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월호 [국제통신원]자식은 마환! 중국의 출산문화이야기
[2007년 1,2월호 국제통신원]
자식은 마환麻煩?!
중국의 출산문화 이야기
최혜선
2007년, 중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는다. 2000년을 북경에서 맞이하고 한국으로 들어갔다가 2004년 다시 북경에서 1년 반, 광동성 광저우로 와서 1년 반을 생활하고 있다. 3살이던 아이가 17살이 되었고, 20대에 시작한 중국생활이 40대에도 계속되고 있으니 내 인생도 알게 모르게 중국 물이 많이 들었다. ‘중국생활 어떤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점점 더 할 말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 중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한류열풍이다. 북경은 그 사이 한국 사람들의 진출이 두드러져 왕징(望景)이라는 한국타운이 생겨났고, 한국병원을 비롯해 식품점, 입시, 보습학원 등 중국어를 못해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상권이 형성되었다. 시장에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추나 열무를 배달해주는 발 빠른 상인이 늘어났고, 소꼬리, 삼겹살 등 구색을 갖춘 정육점까지 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까지 유학을 오고 있으니 더 말해서 뭣하랴!
지금은 한류스타로 얘기가 이어지는 건 일상이다. 그러나 맨 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너는 다른 한국 사람들과 달리 아이가 왜 하나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국도 중국처럼 강압적인 가족계획(計劃生育)이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중국으로 이사 왔으니 중국가족계획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대답해 웃는 적이 많았다. 마침 아랫집에 중국에서 넷째딸(셋째가 아들)을 낳은 한국 사람이 이사를 왔는데, 수영장에 네 명의 아이들이 나타나면 일하던 직원들이 몰려와 신기해하면서 구경하던 것이 기억난다.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아이를 둘 셋씩 낳는 한국여자들을 참으로 대단하다고 찬사를 하는데, 이들에게 자식은 마환麻煩(귀찮고 번거로운!)한 존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거의 30년 동안 인구억제정책으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금껏 직장에서도 둘째를 갖게 되면 벌금은 물론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하고 진급에도 지장을 준다. 공산당원은 결혼 및 이혼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당에 해야 하는데, 최근엔 가정생활이 원만한 사람이 부정부패가 적다는 통계를 내기도 했다.
한국은 출산율과 여성의 사회 진출율을 상대적으로 봐야 하지만(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 중국은 사회의 양성평등과는 상관없이 출산 억제정책의 효과가 의식 속에 깊게 뿌리 박혀 있기 때문에, 자식은 마환(麻煩)한 존재, 요즘 말로 결혼도 출산도 옵션이다. 도시에선 여자들의 결혼조건이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중의병원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결혼 후 생활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기 때문에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한다. 광동에서 만난 양옌은 10년 동안 사귀어 온 애인이 있지만 결혼과 동시에 아이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결혼은 미루고 있다. 또 이미 결혼한 친구들은 모든 것이 소황제(小皇帝) 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고, 국가에서 보조하는 탁아소나 유치원은 중산층으로 올라갈수록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더 많은 사교육비와 유학비용에 근심이 커지기만 한다. 이로 인한 사회 계층간의 상대적 빈곤감도 점점 늘고 있다.
중국은 2002년 7가지 예외규정을 가진 출산정책을 발표했는데, 소수민족, 첫 아이로 딸을 낳은 호적상의 농 민부부, 첫 아이가 장애아인 부부, 한 자녀를 양육하는 재혼부부, 외동아들.딸인 부부 등 예외규정을 두었지만, 북경의 경우 60%이상이 둘째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관심조차 없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억제를 필요로 했던 정부는 그 강제적 힘과 더불어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지금은 한 의사가 된 언니가 인턴으로 일하면서 하소연 하던 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낙태와 불임이 너무 만연 되어있고, 피임은 모두 여자책임이라 그로 인한 부작용도 다 여자들이 짊어지고 있는데 무슨 남녀평등이냐고…. 아직도 농촌에는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을 내다 버리거나, 부랑아처럼 호적에 입적 시키지 못한 채 방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지금껏 같은 말이라도 아이로 인해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둘이면 두 배의 기쁨?’ 이렇게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하나도 충분해!’, ‘너무 많아!!(꺼울러)’이다.
중국은 정책(管)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다. 그런 중국이 출산율 저하를 우려해 새로운 출산 정책을 내놓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급격히 늘어난 노인계층과 경제발전의 잠재적인 원동력인 노동인력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나쁜 관행들이 쉽게 사라질 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거니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음은 이미 지금의 현실이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넌 한국 사람인데 왜 화장을 안 했냐?’이다. TV를 통해서 수없이 보도되는 한국의 성형수술, 연속극의 고정관념, 성형미인, 화려한 외관을 무조건 따라 하고 좋아하는 한류가 유행인 만큼, 우리도 잃어가는 무언가가 있지 않은가 걱정이 된다. 문화교류는 바람직하지만 원치 않는 한파까지 덤으로 쓸려가지 않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최혜선 : 90년 민우회 생협회원으로 가입한 후, 고양지부에서 생협활동을 했으며 미디어 운동본부에서 미디어 강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중국 광동성 광저우에 거주하면서 민우R&T 중국통신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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