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10월호 [평동 사무실에서] 리눅스와 MS윈도_여유
[평동 사무실에서]
리눅스와 MS윈도1)
여유 ●
한 달 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주관하는 시민활동가 IT교육(리눅스교육과정)에 참가했다. 첫날 수업은 MS윈도 운영체제의 컴퓨터를 포맷하고 리눅스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MS 윈도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리눅스 명령어는 생소해하고 어려웠지만 조금씩 배워가는 재미에 참가자들 모두가 리눅스에 흥미를 느껴가고 있었다. 그러나 쉬는 시간에 메일을 보내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하니, 아뿔싸! ‘이 페이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적합한 환경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웹 메일 페이지에 오류가 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웹사이트들 주요 메뉴가 보이지 않던가, 더 이상 연결페이지로 이동되지 않고 에러표시만 뜨는 것이었다. 결국 메일을 보내는 것도 게시판의 글을 읽는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서야 우리나라의 홈페이지 대부분이 MS 운영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웹브라우저에 최적화되어 있어 리눅스 운영체제에서는 오류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MS 윈도가 시장의 99%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의 특수한 환경 때문인지, PC 보급율과 정보화 인프라 기반이 세계 최고인 IT 강국임에도 MS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의 이용자의 참여는 배제되고 있다. 웹사이트 제작에 있어 ‘국제표준’기준이 있지만 국내 상당수의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정부홈페이지 조차 ‘MS에 최적화’되어 있어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민원을 하기 위해서는 MS윈도 체제의 PC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 뱅킹, 쇼핑몰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리눅스로 상징되는 공유 문화와 자유라는 가치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의 경제적인 이유 등 매력적인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리눅스는 마니아만이 사용하는 운영체제라고 여겨지고 있다. 학교 정보화 교육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의 컴퓨터 교육은 MS 윈도 운영체제 환경에서 이루고 지고 있어 미래 한국사회의 정보화 기반 역시 특정운영체제에 독점되는 현상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리눅스를 사용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리눅스를 뒷받침해주는 응용프로그램들이 윈도에 비해 부족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지만, 정확한 대답이 될 수는 없을 듯하다. 보급되는 PC대부분이 윈도 운영체제이며 설령 리눅스를 사용하고자 하더라도 인터넷 환경자체가 리눅스 사용이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리눅스 사용은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환경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웹브라우저의 시장은 넷스케이프가 대세였다. 네티즌들은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를 비교하면서 네스케이프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고 MS사의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의 아성을 쉽게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MS사가 윈도 운영체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MSN 메신저, 윈도미디어플레이어까지 다 끼어 파는 마케팅으로 인해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MS사의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 웹사이트 및 공인인증서 MS전용화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상황의 개선을 위해 집단적인 민원 및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오픈웹’2)운동인데 ‘공공기관이 그 웹사이트를 MS전용으로 제작, 운영하거나 공인인증서를 MS 기반에서만 작동하게 해 두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하며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하였다. ‘오픈웹’운동이 정보통신부의 정책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MS 기준에 맞춘 웹사이트가 편리하게 보이지만 MS가 브라우저 사양을 바꿀 때마다 그에 따라 웹페이지가 계속 수정되어야 하고 프로그램이 교체될 때마다 높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폐해가 결국 소비자인 우리에게 돌아온다.
나 역시 웹페이지를 만드는 이로서 ‘HTML의 국제표준에 따라서 만들었는가’의 질문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만들었던 홈페이지가 MS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었으며 MS 이외의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소수의 정보접근권을 막아버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익스플로러에 맞게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사실들의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그 불편함은 내가 왜 운동해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두려움이자 자극이다.
※참고문헌 월간 [네트워크 ] 2006년 7월호 ‘오픈 웹,닫힌 전자정부를 열어라 ’
1)리눅스와 윈도는 모두 OS프로그램으로 컴퓨터 시동 후, 사용자가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홈페이지(http://openweb.or.kr)를 통해 모든 진행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여유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민우회의 공식 디자이너
깜찍, 발랄한 이미지와 새로운 감각으로 회원들의 두 눈을 확 사로잡는 그녀~
알고 보면 모르는 게 없는 만능박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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