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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권지연]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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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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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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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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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 Olive TV의 <연애불변의 법칙>을 보고
미드, 일드가 무엇인지 들어보셨나요?....이런 용어를 들어봤다면 당신은 케이블 TV와 꽤 친한 시청자일 것이다. 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를 일컫는 미드, 일드는 주로 케이블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케이블 TV는 없으면 허전한 무엇인가가 되었다. 굳이 방송3사의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취향만 맞는다면 밤새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확보되기도 한다. 시청률로 보자면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재전송, 그리고 미국드라마들이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많아진 채널에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또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선정성이 강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질 낮은 프로그램들이다. 흔히 질 낮은 프로그램 들은 케이블이 가질 수 있는 소재의 다양함을 보이기보다는 노골적인 폭로, 개인인격에 대한 공격, 마구 만든 허접함들 로 보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든다. ‘막장드라마’가 한참 시청자의 비판을 받았지만 케이블의 ‘막장프로그램’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지금 얘기하고자하는 <연애불변의 법칙>도 긍정적 보다는 케이블 채널의 부정적 측면을 극대화시키는 ‘막장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김현숙(‘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과 안혜경이 진행하고 이제 7시즌이 되었다는 Olive TV의 <연애불변의 법칙>은 커플이 등장한다. 어느 한 쪽이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제작진에 의뢰하여 상대를 유혹하는 설정이고 이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유혹’ 이라는 코드가 있기 때문에 다소 선정성을 가질 여지가 있지만 더욱 선정성이 강해지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유혹하는 남녀와 유혹당하는 남녀 간의 상호 스킨십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고 또 이를 몰래카메라를 통해 시청자의 관음주의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실험 대상자들은 애인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성과 거리낌 없는 스킨십을 하고 진한 키스도 서슴지 않고 한다. 또 이렇게 젊은 남녀들의 키스신이나 스킨십 장면을 몰래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는 아슬아슬함’ 을 느끼게 한다.
애인도 있는데 저렇게 쉽게 다른 누군가와 키스하고 만지작거리는 장면에 놀란 시청자라면 이번 시즌에서는 더욱 놀라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시즌은 모두 여성들이 상대 남성들을 실험해달라고 제작진에 의뢰하여 남성만이 유혹대상이 되고 있다. 이 남자들은 ‘나쁜 남자’라 칭해지고 실험에 투입된 여성과 쉽게 키스하고 스킨십하고 또 두명이 접근하면 그 둘과 같은 장소에서 무릎에 앉혀 번갈아 키스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자 친구가 아닌 다른 여성과의 스킨십이 너무 쉽지만 이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자신의 남자친구들이 다른 여자와 가지는 신체접촉에 충격보다 자신에 대한 발언에 더 신경 쓴다. 즉 신체접촉은 흔히 그녀들의 표현을 빌면 ‘몸은 어떻게 해도 맘은 나에게 있다’ 혹은 ‘바람은 피워도 내가 일번이면 된다’ 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렇기에 맘까지 가지 않는 스킨십은 별 문제를 삼지 않는다. ‘남성은 성욕이 강해 절대 통제하지 못 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마치 과거 바람피운 남편을 받아들이던 우리 할머니세대의 부활 혹은 면면히 살아 숨 쉬는 조강지처- 지아비사고의 고고한 흐름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실제 여자친구를 ‘때린다’는 증언까지도 등장한다. 몸에 멍들만큼 맞는 여성이지만 이것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질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연애불변의 법칙>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애상식, 연인에 대한 배려, 혹은 신뢰가 너무 가벼워짐을 경험한다. 여기서 혼란을 느끼는 것은 ‘내가 나이 들어서인가’ 아니면 ‘요즘의 젊은이는 다 그런가’ 에서 온다. 이를 문화적 충격으로도 느끼고 이상한 나라에 홀로 떨어진 소외감도 느끼게 된다. 이런 내용은 사실 선정성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렇게 성적으로 개방된 속에서도 역설적이게 너무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시각에 놀라움을 가지게 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연애불변의 법칙>이 혹시 <남녀관계불변의 법칙>이 아닌 가 의혹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남자는 바람 펴도 된다’ 는 관용적인 시선, ‘남자는 원래 그래’ 라는 시선, 혹은 ‘여성은 순종적 이어야해’ 라는 시선이 개념 없는 프로그램 속에서 개념 없는 커플의 출연을 통해 반복되고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프로그램이 케이블TV 전반의 질을 낮추고 케이블 TV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다면 결국 이는 케이블TV에 부메랑이 되어 버릴 것이다.
- Olive TV의 <연애불변의 법칙>을 보고
미드, 일드가 무엇인지 들어보셨나요?....이런 용어를 들어봤다면 당신은 케이블 TV와 꽤 친한 시청자일 것이다. 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를 일컫는 미드, 일드는 주로 케이블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케이블 TV는 없으면 허전한 무엇인가가 되었다. 굳이 방송3사의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취향만 맞는다면 밤새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확보되기도 한다. 시청률로 보자면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재전송, 그리고 미국드라마들이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많아진 채널에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또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선정성이 강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질 낮은 프로그램들이다. 흔히 질 낮은 프로그램 들은 케이블이 가질 수 있는 소재의 다양함을 보이기보다는 노골적인 폭로, 개인인격에 대한 공격, 마구 만든 허접함들 로 보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든다. ‘막장드라마’가 한참 시청자의 비판을 받았지만 케이블의 ‘막장프로그램’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지금 얘기하고자하는 <연애불변의 법칙>도 긍정적 보다는 케이블 채널의 부정적 측면을 극대화시키는 ‘막장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김현숙(‘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과 안혜경이 진행하고 이제 7시즌이 되었다는 Olive TV의 <연애불변의 법칙>은 커플이 등장한다. 어느 한 쪽이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제작진에 의뢰하여 상대를 유혹하는 설정이고 이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유혹’ 이라는 코드가 있기 때문에 다소 선정성을 가질 여지가 있지만 더욱 선정성이 강해지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유혹하는 남녀와 유혹당하는 남녀 간의 상호 스킨십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고 또 이를 몰래카메라를 통해 시청자의 관음주의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실험 대상자들은 애인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성과 거리낌 없는 스킨십을 하고 진한 키스도 서슴지 않고 한다. 또 이렇게 젊은 남녀들의 키스신이나 스킨십 장면을 몰래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는 아슬아슬함’ 을 느끼게 한다.
애인도 있는데 저렇게 쉽게 다른 누군가와 키스하고 만지작거리는 장면에 놀란 시청자라면 이번 시즌에서는 더욱 놀라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시즌은 모두 여성들이 상대 남성들을 실험해달라고 제작진에 의뢰하여 남성만이 유혹대상이 되고 있다. 이 남자들은 ‘나쁜 남자’라 칭해지고 실험에 투입된 여성과 쉽게 키스하고 스킨십하고 또 두명이 접근하면 그 둘과 같은 장소에서 무릎에 앉혀 번갈아 키스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자 친구가 아닌 다른 여성과의 스킨십이 너무 쉽지만 이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자신의 남자친구들이 다른 여자와 가지는 신체접촉에 충격보다 자신에 대한 발언에 더 신경 쓴다. 즉 신체접촉은 흔히 그녀들의 표현을 빌면 ‘몸은 어떻게 해도 맘은 나에게 있다’ 혹은 ‘바람은 피워도 내가 일번이면 된다’ 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렇기에 맘까지 가지 않는 스킨십은 별 문제를 삼지 않는다. ‘남성은 성욕이 강해 절대 통제하지 못 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마치 과거 바람피운 남편을 받아들이던 우리 할머니세대의 부활 혹은 면면히 살아 숨 쉬는 조강지처- 지아비사고의 고고한 흐름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실제 여자친구를 ‘때린다’는 증언까지도 등장한다. 몸에 멍들만큼 맞는 여성이지만 이것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질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연애불변의 법칙>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애상식, 연인에 대한 배려, 혹은 신뢰가 너무 가벼워짐을 경험한다. 여기서 혼란을 느끼는 것은 ‘내가 나이 들어서인가’ 아니면 ‘요즘의 젊은이는 다 그런가’ 에서 온다. 이를 문화적 충격으로도 느끼고 이상한 나라에 홀로 떨어진 소외감도 느끼게 된다. 이런 내용은 사실 선정성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렇게 성적으로 개방된 속에서도 역설적이게 너무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시각에 놀라움을 가지게 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연애불변의 법칙>이 혹시 <남녀관계불변의 법칙>이 아닌 가 의혹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남자는 바람 펴도 된다’ 는 관용적인 시선, ‘남자는 원래 그래’ 라는 시선, 혹은 ‘여성은 순종적 이어야해’ 라는 시선이 개념 없는 프로그램 속에서 개념 없는 커플의 출연을 통해 반복되고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프로그램이 케이블TV 전반의 질을 낮추고 케이블 TV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다면 결국 이는 케이블TV에 부메랑이 되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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