과 갈등,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선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던 결혼한 여성들의 모습이 바로 천지애라면, 그에 대한 보답이 외도라는 것 또한 천지애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대한 원망이나 혹은 이혼이냐 아니냐가 드라마의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내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는 천지애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모든 갈등의 귀결로 착한 부인 즉 전통적 의미의 내조에 갇혀버린다면 <내조의 여왕>에서 보여주었던 현실에 대한 풍자, 그리고 위트는 의미 없는 변주곡이 되고 말 것이다.
천지애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외도라는 것과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애정 이야기가 과도하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 천지애의 행보를 통해 또 하나의 중년 드라마의 롤 모델을 탄생시킨다면 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한편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내조’의 궁극적 의미는 나를 위한 헌신이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TV를 통해 회자되는 말들 중에 줌마렐라, 줌마 파워, 저씨 파워 등이 있다. 줌마렐라는 신데렐라를 아줌마에 빗댄 말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MBC 드라마 <내인생의 마지막 스캔들>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줌마 파워, 저씨 파워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소위 아줌마, 아저씨 연예인들의 입담을 빗댄 말이다. 잘나가는 젊은 연기자, 예능인들이 대우받던 TV 프로에서 폭넓은 세대가 출연하고 그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은 어쨌든 시청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니시리즈에서 중년파워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트렌드에 민감한 미니시리즈에서 중년의 이야기로 시청률과 관심을 장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외도, 불륜 등의 선정적인 소재로 큰 화제를 모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는 비혼의 젊은 연기자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결혼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MBC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미니시리즈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재에서 외도가 등장하고 있어 다른 중년드라마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중년의 삶이 중심이므로, 굳이 비교하자면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워킹맘>과 닮아있다. 그러나 <내조의 여왕>은 아줌마 이야기면서도 재기 넘치고 쿨하고 감각을 잃지 않는 신선함으로 또 하나의 중년드라마로 방점을 찍고 있다.
사실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 제목만 보면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이라는 2분법적 성역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드라마가 여성이 해야 할일, 역할만을 주구장창 설파하다가 끝나는 전형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드라마를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내조의 여왕>은 젊었을 때 외모로만 잘나가던 천지애(김남주)가 공부로 잘나가던 온달수(오지호, 바보온달?)와 결혼한 후, 남편의 백수생활을 청산하게 해준 회사에서 그녀의 첫사랑 박부장(최철호)과 그와 결혼한 고교동창 양봉순(이혜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과 갈등, 다툼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천지애는 키다리 아저씨 사장(윤상현)과 얽혀있고 남편은 동아리 후배인 사장 와이프(선우선)와 심정적 외도로 얽혀 교차적인 애정전선을 이룬다.
이 드라마가 가치 있는 이유는 캐릭터와 내용을 통한 사회 풍자에 있다. 젊었을 때 많은 남자들의 우상이었던 미모의 천지애는 오랜 세월 백수였던 남편 때문에 경제적 궁핍을 경험하고, 그 남편 온달수는 서울대 출신이지만 학벌과 상관없이 직장 부적응으로 출세를 하지 못했다. 한편, 드라마 주 무대인 ‘퀸즈푸드’는 학연, 지연(같은 아파트 단지 거주), 혈연관계와 야망을 위한 이합집산을 그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또한, 블랙코미디스러운 현실 비틀기의 내용전개도 상당히 흥미롭다. 드라마는 남성들의 직장생활과 여성들의 내조그룹인 ‘평강회’(평강공주?)의 안팎의 모습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남편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이 드라마의 내조 이야기는 남녀 성역할의 차별적 내용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조에 대한 위트 있는 풍자가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들의 내조가 사회의 치열한 직장생활과 닮아있는 양육강식 모델의 축소형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편들의 회사 ‘퀸즈푸드’의 사모님들은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상사의 부인을 위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아부하고 물적 보상(선물)까지 서슴치 않는다. 이런 그녀들의 모습은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겪는 현실과 닮아있다. 그렇기에 노래방에서 상사 부인을 위해 처절한 기쁨조를 연기하는 사모님들의 모습이 과장되어 웃기면서도 그 이면에 직장인들의 서글픈 현실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내조의 여왕>은 중반을 지나면서 남자주인공 온달수의 심정적 외도를 천지애가 알게 되면서 천지애가 느끼는 배신감과 갈등,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선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던 결혼한 여성들의 모습이 바로 천지애라면, 그에 대한 보답이 외도라는 것 또한 천지애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대한 원망이나 혹은 이혼이냐 아니냐가 드라마의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내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는 천지애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모든 갈등의 귀결로 착한 부인 즉 전통적 의미의 내조에 갇혀버린다면 <내조의 여왕>에서 보여주었던 현실에 대한 풍자, 그리고 위트는 의미 없는 변주곡이 되고 말 것이다.
천지애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외도라는 것과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애정 이야기가 과도하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 천지애의 행보를 통해 또 하나의 중년 드라마의 롤 모델을 탄생시킨다면 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한편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내조’의 궁극적 의미는 나를 위한 헌신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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