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의 모성보호정책 역행 발언에 대한 여성계 입장
경총의 모성보호정책 역행 발언에 대한 여성계 입장
- 정부의 모성보호 확대정책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경총은 모성보호제도 역행 발언을 즉각 취소하라! -
우리 여성계는 9월 21일 경총이 발표한 <모성보호관련제도 개정에 대한 의견>의 보도자료를 접하고 큰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에 대한
경총측의 대국민 사과를 엄중히 요구한다. 경총은 최근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산전산후 휴가 확대와 육아휴직급여 신설' 등 모성보호제도 강화 정책에 대해 "ILO 국제협약에서도 채택하지 않는, 선진국에서도 일부 국가만이 채택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모성보호관련 제도 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모성보호정책 강화와 비용의 사회분담을 주장한 여성·노동계는 정부의 최소한의 정책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경총의 의견에 대해 큰 실망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국민 재생산과 여성의 인권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모성보호정책을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총측의 입장에 반대한다.
모성의 보호는 국가의 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정책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선진복지국가에서는 모성보호정책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실시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올해 총회에서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12주에서 14주로 확대하는 '모성보호협약' 개정안을 채택하였다. 또한 모성보호정책은 출산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물질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여성인권의 문제이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로 많은 직장여성이 유산을 경험하고 있으며, 유·사산 휴가제도의 미비로 제대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둘째, 유급 생리휴가 폐지를 전제로 한 출산휴가 기간 확대 논의에 반대한다.
경총은 유급생리휴가제도가 여성고용비용을 높이고 노사갈등을 유발시키는 역기능이 컸던 만큼 이를 폐지하고 산전후휴가 기간을 확대(12주)해야 한다는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노동계가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듯이 현재와 같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는 조치의 미흡 등 평등고용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리휴가 존폐논의는 할 수 없다.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6월 현재 월 평균 근로시간은 204.4시간으로 주당 47.1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정상근로시간은 감소되고 있는데 비해 초과근로시간은 주당 5.4시간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현재와 같이 여성이 가사노동을 거의 전담하고 있는 실정에서 여성노동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상반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월 평균 임금을 분석해본 결과, 여성은 남성의 62.7%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70% 이상이 4인 이하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성보호의 기본적인 장치로 전 여성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생리휴가를 출산여성에게만 부가되는 산전후휴가 기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논의할 수 없다.
셋째, 산전후휴가 급여 인하는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조치임으로 반대하며, 사업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보험화와, 국가의 예산확보를 촉구한다.
경총은 산전후 휴가 급여를 현 100%에서 통상임금의 70%로 하향조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제안은 가뜩이나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의 빈곤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전액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모성보호 확대정책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는 현재 전액 무급으로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제도의 시행률이 미흡한 것을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보장은 현행대로 하되,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성보호비용을 사회보험에서 지급하고 국가도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2001년부터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배우자 유급 출산간호휴가, 유·사산휴가 등 그밖의 모성보호제도 시행을 위해 관련법의 시급한 개정을 촉구한다.
경총은 획일적인 배우자 유급 출산간호휴가제 철회, 가족간호휴가제, 유·사산 휴가제도 도입과 심지어 임신근로자의 월1회 유급 건강검진휴가 신설까지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는 지원조치의 확충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서, 여성을 경제활동의 진정한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유휴인력쯤으로 여기는 시각의 반영이라고 평가된다. 특히 유·사산 휴가제도 법제화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여성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반여성적 태도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4월 경제장관조정회의와 당정협의에서 약속한 배우자 출산간호휴가제 신설과 가족간호휴직제 도입 등 모성보호정책 강화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위에서 밝힌 대로 여성·노동계는 경총의 9월 21일 성명을 명백한 여성노동자의 권리침해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
아울러 이후 가두 캠페인과 전국여성노동자대회 등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여성노동법 개정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00년 9월 22일
서울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정양희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최상림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정강자 이경숙 김상희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 이철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지은희 신혜수 이경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은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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