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12월호 [쟁점과 현안]장기요양 보장제도의 출발, 우리는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할까?_정은지
[쟁점과 현안]
장기요양 보장제도의 출발, 우리는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할까?
정은지
현재 정치권 내에서는 ‘장기요양보장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안으로 ‘노인수발보험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의원발의로 6개의 법안이 올라와 있고, 1개의 법안이 입법청원 되어 있다.
2008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이 제도의 가속화된 도입에는 고령화 사회라는 맥락이 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Pflege 보험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의 개호보험도 40세~64세 이상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장애발생자 등을 포함하고 있어 고령자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장기요양보장제도는 국민 누구나 신체 및 정신적 기능 장애 등으로 장기요양을 원할 때 소득 연령 등에 상관없이 인간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보살핌을 제공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 및 장애인, 장기요양을 원하는 환자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남은 생애 동안 인간적인 삶의 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가족에게 맡겨져 왔던 사회구성원에 대한 보살핌 노동을 사회적 공공영역으로 확장하고 복지체계를 수립한다는 의미가 있다.
장기요양보장제도는 여성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회적 제도나 관점을 젠더적 입장에서 재해석하고 의미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에 장기요양보장제도의 수혜자인 노인여성뿐만 아니라 가족 내 보살핌 노동을 담당해왔던 여성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여성의 돌봄 노동이 장기요양보장제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얼마나 분담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당장의 경제활동보다는 가족 내에서 보살핌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 돌봄 노동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담되는가, 그리고 그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족과 특히 여성에게 전담되어 오던 돌봄의 기능을 사회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해 나가야 한다. 장기요양보장제도의 효과적 도입을 통해 장기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돌봄 기능을 사회적으로 분담하여 여성의 경제 참여를 높이는 실질적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돌봄 기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담할 수 있을 것인가1)에 대한 모니터링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입법안은 이미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적용대상의 문제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요양보장제도가 논의되다가 최종 법안(보건복지부안 표1 참조) 에서 적용대상 인구를 제도 시행 최초연도에 최중증 노인7%, 2010년 중증노인까지 합해 3.4% 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제도를 시행할 경우 제도의 혜택을 받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0.4%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반쪽자리 제도를 시행할 경우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며 여성이 전담해오던 돌봄노동 역시 사회적으로 분담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국민모두가 납부해야하는 사회보험형태로 재정이 마련되지만 혜택은 일부에만 주는 방식은 국민적인 합의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 및 보살핌을 요하는 장애인 및 환자에 대한 사회적 측면의 방치라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본인부담금의 문제이다. 이미 개호보험을 시행하는 일본의 경우 10%의 본인부담금 때문에 서비스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부안이 20% 본인 부담까지 얘기되고 있으나,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면 이 조차도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노인 대다수가 서비스 이용을 기피함으로써 부유층과 최극빈층(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부담금이 없다)을 제외하고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도 빈곤율이 높다는 점에서 본다면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로 법안의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부분 장기요양보장제도로 명명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수발법’으로 지칭하고 있다. 수발은 ‘가까이에서 시중을 든다’는 순우리말이나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노인을 부양해온 전근대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법안의 명칭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 또한 보살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 과정 없이 단순한 가사간병으로 역할을 축소함으로써 장기요양보장제도의 서비스를 비전문화된 서비스로 해석하게 될 우려도 높다.
네 번째로 법안에 국가의 급여비용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측면이 크다.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내실 있게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관건이고 사회복지제도의 안착을 위해 국가재정부담 부분도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로 민간 및 공공시설 확보 등에 대한 내용을 법안에서 다루고 있으나 공공시설 확보율이나 민간시설의 비영리화 등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 장기요양보장 제도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므로 공공부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 사업에 참여하는 시설의 경우도 비영리 법인으로서 역할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사회복지 공공시설이나 만성질환자에 대한 입원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공공영역에서 요양기관의 위상과 책임이 명확히 되지 않는다면 장기요양보장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림 1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성별 고령인구 중 여성의 비율은 훨씬 높다. 또한 여성의 빈곤율도 남성에 비해 높으며 가족 내에서 부양확률은 남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본인부담금이나 적용 대상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많은 여성은 실제로 장기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장기요양보장제도는 그동안 여성이 전담해왔던 보살핌 노동을 공적영역으로 확대하고 사회복지제도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서비스라는 취지를 살려나가고, 실제로 여성에게 전담되던 보살핌 노동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분담되고 있는지 조사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 수혜자이자 대상자며 공급자인 여성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수혜 대상을 남, 녀, 장애인, 도시민, 농촌인구 등 다양한 집단으로 표본화 하여 영향력을 살펴나가고 제도 시행시 서비스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은지 ·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비와 수다를 좋아하는, 로맨틱한 삶을 꿈꾸는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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