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12월호 [민우칼럼 창]‘온전한 여성정책기구로서의 정체성 찾기’_유경희
[민우칼럼 창]
여성ㆍ청소년ㆍ가족 부처 통합 논의를 통해 본
‘온전한 여성정책기구로서의 정체성 찾기’
유경희 ●
우리사회에서 온전한 여성정책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그려내고 만들어 가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 통합에 대한 논의 흐름을 바라보며 허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성평등 부서(Ministry of Gender Equality)로서의 정체성을 기대했던 여성부(2001년 1월)가 여성가족부(2005년 6월)로 전환되고, 다시 여성ㆍ청소년ㆍ가족부로 통합 움직임까지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우려 지점은 여성정책에 대한 기대의 축소와 여성들의 삶의 질 변화에 대한 요원함이다. 여성인권의 문제와 여성의 권리 찾기, 사회구성원간의 차별을 배제하는 성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 실현이라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과제를 수행하려는 의지를 갖고 그 실천주체가 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반문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9월 22일 여성가족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합에 대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고 이어 9월 28일 ‘바람직한 여성ㆍ가족ㆍ청소년 행정의 방향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 공청회에서 여성가족부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 청소년 보호와 육성은 생애발달주기 과정에서 유기적이고 불가분의 관계로 여성가족 정책과 청소년 정책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제고’라는 이유를 들어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여성정책의 현 집행부서인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 인식 부재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시이다. 각 영역의 정책에서 여성정책과의 연관성을 찾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나, 반드시 여성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여성과 보육, 가족, 청소년 업무가 엮어져 있는 부처에서 게다가 정책결정 단위에서 보호와 육성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여기서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해 내는 것은 가부장적 가치관, 성별분리 사고가 자리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구조와 맞물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관련 법 제정 등 일부 여성정책의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인 변화와 실제 생활에서의 변화 사이의 공백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여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구호만 있지 실제 여성에게 있어 일ㆍ가정 양립은 어려운 일이다. 여성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ㆍ고용상의 차별은 여전하며, 육아와 교육의 부담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있다. 공적인 의사결정직에 여성의 참여는 제한되어 있으며, 따라서 여성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결정에 역할을 하는데 역부족이다. 호주제 폐지라는 여성운동의 결과가 있은 이후에도 여성들은 실생활의 변화를 느끼지도 못한 채 남성들의 역차별에 대한 목소리는 크게 강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여성정책의 우선순위는 여성개별 주체의 존중과 여성의 권리 찾기를 통한 성평등사회로의 진입이다. 이를 위하여 사회 각 영역의 모든 정책에 성별통계, 성별영향평가의 제도화, 성인지적인 관점을 투입·통합하여 성주류화를 끌어내는 전략을 통해 성평등한 사회, 균형발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여성정책은 지구화, 지역화라는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의 구성, 형식적인평등이 아닌 실제적인 평등을 위한 정책범위 설정과 대안 모색을 위한 발걸음이며, 이제는 그 실행을 재촉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EU(European Union,유럽연합:2006-2010)집행위원회의 양성평등 로드맵에서는 성평등을 기본권리이며 EU공통의 가치로 보고, 고용과 성장, 사회통합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모든 정책 및 활동영역에서 성평등을 관철시키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원칙과 개별정책의 조화로운 추진을 위한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우선과제로 남녀의 동등한 경제적 자립 실현, 직장생활과 개인ㆍ가족생활의 조화 증진,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 활성화, 젠더 관련 폭력과 인신매매의 근절, 사회내의 성별 고정관념 제거 등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성평등 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여성정책의 갈길은 아직 멀다. 법ㆍ제도 영역에서의 실천을 위한 개입이 필요하고, 생활에서의 의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이 요구된다. 여성정책의 주집행부서인 현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 각 부처별로 연계되어 있는 여성정책, 지자체의 여성정책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가 연구자들과 운동현장 영역에서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근거로 ‘여성의 권리를 인권으로’, 일상에서 ‘체감되는 성평등 사회로’가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여성정책의 비젼을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웃는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별칭인 ‘생기 ’처럼 늘 '생기'발랄을 꿈꾸지만,
언제나 주변사람들 챙기느라 '생기'발랄할 틈이 없는 마음 넉넉한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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