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여성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말하다
[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여성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말하다
일러두기
본문은 지난 4월 9일 진행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 오픈 채팅방에서 나눈 참여자들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인용된 내용은 참여자 말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재난,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병원 응급실 안 분주히 뛰어다니는 의사와 간호사, 마스크를 낀 채 바닥만 보고 걷는 사람들, 거리의 움직임과 소통이 단절된 도시, 마스크 착용 필수, 생필품 사재기. 영화 속에서만 존재했던 재난이 현실이 되었다. 다행히 국가적 차원의 발 빠른 대처로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사재기는 사라졌고, 확진자 수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재난은 해결된 걸까?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정부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캠페인과 확진자 동선 공개,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했다. 민우회 역시 예정된 오프라인 모임을 모두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4월 9일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오픈 채팅방을 열었다.
‘육아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거리두기 할 조건이 안 되는 분들도 그렇고 너무 가혹한 상황이네요. 코로나19 대책이나 지원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 고민되어서 와봤어요’
‘자가 격리 하면서 가정폭력이 늘어나고 오히려 신고는 더 못 하게 됐다는 뉴스, 잘릴까봐 조마조마하고 직장에 다니긴 해도 억지로 연차를 소진해버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래서 재난과 여성의 관계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어 왔습니다’
오픈 채팅방에서는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부 대책의 빈틈은 없는지, 일터에서, 공동 돌봄의 공백 속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들어보고 재난 이후의 사회를 함께 그려보고자 했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재난을 맞이한다”
대구 다큐 3일인가, 간호사들이 으쌰으쌰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는 거 같긴 한데… 여성의 목소리는 항상 정서적 고양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거 같네요.
아이들이 어려 집에서 돌봐야 해서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여성들을 보면, 이제 복직/취직 했는데 또 경력단절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양원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서) 사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돌봄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 있었다는 거잖아요.
저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 중 몇몇이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가정폭력 증가 문제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려면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한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재난이 일어나면 단순히 그 재난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하는데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재난을 맞이하고…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교육이 무기한 연기되었어요. 선생님들이 회차, 시간별로 급여를 받으셔서 지금 수입이 없으실 것 같네요. 선생님들은 대부분 여성분이시구요…
지인이 조그만 여행사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데 3월 월급은 퇴직금에서 차감해서 받고, 4월 한 달 동안 무급휴직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무계획이라고 하더라구요.
대구로 파견 갔다 온 간호사, 지인의 독박 가사/돌봄 노동을 목격해 답답한 참여자,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보건 의료 종사자, 자녀 돌봄 공백으로 재취업을 포기하거나 가족 내 다른 여성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는 직장맘, 무기한 무급휴직에 내몰린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 여성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함께 성차별이라는 또 다른 재난과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은 또 올 수 있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알게 된 한 가지는, 재난이 가져오는 문제의 대부분은 새로운 것들이 아닌, 여성의 역할과 의무로 여겨져 왔던 독박 가사/돌봄 노동, 보건 의료/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인식 등 기존 사회의 ‘약한 고리’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에 대한 분담을 주제로 가족 내에서 원활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급으로 누군가 밥을 차려준다는 사고 자체가 매우 전근대적인 사고라는 인식이 커졌으면 좋겠어요. 독박 돌봄 문제는 정말 적극적으로 공론화되어야 할 것 같아요.
사례를 잘 알려낼 수 있는 장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은데도 실제로 겪지 않으면 모를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네요.
간호사는 여성이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전문직이고 간호사들의 열악한 대우는 여성인권의 현실은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메르스 때도 지금이랑 아주 똑같은 일들이 있었고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가 간호사들만 갈려나가고, 다 그만두고, 또 지금 반복되고 있어요.
코로나19 재난 이후 닥친 상황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별을 반복하지 않고 모두가 배제 당하지 않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여성의 경험으로 재난을 기록하고 성차별적 문제를 가시화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여성 고용 안정이 확보된 세계를 원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독박 돌봄 노동이 사라진 세계를 원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재난상황에서 사회적 약자가 더욱 고통 받음을 인지하는 사회가 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 시스템이 공고히 되는 세계를 원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사회를 떠받치는 여성의 노동이 모두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원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아이의 개학 연기를 나 혼자 걱정하지 않는 세계를 원한다
위 내용은 액션 참여자가 남긴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대한 바람이다. 오픈 채팅방에서 나눈 이야기는 코로나 이후 세계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오픈 채팅방에서 이야기 나눈 몇 가지 키워드이다.
단(박해연)
여는 민우회 액션회원팀/
이제 나 혼자 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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