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10월호 [회원이야기]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강사교육을 받으며_선희정
[회원 이야기]
첫 번째 스펙트럼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강사교육을 받으며
선희정 ●
여성의 이미지, 과연 무엇일까?
"나약한, 낭만적인, 가녀린, 귀여운" 등의 형용사에 여성이미지가 떠오르는 걸 보면 누구나 미디어시대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 듯하다. 게다가 "건강하고, 강력한, 당당한, 씩씩한"은 남성의 전유물인 듯 느끼는 우리의 의식은 시대의 역동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여성을 유리알 같은 여자와 질그릇 뚝배기 같은 여자로 양분하고, 모두 다함께 유리알이 되기를 권고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맞는 것일까 반문조차 하지 않으며.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증스런 선물이랄까. 너무나 익숙한 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전환의 고리는 우리 자신의 의식 속에 묻혀 있다.
‘그 험난한 여정의 시작’외모지상주의 교육에 참여하다
일제히 벗는 몸에 대해 열광하는 계절,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 민우회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교육을 알게 되었다. 강의 첫 날, 비가 좀 많이 오는가했더니 우산이 뚫어질 기세로 퍼부었다. 비바람에 입은 옷은 가슴께까지 젖어 들었고, 우산은 빗줄기를 지탱하지 못하고 뚫려버렸다. 전철이 끊기고, 도심교통이 마비되는 그날부터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팀의 밑불은 서서히 지펴지기 시작했다. 서울, 경기는 물론, 멀리는 진주에서부터 오신 선생님들의 강의에 대한 열정은 빗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사뭇 십년도 훨씬 전의 강의실로 돌아간 듯, 함께 자료를 분석하고, 민우회가 준비한 공들인 강의들을 접하면서, 활자가 생명을 얻듯 산지식으로 끌어올리는 기쁨을 여름 내내 맛보았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민우회 강의실이 있는 언덕을 오르는 힘듦도 열정적인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논문을 읽으며 열정을 불태우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되찾는 것은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되찾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변화에 접해있다 (Rich,1986)
<외모와 억압>,<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등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논문을 함께 나누는 동안, 우리의 몸이 얼마나 수단화되고,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교란되어왔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호흡하는 참여학습방법 등을 강사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전엔 인사치레로 칭찬이라 생각하며 주고 받던 말들은 또 얼마나 외모에 대한 것들만 가득했는지. 마지막 시연기간에 서로에게 외모가 아닌 진정한 본성에 대한 섬세한 칭찬을 나누며, 이제까지 너무 센물만 벌컥거리면서 살았구나 싶었다. 새롭게 서로를 칭찬하는 느낌, 서로를 알아주는 진정한 느낌은 한마디로 "달았다."
민우회가 준비한 여성주의 시각의 강의는 내 안의 속불을 지펴 올렸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과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난해해지는 주제로 마디마디 숨 크게 몰아쉬고, 큰 걸음으로 걸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경험 많은 강사 선생님들이 기꺼이 비빌 어깨를 내어주셨기에 매순간이 소중하게 남았다. 또한 민우회가 준비한 여성주의 시각의 여러 강의는 내 안의 속불을 지펴 올리는 힘이 되었다. 젖은 낙엽 밑에 붙은 속불은 쉬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여성들에게 감추어진 속불을 당겨줄 풀무바람 같은 강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에 사뭇 떨린다. 의미 있는 바람이 되길 바란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손바닥 뒤집는 반전은 아닐지라도, 팽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시류를 다른 시각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우리도 그 소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강의를 듣게 될 청소녀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번 강의가 십대를 지나, 앞으로 수 십 년의 여성성을 세워줄 지지대의 한 조각이 되길... 거울 보며 외모를 고민하는 시간의 몇 분의 일쯤, 속사람을 가꾸고 남을 배려하는데 쓰는 건강한 사람이 되길...
나에게는, 이번 강의로 첫 발을 떼는 민우회 활동을 통해, 여성으로의 삶이 스펙트럼처럼 아름답게 분화되는 일을 기대한다.
선희정 ●시원한 웃음 +쾌활하고 재치 있는 말투 +열심히 공부하는 열정~
앞으로 강사로서 활약을 기대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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