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상반기*함께가는여성] 민우ing-성폭력 사건 피해자에서 무고죄 피의자까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이소희/바람)
●민우ing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서 무고죄 피의자까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소희(바람) |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성균관 스캔들> 이후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틈틈이 챙겨보았다. 선한 얼굴로 연기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는 ‘호감 가는 배우, 좋은 배우’라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2016년 여름 이후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은 달라졌다. 작년 6월 10일 최초 고소가 있은 후 일주일 사이에 3명이 추가로 그를 성폭력으로 고소하였다. 언론에서는 성폭행 혐의에 대한 기사를 쓰기보다는 ‘화장실에 집착하는 그의 취향’ 운운하며 사건을 희화화하고,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고소녀, 공갈녀 등으로 명기하며 선정성만을 부각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가해자로 몬 사람들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며 무고죄로 그들을 고소하였다. 그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때 또 다른 남성배우가 성폭력 혐의로 피소되었다. 그는 경찰서에 들어설 때 엷게 미소를 띠며 “무고는 큰 죄입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성폭력 사건에서의 ‘무고’
‘무고(無辜)한 사람을 무고(誣告)하는 것’은 개인의 억울함을 발생시키고, 국가의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의미에서 엄중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무고(誣告)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사회적 상식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무고죄’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무고죄 뜻, 형량 등 기본적인 정보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성폭력 무고죄, 성추행 무고죄가 나열된다. 사기 무고죄, 협박 무고죄, 폭행 무고죄 등과 같이 다른 범죄와 무고죄가 연결된 검색어는 없다. 이를 통해서도 성폭력 사건에 관한 ‘무고’가 사회적 이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무고’는 어떤 방식으로 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일까? 무고죄 연관검색어 중 하나로 ‘꽃뱀보호법’이 있다. 연예인 성폭력 사건이 한창 뜨거웠던 작년 연말 정춘숙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기소를 재판이 종결된 이후에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누군가들은 이를 ’꽃뱀보호법‘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법 개정에 대한 논란과 입장의 차이는 당연하다. 또한 법의 필요성과 개정 이유는 충분한 토론 등을 통해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에 대한 논쟁과 필요성을 차치하고서도 개정 법안을 많은 사람들이 ’꽃뱀보호법‘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이상하다.
인터넷에서는 ‘성폭력 무고에 우는 남자들’ ‘성범죄 덫에 걸린 남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성범죄로 누명을 쓸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꽃뱀’을 조심해야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꽃뱀에 대처하는 법?’이라는 홍보문구로 본인의 저서를 광고하는 법률인도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불기소'와 '무혐의'를 강조하며, 성폭력으로 신고 된 사건의 대다수가 '꽃뱀'에 의한 무고사건이라는 논조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각본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폭력 고소 이후에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법적 대응을 주저하고, 다양한 갖가지 이유로 고소를 취하하거나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에 합의금을 요구하면 일순간 꽃뱀이 되어 있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을 상정하는 검/경찰
성폭력 피해자가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무고(誣告)일 가능성이 높다, 꽃뱀일 것이다.’라는 태도는 경찰이나 검찰에서도 나타났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70조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는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결정하는 경우 반드시 신고자의 무고 혐의 유무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할 때 이미 고소인의 ‘무고’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을 상정해두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고소인에게는 무고 혐의에 초점을 두면서 사건을 진행한다. 이를테면 ‘유흥 관련 직업, 전과, 이혼 경력, 성이력’ 등은 피해자의 ‘피해자답지 못함’을 부각시킨다.
직장 동료로부터 성추행 피해가 있었던 내담자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검찰에서 불기소결정서가 왔다면서 그녀는 그동안의 검찰의 수사태도를 토로하였다. 평소에도 피의자의 차를 타고 집에 가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날도 별 의심 없이 그 사람의 차를 탔을 뿐인데, 수사관이 “차를 같이 탔다면 벌어질 일을 이미 예상하고 동의한 것 아니었냐? 어디 남여가 키스할 때 키스하겠다고 동의를 구하냐?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까 당신이 먼저 유혹을 했던데, 합의한 관계 아니었냐?”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였다고 한다. “수사관의 확고한 통념이 존재하는 한 자신은 피해자일 수 없다.”라는 말을 그녀는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자의 전형성을 요구하는 검/경찰의 태도는 유명 연예인 박00 성폭력 사건에서도 이어졌다. 성매매 업소 안에서는 성폭력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전제, 즉 업소 여성들이면 합의와 무관하게 언제든 만져도 된다는 남성들의 집단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업소 종사자는 피해자이기보다 한탕 뜯어내기 위한 꽃뱀이 되어있었다. ‘업소 종사자에게 성폭력 피해는 있을 수 없다.’는 통념의 결과는 무고죄의 피의자가 되는 것이었다.
무고죄 기소, 원칙은 존재하는가?
유명 연예인 박00 성폭력 사건 두 번째 피해자의 무고 및 명예훼손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여성학자 허민숙은 무고죄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신고 사건은 철저하고 치밀하게 수사했는지, 수사 결과 성폭력 사건은 처음부터 아예 발생하지도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 피해자의 행동과 태도를 근거로 무고죄를 추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와 같이 3가지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수사기관에 강력히 요구하였다.
유명 연예인 박00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은 앞서 언급 된 3가지 요건을 과연 충족하였을까? 사건의 피해자가 연달아 등장하자 경찰은 전담수사팀 마련 및 인력 보강 계획을 발표하고, 피해자의 속옷에서 남성 DNA가 검출되었다고 보도를 연달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결국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의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은 “처음부터 피해자를 의심해 증거를 찾기보다 피해자의 행실을 조사했다는 불균형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해자가 어떻게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는지를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수사기관의 무능력”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강신명 경찰청장은 “유명인이라는 준공인의 사건”이기 때문에 “성폭행 외에도 무고를 의심할 수 있고, 합의 과정에서의 공갈적 행위 요소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을 고려하여 포괄적, 전면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업소 종사자라는 피해자의 직업과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피해자의 태도에 기반 하여 이미 무고죄를 추정하고 있다는 수사기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전반의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한국 사회는 무고죄 기소와 관련한 원칙이 존재하는 것일까 싶다.
4명의 여성이 피해를 주장하였고,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피해 이후의 입장이 각자 달랐을 뿐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들이 공통되었다. 그에 의한 가해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증명하는 존재‘들’이 있었지만 세상은 그녀들의 말을 믿지 않고 의심하며, 오히려 그녀들을 무고죄 피의자로 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지 검찰과 경찰은 스스로 질문하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그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이제는 결혼에 관한 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알아야 할 것이다. 세상은 기억할 것이라고! 그리고 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는 계속 말할 것이라고! 현재 두 번째 피해자는 무고 및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고 7월 4일 재판이 진행된다. 피해자가 통념 때문에 피의자가 되어 벌을 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싸울 것이다!
❚ 이소희(바람)
박00 성폭력 사건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열이 뻗쳐 혼이 났다. 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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