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월호 [민우ing]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교육-아자, 걸파워!
[민 우 i n g ]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교육
아자, 걸파워!
정은지 ●
10대 소녀가 꿈에서 깨어난다. 깨어보니 무척 아름다워져 있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쌍꺼풀이 생기다니 그녀의 꿈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친구들은 미팅에 나오라고 하고 과일가게 아저씨는 덤도 준다. 지나가던 남학생들은 그녀의 모습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을 위한 청소년 영상작품, 유나영 학생의‘미추환몽’중에서> |
민우회에서는 지난 2006년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교육‘13-18 걸파워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에는 13-18 청소녀 교육, 10대들 스스로 외모지상주의 문제를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영상작품 제작, 청소녀를 대상으로 한 외모 인식 설문조사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2,00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설문 조사하고 가능한 재미있는 강의안을 구성하고 짬이 없는 아이들을 채근해가며 영상을 제작했던 지난 1년은 숨 가쁘고 아찔한 시간이었다. 이제 2006년 걸파워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며 민우회가 10대 청소녀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외모가꾸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여성들에게 거울보기는 때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2004년 마리프랑스가 아시아 6개국 여성의 외모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여성들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경우는 21.3%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만족도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에 도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여성은 자신이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가 1%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수치 역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낮았고 성형 욕구는 53%로 가장 높았다.
여성들에게 비만은 이제 어떤 질병보다 큰 재앙이고 내 몸의 지방은 곧 나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의 자신감을 높인다는 이유로 미용성형수술은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모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이 비단 성인 여성들뿐이랴. 자라나는 10대 청소녀들 역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 걸파워 프로그램은 이런 사회 환경에서 자라나는 10대 청소녀들이 성장기 자신의 몸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극복하고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여 개성을 갖고 당당히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006년 걸파워 프로그램이 이뤄지기 전 청소녀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13.7%밖에 되지 않았다. 청소녀들의 52%는 이미 미용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었다.‘ 외모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95%가 50점 이상 이라고 답하였다. 이러한 설문을 통해 청소녀 역시 외모가자신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외모가 이렇게 중요할까?
외모로 인한 이익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 봤을 때 외모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청소녀들은 ‘외모로 불이익이나 이익을 당하는 것을 볼 때(40.4%)’, ‘외모로 성공한 연예인을 볼 때(23.7%)’, ‘외모가 뛰어나 학교에서 인기 있는 친구를 볼 때(16.6%)’외모가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는‘자기만족을 위해서(37.2%)’, ‘사회생활에 유리하므로(24.3%)’, ‘ 외모로 주변의 주목을 받고 싶거나 받고 싶지 않아서(21.7%)’, ‘ 취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11.0%)’ 등으로 답변하였다. 성형수술의 이유에 대해 자기만족일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지만, 외모로 인한 이익이나 불이익, 취업 시의 차별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외모차별의 문제와 10대 연예인의 증가, 또래 문화 속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외모 차별 및 평가 등은 청소녀들의 외모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이 끝난 후, 78%의 청소녀는 인식이 변화했다고 답했다. 사람을 외모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로 보게 되었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만족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인식변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자신과 친구들의 장점 찾기, 다이어트와 성형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는 진실 혹은 거짓 퀴즈,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남성과 여성의 몸 그려보기 등을 진행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통
해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내 안의 외모에 대한 인식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이고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다양한 토론과 참여수업 속에서 아이들은 느낄 수 있었다.
교육프로그램 외에 10대 청소년들이 스스로 외모지상주의 인식을 극복하도록 하는 영상을 공모하였고 쌍꺼풀 없는 여고생의 콤플렉스를 그린 ‘미추환몽’,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에 대한 편견을 그린‘호모루키스트’,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기준변화를 그린 ‘미’s 꼬레아’등이 제작되었다. 또한 ‘미추환몽’의 제작과정을 담은 ‘나영이의 도움닫기’도 교육용으로 제작하였다. 이 작품들은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교육을 위해 활용되고 케이블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영상작품들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외모콤플렉스, 편견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다.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눈이 붓도록 아이참(쌍꺼풀이지도록 눈꺼풀에 붙이는 테잎)을 붙이는 여고생, ‘ 예쁜 애가 뭐든 잘하지?’라는 편견을 깔고 있는 에피소드 등은 현재의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다시금 인식하도록 한다.
지난 1년 걸파워프로그램이 결실을 맺기 위해,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와 진행팀 모두 구슬땀을 흘렸다. 한 달 여 간의 강사 워크샵, 강의시연, 강의안 제출 등을 거의 몰아치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이라는 교육의 주제였다. 누군가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외모열풍이 거센 사회에서 교육을 나가는 강사와 진행팀도 우리안의 외모지상주의부터 검토를 해 보아야 했다.
이런 저런 어려움도, 사건도 많았지만 이번 프로그램으로 2,000여명의 청소녀들의 마음에 자긍심을 키워주고 외모지상주의 열풍 속에서도 꿋꿋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나무를 싹틔웠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채용 시 이뤄지는 외모차별에 대한 규제방안이 사회적으로 논의되었다. 영국에서는 이미 케이트 모스 같은 마른 모델이 10대 청소녀의 거식증을 유발한다고 지목되어 사회적 규제가 논의되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도 마른 모델에 대한 규제가 진행된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이제는 이러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취업에서 이뤄지는 외모차별과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절실하다. 누군가가 성형이나 다이어트로 죽거나 한국 여성이 성형을 많이 한다는 식의 흥미위주 보도가 아니라, 성형수술이 그렇게 증가하는데도 외모에 자신 없는 여성이 계속 증가하는 사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착하고 소중한 것, 이타적인 것도 외모가 결정짓는다고 믿는 사회 속에서 여성, 남성, 노인, 청소녀 그 누가 외모 가꾸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할 변화 외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내가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왜 사랑하는가이다. 외모가소중해서, 훈훈해서, 아니면 몸매가 이타적이어서~? 빛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외모만이 아니다.
정은지 ● 한국여성민우회 교육팀 활동가
비와 수다를 좋아하는, 로맨틱한 삶을 꿈꾸는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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