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한겨레의 「성폭력 ‘선정보도’ 피해자 두 번 울려」기사에 대한 논평
‘이 기사 자체가 성폭력 선정보도 기사’
-한겨레의 「성폭력 ‘선정보도’ 피해자 두 번 울려」기사에 대한 논평
2월 26일자 한겨레 2면에 실린 「성폭력 ‘선정보도’ 피해자 두 번 울려」기사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이하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2006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 신문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 보도를 모니터링 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있다. 문제는 선정적 성폭력 기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 기사 자체가 선정성에 기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가해자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옮기거나, 불필요한 경우에도 피해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통념을 반영하거나 공고화 할 수 있는 말들을 사용하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반성폭력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는 심각한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겨레는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적된 선정적 기사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미디어 모니터링, 독자 옴부즈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각 공중파 방송사들도 매주 한 주의 방송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적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약속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옴부즈만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농담처럼 ‘평일에는 바빠서 TV를 챙겨볼 시간이 없을 때에는 주말에 하는 옴부즈만 프로그램만 보면 된다’는 말이 떠돌았다. 이유는 한 주의 방송 내용 중 가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만을 보여주는 다이제스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겨레의 2월 21일자 기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기사의 가독성과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가이드라인에 의해 지적된 수많은 사례들 중 가장 자극적인 사례들을 인용해 작성했다는 점에서 선정성의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독자들 역시 기사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 자체가 성폭력 선정보도 기사' (ID:ojing5), ‘이 기사가 피해자를 세 번 울리는 것 같은데' (ID:netlibero), ‘이 기사도 선정적 아니니?' (ID:camu69), ‘그럼 이 기사로 세 번 우는 건가?’ (ID:99miles).
이 문구들은 인터넷 포탈 싸이트에 실린「성폭력 ‘선정보도’ 피해자 두 번 울려」기사에 달린 댓 글 제목이다.
이 기사의 보도의도 자체는 언론의 자정노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대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고 보도태도를 실질적으로 점검하려 한다면, 이런 지적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지적된 잘못을 다시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제 기사 작성 과정에 모니터링 결과가 반영되어야 한다.
민우회 성폭력 상담소에서는 10월 31일 심포지움을 통해 신문 성폭력 사건 보도를 모니터링 한 결과를 발표하고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려고 한다. 이 심포지움에 실제 기사 생산자들이 참여해 의미 있는 고민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언론의 진지한 자성을 기대해 본다.
*「나는, 성폭력을 이렇게 읽는다 - 성폭력 사건 보도 모니터링 심포지움」
10월 31일(화) 12시-3시 프레스센터 7층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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