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상반기*함께가는여성] 민우ing-바로 지금의 기록이 변화의 시작(최원진/눈사람)
●민우ing
바로 지금의 기록이 변화의 시작
최원진(눈사람)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성차별은 다 옛날이야기?
“성차별? 다 옛날 얘기죠. 똑같이 교육 받고 대학 가는데? 오히려 남자들이 기가 죽죠.”
“요즘엔 남자들이 차별받아요. 군대도 가고, 데이트 비용도 더 내야하잖아요.”
“솔직히 여성들이 차별받는 건 고비용 저효율 문제죠. 육아휴직 쓰면서, 야근도 안하려 들고. 그럼 당연히 남자들을 쓰겠죠.”
“성차별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건 남자들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조 탓이죠. 남자들을 공격하기보다는, 사회를 바꾸는데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 우연히 합석한 술자리에서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차별’이 없다고 단언하며 역차별론을 주장하거나, 사회구조에 원인을 돌렸다. 물론 동의하는 여성들은 없었고, 술자리는 어색하게 끝났다. 성차별에 대한 남성/여성간의 인식 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99년과 2017년
17년 전으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9년 민우회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성차별을 사회적 문제로 가시화하기 위해 ‘나여기(나의 여성차별 드러내기)캠페인’을 진행했다. ‘나여기 캠페인’은 수첩형태의 설문지를 통해 차별사례를 수집하여 차별 순위 11가지를 발표했다. 1위는 ‘명절, 제사상의 성차별(명절 여자에겐 중노동, 남자에겐 쉬는 날)이었다. 민우회는 실천의제1)를 담은 ‘웃어라 명절’ 팜플렛을 배포하는 등 캠페인 확산에 주력했다. 당시 수집되었던 차별 사례들을 살펴보면, 첫손님으로 여성을 거부하는 택시기사 이야기 등 성차별이 노골적이고 가시화된 형태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1998년 가정폭력 특별법, 2004 성매매특별법 등 여성운동의 의제들이 법제화되었고, 2001년 ‘모성보호 관련 3법’이 개정되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비롯한 여성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등장하면서, 한국 사회는 성평등이 실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지표는 그렇지 못하다. 임금이나 승진 등 직장 내 여성차별을 보여주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OECD 29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성별 임금 격차 역시 36.7%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2) 맞벌이 가정은 늘어났지만 가사노동만큼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일·가정양립 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20분이고, 남자의 가사노동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3)
왜_때문이죠?
민우회는 3월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SNS를 통해, 사소하고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왜때문이죠? 해시태그 운동을 진행했다.
“점심 먹다가 발견. "여자가 드시면 미인이 되고, 남자가 드시면 미인을 얻는다"니요. 언제부터 삼계탕에 이런 효능이 있었나요? 여성은 보상템이 아닙니다.”
“옆자리녀, 트렁크녀, 화장실녀, 신종 귀족녀....왜 기사 헤드라인에는 항상 'ㅇㅇ녀'가 들어가야만 하죠?”
“'여자용' 신발은 245mm~250mm까지만 나와요. 간혹 255mm도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너무나 적어요. 여자 발 사이즈, 남자 발 사이즈 누가 정한 거죠?”
“왜 여자가 집안일에 서투르면 '어떻게 시집갈래?'라는 소리를 듣고 같은 상황에서 남자는 '좋은 여자 만나서 장가들어야겠네.'라는 말을 듣죠?”
“왜 여성을 칭찬할 때 외모 칭찬이 주를 이루죠? 왜 그녀가 얼마나 똑똑한지 리더쉽 있는지는 칭찬을 하지 않죠? 왜 못생긴 남자 연예인들은 외모 고나리 안 당하죠? 왜 핸드폰 광고를 하는데 의도적으로 여성의 몸의 곡선을 노출시키죠? 왜 육아는 여자만의 일이죠? 왜 여자가 다리털을 제모하지 않으면 더러운 거죠?”
200여명의 참여와 최대 5,000여건의 리트윗을 목격하면서, 우리의 질문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 할 수 있었다.
Again 2017
2017년 민우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나여기(나의 여성차별 드러내기) 캠페인 시즌 2 : 2017 지금 여기 여성차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제도와 실제 지표 사이의 불균형 속에서 여성들이 공적‧사적 영역에서 겪어내고 있는 차별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자 한다. 그 이야기를 통해, 여성운동의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법제도 변화 촉구와 함께 구체적 실천의제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2015년 모 칼럼니스트의 망언이 촉발시킨, 트위터의 ‘나는 페미니스트다’ 선언을 시작으로 메갈리아의 등장과 넥슨 사태 그리고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대응,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까지. 한국사회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여성혐오’와 ‘여성차별’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제기와 연대의 움직임을 목격하고 있다. 민우회는 오프라인 수첩 배포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하여 사례 수집과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한다. 10대와 50대-80대 여성들의 심층 인터뷰도 이어질 예정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지 함께 목격하고 가시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차별의 목격자이자 증언자로서, 바로 지금의 기록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함께해요.
1) 사이트 참조 http://smile.womenlink.or.kr/
2) 국민일보. 2016.3.4 “높고 두터운 ‘유리천장’… OECD 29개국 지수보니 한국 또 꼴찌”
3) 여성신문. 2017.1.25 “[가사노동 불평등 보고서②] 맞벌이 남편 집안일 고작 41분”
❚ 최원진(눈사람)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영화배우 김민희와 가수 아이유, 이효리를 좋아합니다. 장르로서 아이돌을 탐구하고, 건담 조립과 요리로 일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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