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1년
[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1년
고요한 국회, 요지부동 식약처, 미온적 정부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고 외치며 낙태죄와의 안녕을 고한 2019년 4월 11일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이정미 의원의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 진선미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 단 3개의 법안이 발의되었다(아래 [표] 참조). 그마저도 이정미 의원 안은 형법에 있던 처벌조항을 모자보건법으로 옮겨와 처벌 가능성을 남겨놓았으며, 진선미 의원 안은 현행 모자보건법 내 예외적 임신중지 허용사유 중 하나인 ‘우생학적’ 사유 하나를 삭제할 뿐 안전한 임신중지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
구분 |
내용 |
|
이정미 의원안 |
형법 |
• 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 규정 「모자보건법」에 두기 위해 삭제 • 부동의 인공임신중절 치사상죄 처벌 강화 |
모자보건법 |
• 「형법」상 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 규정 삭제. • 임신 14주 이내: 임산부 요청만으로 가능 • 임신 14주부터 22주까지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사유 삭제. 태아건강상사유, 사회적·경제적사유 추가 • 임신 22주 초과: 모체건강 |
|
진선미 의원안 |
모자보건법 |
‘우생학적 사유’ 삭제 |
[표]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이후 발의된 임신중지 관련 법안
유산유도제* 도입도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예외적 임신중지 허용사유를 표기한 현행 모자보건법에 ‘수술’이란 표현밖에 없으므로, 약물 관련 조치는 법 개정 이후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신 3, 4주차에 병원을 방문하고도, 병원에서 “(큐렛이라는 막대를 이용한 수술로 임신을 중지하기엔) 아직 아기집이 보이지 않으니 몇 주 뒤에 다시 오라”며 돌려보내는 사례들** 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현재 한국의 상황. 현행법은 이미 ‘24주 이내, 예외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있으니, 약물의 도입은 수술적 방법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여성들의 의료적 선택지를 넓히는 건강권에 관한 문제이자, 구시대적 악습에 갇혀 현대 의학기술을 누릴 수 없었던 시민의 의료권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가 아닌가. 지난 가을, 보건복지부에 질의서를 보냈다. 답변에 따르면, 유산유도제 도입에 관한 해외 허가현황,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중’이라고 한다.*** 하루 빨리 변화의 소식을 듣고 싶다.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되어 2020년 현재 67개국에서 상용화된 경구형 임신중지약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 따르면 이 약물은 매우 높은 성공률(~98%)을 보이며,
7주 이전에는 수술보다 안전하고, 9주까지 안전성이 확인되었다. [출처] 청년의사, “약사단체, 미프진 국내 도입 요구…‘법적 제한은 위험한 낙태 증가시켜’” (2018.9.13.)
**2017-2018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에서 진행한 임신중지경험 당사자 이야기모임 및 임신중지상담 사례
***해당 내용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성명논평〉223번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해 6월, ‘12주 이내 임신중지의 경우 기소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낙태죄로 소송 중인 사건들에 줄줄이 무죄판결 소식이 이어졌으나, 최근 임신중지에 관한 두 가지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하나는 PC방 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후, 창문으로 아이를 유기한 20대 여성이 영아살해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이었고, 또 하나는 임신 34주 여성에게 2,800여만 원을 받고 임신중지수술을 시도한 의사가 업무상촉탁낙태죄 및 살인죄로 징역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은 ‘비정한 모성’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 보도를 하고 있었다.
*한겨레, “검찰, 임신 12주 이내 임신중지 ‘기소유예’ 처분 방침” (2019.6.21.).
제도의 변화 없이는 여성의 현실도 제자리걸음이다. 여전히 병원을 찾는 사람들, 가짜 정보와 불법약물유통 사이트 사이에서 정확한 정보와 유산유도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높은 불법수술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헤어진 남성으로부터 “낙태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여성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의 움직임도 염려스럽다. 수술을 거부하는 병원이 많아진데다가, 일부 의사협회에서 ‘수술거부권 보장’을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협소한 주수 제한을 언급하며 의사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중지가 ‘범죄’가 아니라 여성의 ‘기본 권리’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신중지를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 정책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다. 민우회는 여성 당사자 처벌뿐만 아니라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제공하는 의사에 대한 처벌도 삭제해 ‘필요한 누구나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장 전체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의 동의 없이 임신을 중지하게 한 이에 대한 처벌(기존의 ‘부동의낙태죄’)은 형법상 ‘상해죄’ 혹은 의료법 안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과 ‘동의 없는 의료행위’의 문제로 보자는 제안이다.
최근 뉴질랜드는 20주까지 여성의 요청만으로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영국 자치령 맨 섬(Isle of Man) 역시 24주 까지 여성의 ‘건강’에 의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되, 입증요건을 ‘여성의 증언’에 둠으로써 사실상 여성의 요청만으로 임신중지가 가능하게 했다. 모든 주수의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캐나다의 경우, 정부가 의료인들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임신중지에 관한 각종 규제를 없애가고 있으며, 현재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BC, “뉴질랜드: 낙태 합법화… 20주까지 임신부가 임신중지 스스로 결정” (2020.3.19.)
**서울신문, “캐나다·뉴질랜드는 임신중절 합법화… 건강권 관점서 사회적 합의 끌어내” (2020.4.7.)
다시 앞의 두 기사로 돌아가 보자. ‘비정한 모성’이 아니라 이 ‘비정한 제도와 사회’에 주목해야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여성의 임신중지를 범죄로 다루며 처벌하고 낙인화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일수록 제대로 된 정보와 안전한 의료에 대한 접근권은 떨어진다. “후기의 임신중지도 허용해야 하나? 몇 주까지 허용해야 하나?”라는 진공상태의 질문이 아니라, “왜 여성이 더 빨리 병원을 찾지 못하고 위험한 후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을 유지 또는 중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답은 정해져있다. 모든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과 처벌을 없애고, 제대로 된 피임법과 ‘임신중지는 의료서비스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교육하고, 안전한 의료를 제공할 것. 법 개정 기한이 올해 12월 31일까지다. 민우회는 올해 낙태죄 대안 입법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더 나은 정책과 제도를 바라는 우리, 국회에 주목하자.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을 맞아 민우회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처벌법을 완전히 지울 지우개’와 ‘처벌법을 폐지하고 더 나은 보장 법안을 만들 국회의원’을 꼽았다.
노새(홍연지)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매일 조금씩 새롭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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