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상반기*함께가는여성] 민우ing-#STOP 연예계_내_성폭력, ‘관행’을 깨자(윤정주/하이)
★민우ing
#STOP 연예계_내_성폭력, ‘관행’을 깨자
윤정주(하이) |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는 소속사에 의해 성상납을 강요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장자연씨의 유서에 나오는 말이다. 이 일이 2009년의 일이니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 간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연예계는 얼마나 변화했을까? 변화하기는 한 것일까? 대답은 ‘아니오’ 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는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담을 받으면 받을수록 2009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 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몇 가지 사례이다.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내용을 재구성 하였다.)
신인가수에게 소속사는 중소기업 유지를 계속 소개시켜 주면서 성매매를 강요했다. 이를 견디지 못해 계약을 해지 하겠다고 하자 위약금, 음반 낸 비용, 트레이닝 비 등을 다 내야 한다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제 갓 19살이 된 가수 지망생의 경우 길거리 캐스팅을 당해 그 매니지먼트 회사를 혼자 찾아 갔다. 실장이라는 사람이 연예계 일을 하려면 매니저와 자야 한다, 톱스타 누구누구도 그렇게 해서 톱스타가 되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몸이 얼마나 예쁜지 보겠다면서 누드를 촬영을 강요했고 억지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과정에서 물론 성추행도 있었다.
그리고 한 여배우는 영화 촬영현장에서 감정을 잡으라며 감독에게 따귀도 맞고 함께 자자는 요구도 받았다. 그리고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고, 합의 되지도 않았음에도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자르는 장면에서 실제로 성기를 잡도록 시켰다. 그리고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성적 수치심도 주었고 결국 영화를 그만 두게 되었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프로듀서와 감독이 서로 계약서를 쓰라고 미루다가 결국 계약서를 쓰지 못했고 70% 이상 찍은 영화에서 하차하면서 출연료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남배우A의 촬영 도중의 성추행 사건도 심각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면 아래에는 위 사례와 유사한 그리고 더 심각하고 더 많은 인권침해가 도사리고 있었고 결국 지난해 ‘#영화계_내_성폭력’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공론장에 나온 이야기들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각했다. 이제는 개선해야 할 때가 되었다.
‘범죄’를 덮는 ‘관행’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까? 사실 연예계 내 성폭력의 해결 어려움은 바로 ‘관행’과 ‘특수한 노동 환경’이라는데 있다. ‘시간이 곧 돈’인 촬영 현장에서 배우 하나만 참으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는데, 만약 그 순간 참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하면 그 뒷감당을 고스란히 문제제기한 여배우에게 지우는 현실에서 성추행, 성희롱을 당해도, 합의되지 않은 연기를 시켜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여배우는 까칠한 사람, 성격 안 좋은 사람, 피해자이면서도 영화를 망친 가해자로 찍혀 그 다음을 보장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원래 이렇게 촬영 하는 거다’, ‘연예계는 원래 그런 곳이다‘ 라는 불문율을 만들어 놓고 명백한 범죄 행위를 ’관행‘이라는 이름 뒤에 숨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19일에 개최 된 라운드테이블 <#STOP_연예계_내_성폭력>에서 토론자인 이윤정 감독은 ‘문제가 생기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스텝을 불편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가해자 때문에 불편해진 스텝들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욕하게 되고, 피해자를 따돌리고 서로 쉬쉬하는 침묵의 카르텔은 깨지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연예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즉, 영화계를 포함한 연예계 전반에 걸쳐 성폭력, 성희롱, 성상납 등 실태 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윤정 감독 또한 전수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표준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게 하고 이를 어길 시 강력한 제재조치가 되어야 한다. 물론 제작자 모두에게 제대로 된 성희롱, 성폭력 교육을 받게 해야 함은 기본이다.
더욱 끈끈한, 여성들의 연대
마지막으로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연예계 남성들의 연대는 정말 끈끈하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도 서로 서로의 보살핌 속에서 금방 다시 복귀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설령 누군가 문제를 일으켜도 서로 감싸주고 은폐시켜주기도 하며 힘을 합쳐 피해자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피해를 본 피해자가 오히려 일을 그만 두게 되는 경우가 90% 이상이며 이들이 복귀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이에 같은 업종의 여성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찍는페미’, ‘여성영화인모임’ 등이 속속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 더욱 반갑다.
더 이상 ‘관행’은 없다. 다만, 이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비난을 가하게 하고 정당하게 처벌을 받게 하는 그런 ‘정당한 관행’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윤정주(하이)
이제 4월인데 연말을 살고 있는 기분..휴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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