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보건복지부 '불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지 지원'에 대한 의견서
[의견서]
보건복지부 ‘불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비 지원’에 대한 의견서
[최근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이 급속히 고조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부터 ‘불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비’ 지원신청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임부부의 시험관 아기 시술비’ 지원사업을 통해 총 465억원(국비 213억원, 지방비 252억원)의 재원으로 16,000여쌍의 불임부부에게 시술비 1회 평균 30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연내 2회에 걸쳐 지원하며, 기초 생활수급자에게는 1회당 256만원(최대 510만원)을 지원하기로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고액의 불임시술비로 인해 출산을 포기한 불임부부에게 시술비를 지원함으로서 출산율을 높이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된 불임시술 지원에 대한 우려를 감출 수 없으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출산율 제고보다 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에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시행되는 불임부부의 불임시술 지원사업에 투여되는 예산은 영유아 보육료 지원, 육아지원시설 다음으로 총 6,430억원에 이르는 예산편성으로서, 육아휴직제도 활성화 사업 2,933억원, 육아지원 서비스 제공 1,510억원에 비해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에 보다 집중하기보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직접적인 출산을 장려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다.
그동안 고액의 시술비로 아이를 갖지 못한 불임부부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으며, 출산선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채, 불임시술 지원을 통한 출산장려책은 여성의 출산을 우선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 뿌리 박혀 있는 가부장적이고 혈연중심적인 가족문화 이데올로기속에서 입양 등 대안적인 선택보다 힘겨운 불임시술과정을 통한 출산을 강요받을 수 있는 위험성 또한 있을 수 있다.
둘째, 불임시술은 불임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지, 마지막 희망이 아니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당한제도개선 등 입양문화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개선하여 합법적 입양절차 등의 입양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불임시술지원을 하겠다고 한 후, 언론에서는 불임부부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희소식인 듯 호도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방향이 ‘정상가족’형태 내 혈연 중심의 출산만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불임부부의 불임시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아이양육과 관련하여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도 함께 모색하고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에서 입양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부당한 제도를 개선하고 문화가 조성되도록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불임시술을 권장하기 이전에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불임시술과정에서 과배란으로 인한 난소암, 불임 그리고 드물게는 사망까지 이르는 후유증과 부작용 등의 피해사례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과 제도 마련 없이 정부시책으로 불임시술을 지원하는 것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불임시술과정에서의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할 것이다.
불임시술 지원은 이처럼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며,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선택과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저출산 대책으로 직접적인 출산장려책으로 출산율만 높이려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공보육 시스템 등 사회적 인프라 마련과 출산, 양육과 관련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출산장려책만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변화하는 사회구조속에서의 일, 가정 양립지원, 성별분업 시스템 해체와 돌봄노동의 사회화 등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정부는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2006년 3월 9일
한국여성민우회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