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상반기*함께가는여성] 민우ing-당신의 월급이 낮은 이유는?(이가희/달래)
●민우ing
당신의 월급이 낮은 이유는?
학력? 학벌? 경력? 스펙? 외모? 집안? 회사 규모? 근무 시간?
아니면 혹시~ 여.자.라.서.?
이가희(달래)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가입국 중 15년 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수치스러운 수치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의 길은 멀고도 멀었다는 점을 드높이 알리고 있다. 그러니까 이 수치를 보며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여성의 저임금에는 ‘여자니까’라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별을 기준으로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세계여성의 날, 광화문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의 이름은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100:64’라는 성별임금격차를 하루 노동시간인 8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오후 3시부터 여성들은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니 3시에 하던 일을 멈추고 모이자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물론 성별임금격차는 ‘여자니까 저임금’이라는 단적인 이유만으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돌봄/서비스 노동에 대한 저평가, 독박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강화유리인 듯 견고한 유리천장,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 등 여러 구조적인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그 많은 상황들이 성별임금격차라는 결과로 모아져 여성의 삶에 적극 개입 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그런데 ‘설마 나만 화가 나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들며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사람들은 성별임금격차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고 또 얼마나 공감할까?
아니, 여자가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아서 어디다 써요?
조기퇴근시위는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앞에 펼쳐진 무대 위에 오른 네 명의 이야기(혹은 우리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 게임회사 직원, 콜센터 해고자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와 실소, 호소에 목소리를 실었다. 네 개의 살아있는 이야기 중에서 민우회 회원으로 함께 해준 ‘하나’의 강렬했던 몇 마디를 소개한다.
2015년이었을 거예요. 면접이 잘 진행돼서 면접관이 연봉 얼마나 생각 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제가 얼마 달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면접관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아니, 여자가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아서 어디다 써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남자는 어디다 써요?" "아니, 남자는 한 2,3년차 되면 쓸데가 좀 생겨요." 그래서 제가 "아니, 여자는 원래 돈이 더 많이 들어요. 미용실 커트만 해도 남자커트 15000원. 여자커트 18000원이에요." 라고 말했죠. 그 면접관이 해본 말을 정리해보면, 남자는 돈을 더 주겠다는 거예요. ‘왜?’ 남자니까. ‘왜?’ 그냥 쓸 데가 있대요.
또 다음에 제가 다녔던 직장은, 취직하기 전까지는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고용계약서에 서명하려고 사내 내규를 보니까 연봉 규칙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4호봉을 더 쳐준대요. 그럼 여자가 군대 다녀오면? 그런 거 없어요. 장교라 그런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에요. 해군 중사로 전역을 했든, 의가사제대로 12주 만에 전역을 했든 어쨌든 군대를 다녀오면 남자만 4호봉을 더 쳐줘요. 동일임금 동일노동 어디 갔나요?
똑같이 일을 해봤자 어차피 100:64, 세시부턴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발언을 듣고 난 후에는 집회에 참여한 천여 명이 함께 분노의 빨간 월급봉투를 상징하는 피켓을 들고 흔들며 ‘그대로 멈춰라’라는 국민동요를 개사한 ‘3시에 멈춰라’를 불러보았다.
똑같이 일을 해봤자 어차피 100:64 세시부턴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성별임금격차 OECD 1등인데 억울해서 못 살겠다 돈을 내놔라!
회의 중에도 알바 중에도 그대로 멈춰라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다 3시에 멈춰라
힘들게 일을 해봤자 어차피 최저임금 세시부턴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최저임금 6470 니가 한 번 살아봐라 여자라서 최저임금 알고 있거든!
15년째 똑같은 격차 이제 좀 바꾸자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다 3시에 멈춰라
이후에는 종로 일대를 돌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의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 시작 할 때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고용노동부에 도착할 즈음에는 마침 눈도 내렸다. 3월인데 행진 중에 왜 눈까지 내리는지 심히 심난하기도 했지만, 행진하며 거리에 울려 퍼지는 90년대 댄스음악을 듣다보니 신나서 구호를 외칠 수 있었다. 언타이틀의 <(최저임금, 성별임금격차 국가가) 책임져>,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대지 말고 성별임금격차 해소하라)>, NRG의 <(성별임금격차 해소) 할 수 있어> 등을 들으며 눈 오는 거리를 신나게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인이 평일 오후 3시에 조기퇴근을 감행하고 광화문에 모여 노래 부르며 걷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온라인 액션도 진행했다. 조기퇴근 하지 못하는 직장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창의적으로 놀아보자는 내용의 액션이다. 일명 업무태만장려시위! 회의, 청소, 알바 중이라도 괜히 화장실, 탕비실에 가기, 멍 때리기, 낙서하기, 옥상에 올라가기 등을 하며 업무태만 인증샷을 SNS에 올려 연대하고 있음을 서로에게 알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가수 강허달림, 이은미, 배우 김꽃비, 소설가 김별아를 포함한 다양한 분들이 재미난 방식의 인증으로 그 뜻에 함께해주었다.
성별임금격차해소 길도 한 걸음부터
이처럼 성별임금격차에 분노하여 거리로 뛰어나오는 곳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아이슬란드, 프랑스, 영국 등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서 이퀄 페이 데이(Equal pay day)를 만들어 성별임금격차를 이슈화 시켰다. 최근 뉴스를 보면 아이슬란드와 독일에서는 ‘임금공시제’를 시작한다고 한다. 두 나라의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가치의) 일을 하는 남성 동료의 임금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 이렇게 성별임금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성별임금격차를 시정하라는 강제조치 없는 임금 공개제도의 한계란 분명 존재하겠지만, 연봉에 대한 비밀엄수가 공공연한 사회에서 임금을 공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상징적인 의미에 대한 기대를 키워보기도 전에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편견을 마주하는 계기가 생겼다. 민우회 SNS에 <3시 STOP 조기퇴근시위>를 알리는 글을 올렸고, 그 게시 글에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편견, 비판 댓글들이 달렸다.
댓글의 논리는 이러하다. ①여자는 능력이 없어서 돈을 덜 받는다. ②여자는 (힘든) 일을 적게 해서 돈을 덜 받는다. ③여자가 임금 낮은 직종을 선택한 것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댓글을 읽은 이후에 위의 세 가지 논리로 정리해 카드뉴스로 제작하였고, 이 내용을 SNS에 올리고, 질문했다. ‘여자들’은 정말로 그럴만해서 돈을 적게 받는 것이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삼일 간 오십여 개의 스토리로 답이 돌아왔다. 그 중에 답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①여자들 많이 가는 패션 같은 직종에서는 그래도 회사에 남자들 비율이 있어야 된다고 여자들 능력 뛰어나도 안 뽑아, 여자들 잘 안가는 공학 같은 직종은 남자들 일인데 여자한테 어떻게 일을 맡기냐면서 안 뽑아. 어쩌라고. #성별임금격차_왜때문이죠
②여자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안하려고 드니까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말이 맞는 말이 되려면 일단 육체노동자가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말이 전제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성별임금격차_왜때문이죠
③예전에 취직하려던 모 회사는 아예 신입 공채 상대로 여성 초봉이 남성의 80%고, 남성은 4년, 여성은 5년 근속 뒤 승진 "기회"를 준다고 해놨더라. 이게 사회적 이슈가 안 되고 법적으로 제재도 안 된다는 데서 이미 문제 있음. #성별임금격차_왜때문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만, 이러한 현실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나가는 이들은 참으로 기개 넘치고, 멋이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기에 같이 변화를 만들어 갈만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다시금 생긴다.
‘100:64’를 하루 노동시간이 아닌 1년으로 계산하면 8월 즈음부터 여자라는 이유로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고 한다. 그래서 또 우리는 8월에 모이기로 했다. 성별임금격차해소를 말하는 더 많은 목소리를 8월에 들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여러분들도 기대하며 기다리시라. 태양이 불타는 8월의 어느 날, 백번의 덥다는 말에 뒤이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높이 외칠 그 날을!
❚ 이가희(달래)
Take care cause I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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