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12월호 [지역News]성평등한 지역사회를 향한 발걸음, Go Go 했을까?_전진숙
[지역News]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향한 발걸음, Go Go 했을까?
전진숙
길거리에 누워있는 노란 은행잎이 왠지 가슴을 울린다. 스산함이 살갗을 간지럽히고 이렇게 한해가 또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은 심란함을 더해 주고...
내일이면 지역내 여성담론을 공론화하고자했던 포부로 당당히 시작했던 ‘여성정책포럼’이 그 마지막을 맞이한다.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뒤로 한 채로.
지역에 사는 답답함이었을까? 아니면 우리들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조바심이었을까?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여성을 둘러싼 환경도 변화하고 그리고 소위 대안을 꿈꾼다는 여성운동조직 내부에서도 그 변화의 바람은 일어나는데, 우리는 정작 그 변화가 무엇이고 그 변화를 어떻게 읽어야하는가를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가라는 작은 의문이 정책포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지역에 많은 여성단체들은 있으나 일상에 묻혀 사회변화를 위한, 여성단체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드러내지 못하고 지역사회에 수분 간격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여, 작은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강박관념이 여성들끼리 무엇인가를 소통하는 자리를 요구하게 되었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 그것은 이미 어떤 일인가를 절반 마친 것과 같은 것.
2005년. 지역여성정책 비젼을 위해 4회에 걸친 컨퍼런스를 통해 “흩어지면 죽는다. 하나되어 우리 나서자. 승리의 그날까지~”로 만들어진 슬로건은 여성들끼리의 소통은 물론이고 지역여성정책의 구체적인 현실과 전국적 여성이슈에 대한 공유의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현실화되었다.
6명의 정책기획단이 꾸려지고 각자가 담당해야 할 포럼 주제를 정하고 정기적인 포럼인만큼 함께 할 정책포럼회원을 모집했다. 그렇게 첫 번째 포럼은 늘 일상속의 여성들을 만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민우회의 바램을 그대로 담아 먹거리를 통한 여성활동, 광주에서 가장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부녀회 활동, 문화를 매개로 아름다운 아파트를 만든 사례들을 모아 [대안적 지역운동, 생활운동을 모색하며]라는 주제로 첫걸음을 띄었다.
[다양한 가족의 차이를 넘어], [돌봄노동의 사회를 꿈꾸며], [여성주의를 통해본 평화와 통일], [한국사회의 여성패션과 소비문화], [생명과학기술시대, 여성인권확보를 위해], [한국의 저출산 정책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렸던 포럼은 [소통을 통한 광주여성의 비젼찾기]라는 마지막 주제로 모아질 것이다.
한 걸음, 두 걸음 뗄 때마다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이 어느 날은 너무도 고통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인적 네트웍이 부족하기도 하고 광주라는 좁은 지역의 인적풀이 그리 넉넉치 않고, 더구나 광주라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사람을 찾기는 너무도 수월치 않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갈구하지만 막상 그 기회가 자기 앞에 놓이면 살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경우가 많다. 포럼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온 사람은 ‘너무 좋다. 광주에서도 이런 포럼이 정말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라고 즐거워 하지만 그 다음은 또다른 일정에 밀리고,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다음에는 꼭 갈게’하는 약속은 마지막까지 한번도 지켜지지 못하고...
‘너무도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이구동성하지만 나는 아쉬움이 가을날 쓸쓸함만큼이나 남는다. 실은 너무 아깝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나온 발자취를 잘 되돌아 보면 답이 분명 있을 것이다.
때론 공허한 메아리가 될지 모르지만 지역내에서 여성담론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건 민우회의 몫이다. 물론 누군가 요구한 적은 없지만....
통을 키워야겠다. 민우회 혼자가 안되면 힘을 빌어야겠다. 아니 함께 해야겠다. 내년에도 우리는 컨퍼런스든 포럼이든 또다른 형식을 가지고 지역여성의 비젼찾기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여성에게 세상은 많은 변화를 주었고 또한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그 변화를 여성이 주체적으로 끌고가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소통하는 것. 나는 그것이 이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하리라 여긴다. 아마도 민우회는 그런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게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전진숙·광주여성민우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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