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10월호 [민우ing] 평등한 일 · 출산 · 양육을 위한 프로젝트 - 참여하는 남성이 아름답다 ! _ 신나
[민우ing]
평등한 일 · 출산 · 양육을 위한 프로젝트
참여하는 남성이 아름답다 !
신나 ●
민우회는 2003년부터 평등한 일과 출산, 양육을 위한 사업을 벌여 왔다. 실태조사와 국제포럼을 통해 돌봄의 성별화에 문제제기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모색했으며, 2005년에는 전국적으로 거리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민우회는 성별분업의식 해소에 초점을 맞춰 남성양육참여를 위한 교육용 애니메이션과 평등양육 실천지침을 담은 홍보포스터를 제작하고 있다.
‘남성들에게도 양육의 권리를 보장하라, 보장하라아~!!’
남성의 돌봄 참여를 어렵게 하는 이 사회에 아빠들이 ‘출산파업’으로 항의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한 단체에서는 ‘불량아빠를 권하는 사회’에 문제제기하며 육아휴직 할당제를 입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상반기 육아휴직자 6,223명 중 117명이 남성이라고 한다. 2005년 한 해 1만 700명 중 208명이었던 데 비해 전체 육아휴직자와 남성육아휴직자도 조금 늘어났다. 다행히도 변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변화로 충분한가? 2%부족한 게 아니라, 2%도 안 되는 변화로?
법, 제도 마련은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는 어렵고 더디기 때문에 오히려 법과 제도를 무력하게 만들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남녀 모두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이 ‘여성전용 ’제도로 인식되는 현실도 그 중 하나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말이 이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까?
참여하는 남성들
성별분업 의식이 확고한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구체적인 실천 속에 있다. 일상 속에서 시작되는 변화의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민우회는 평등양육을 꿈꾸며 실천하는 아빠 셋(다니얼, 태관, 기한)을 만났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고만고만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경험만으로 금방 수다마당을 만들어 준 세 남자들. 민우회 사무실에서 남성 셋이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었다.^^
기한 :임신을 했을 때 우리 한 번 육아휴직 나눠서 해 보자 하고 4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했어요… (주위 반응은요?) 남자들은 대부분이 ‘아, 그래도 남자가 직장을 다녀야지 어떻게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여성들은 ‘맞아 맞아, 남성들도 해야 돼.’ 이렇게 보구요…
태관 :육아는 이틀은 제가 보고, 3일은 장모님이 보시고, 이틀은 애기엄마가 보는 식으로 나눴어요.
같이 낳은 아이니까 같이 키우는 게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양육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여성에 비해 상대적 경험치가 낮은 상황에서 부딪치게 된 양육 현실은 그야말로 처절(?)했다. 다니얼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면기저귀를 썼다가 산더미같은 일감에 밀려 결국 8개월만에 포기한 경험을 이야기 하기도 했고 기한은 육아휴직을 쓰고 처음 열흘간 한 끼도 못 먹은 날이 많았다고 한다. 기저귀 빨기, 똥 싼 거 치워주기, 두 시간마다 모유 짠 거 먹이기, 이유식 만들기, 목욕시키기 등 그야말로 아이에 매달려 있는 24시간의 노동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혼자서 오롯이 아이를 키우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힘든 만큼 남성들의 참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는 세 사람. 하지만 이런 이들을 주변에서는 어떻게 볼까?
기한 :아기띠 하고 택시를 타면 깜짝 놀래요, 택시 기사분들이. ‘애 엄마는 어딨고, 아빠가… 아기 안고 어디 가세요?’ 참 특이하다 이런 걸로 느껴졌어요. 특히, 예방접종 하거나 어디 아파서병원가면 ‘애 엄마는 언제 오세요?’ 그래서 ‘예. 직장 가 있는데요.’ 하면 ‘토요일 날 애 엄마랑 같이 오세요.’
이렇게 직장이나 지역 사회에서는 아이 키우는 남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이례적인 일로 여기는 시선을 보낸다. 양육의 일부를 ‘도와’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내 일’로 여기고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뭔가 이상한’일로 보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회적 인식은 남성들이 스스로 부담을 느껴 양육에 참여하길 꺼리게 만들고 있다.
양육은 남성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기한 :저는 광고하고 다녔어요. 남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어느정도 상당기간 해야 한다고. 아이하고의 관계나 가족과의 관계 모든 것들이 좀 달라질 것이라고...
태관 :저도 썩 잘 하진 못하지만, 친구들 보면 하루 종일 애를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고 말해요. 조금씩 보는 거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애를 보면 그 시간이 주는 게 많아서 …
참여하는 남성이 아름답다! 여성에게 양육을 전담시키고, 남성에게는 양육 참여를 가로막는 성별분업의식.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성 개개인의 의지와 참여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방면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민우회는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도록 실천지침을 담은 포스터도 10월에 배포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길.
신나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먹을 거 많은 가을에 태어난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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