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10월호 [인권사전] _ 이 단어를 삭제하시겠습니까? - 산부인과
[인권사전] _이 단어를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단어를 삭제하시겠습니까? - 산부인과
여성주의 인권모임 ‘다소 ’
‘다수의 보편적 권리에서 소수의 다양한 권리 ’를 찾는 민우회 회원소모임입니다.
대학교 때 친구 ☆☆는 생리기간이 되면 항상 초죽음 상태였다. 허리는 끊어질 것처럼 아파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했다. 얼굴은 허옇게 질려 송글송글 식은땀이 맺히고 손발은 얼음장이다. 먹는 것도 힘들고 귀찮아 할 만큼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체형도 왜소한 편이라 옆에서 보기 더욱 안타까웠다. 일반적인 생리통이라고 보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한 듯하여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산부인과 가야하잖어. 어떻게 가?!”
가뜩이나 망설이는 친구에게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네’라며 내심 동조했다. 산부인과! 그렇다. 콧 잔등에 왕따시만한 뽀로지가 한 개 튀어나와도 뽀로로 피부과로 달려가지만 성기나 생식기에 머가 난들 ‘이상해~’라며 달려가기에 ‘산부인과’는 좀 거시기하다.-.- 결국 통증이 나날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친구는 자궁내막염으로 수술을 받아야했다.
‘산부인과(産婦人科, obstetrics and gynecology)’는 임신·분만·여성의 성기에 관계있는 병을 취급하는 임상과목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식에 관한 분야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별도로 ‘산과 ’로 독립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 ‘부인과 ’가 남는다. 이름에서부터 비혼 여성을 배제하고 결혼한 다음에 찾아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부인과에 해당하는 ‘gynecology ’를 보면 gyneco_에서 파생한 것으로 이는 「여성(의),암컷(의)」를 의미한다. 즉 이것은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의 한 분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부인과 ’로 표기함으로서 출산연령에 달한, 기혼의 여성을 그 중점에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혼 여성이나 청소녀에게는 아프지 말 것을 종용하며, ‘처녀가 웬 산부인과?’라는 사회적 편견과 만나 병원에 가지 못하도록 강요하게 된다. 여성질환이 일정 연령, 특정한 지위의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병원에 가 증세를 확인하고 치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일’을 위해 비혼 및 청소녀들에게 금기였던 ‘산부인과’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의학계에서는 2004년 이후 산부인과의 ‘여성의학과’개명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영난 타개로 시작된 의학계 논의와 그 출발점은 다르지만 ‘여성의학’, ‘여성클리닉’은 많은 여성들에게서 거부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비뇨기과, 이비인후과처럼 전문적인 치료대상을 명료화 한 단어를 함께 찾아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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