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월호 [민우ing]체육시간을 바꾸자-운동,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민우ing]
청소녀 프로젝트 - 체육시간을 바꾸자
운동- 자존감을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편린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다들 멋쟁이에다 할 일이 많아 보인다. 한동안 우울한 감상에 젖어있어서 그런지 나를 빼고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들 잘나 보인다.‘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왜 그럴까?’하고 생각해보니 요즘의 나는 유난히 자존감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자존감은 사람들이 저마다 제멋에 살게 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인데 나는 지금 자존감을 경험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우울함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미용실에서 샴푸를 할 때, 나는 그 미용사로부터 굉장히 케어 받는 느낌이 든다. 나를 조심히 다뤄주고, 헹굼을 하는 동안 내 머리를 보듬어 줄 때 상당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때때로 미용실에 가거나 네일케어를 받으러 가는 것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기분 좋은 경험을 통해서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면 경제적으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경제적이면서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내게는 ‘운동하기’, ‘ 성과 있는 일 해내기’, ‘ 선의의 행동하기’같이 것들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내게는 ‘운동’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장 운동을 하고 싶어졌다.
센터나 운동장, 그곳이 어디든지‘운동’을 하러 나가기까지는 자신을 향한 집중과 성의가 좀 필요하겠지만 일단 마치고 나면 ‘운동’만큼 자기만족도가 높은 게 또 있을까?
몸을 위해 움직이다 보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여러 감각과 감성들이 깨어난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보면 호흡의 희열을 느낄 수 있고, 팔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해 보면 온몸의 활력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살아있음의 짜릿함이랄까…. 혹시나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면‘나는 외부의 시선을 얼마나 의식하는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땀을 통해 노폐물이 배출될 때는 영혼마저 맑아지는 것 같아 신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엔 나를 위해 이렇게 운동하는 자신이 얼마나 값진 사람인지도 알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은 쉽게(의지가 따라준다면) ‘자존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는 확신이 든다.
오늘날까지 자존감 높은 영혼으로 살아온 나는, 어린시절동네에서 엄청나게 놀았던 경험에서 그 기원을 찾아본다. 흔한 놀이지만 나는 구슬치기, 비석치기, 고무줄, 얼음 땡, 총싸움, 미니 올림픽, 다방구 등과 같은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관계를 맺었다. 비록 애들 놀이였지만 그 시절의 놀이에서 나는 많은 것들(구슬치기에서는 신중함, 비석치기와 고무줄에서는 과감함, 얼음 땡에서는 전력질주와 순발력, 총싸움에서는 넓은 시야, 미니 올림픽과 다방구에서는 전술 전략)을 배웠다. 나아가서 이때 몸으로 경험했던 지식들은 내가 성장하는 동안 자아를 발견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몸을 통해서 굵직한‘앎’을 경험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여태껏 살아오며 자존감을 쌓아왔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의 여러 경험을 통해 일찍이 ‘깨우쳤거나 성장했는지 혹은 상처받았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한 사람의 생에 몸의 경험이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원초적이지만 결국 몸을 통한 경험은 한 사람의 삶-건강, 자존감, 자아정체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학술적으로도, 운동을 하면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특정 운동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꼭 그러한 기제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건강과 움직이는 동안 새롭게 만나게 되고 변화될 수 있는 자아를 위해서라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현자가 말하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지 않는가? 자존감도 회복하고 또 다른 자아를 만나서 신나게 살아야 할 나는 이제 밖으로 나가서 힘껏 달리며 우울함을 벗어내고 자존감을 높이는 삶을 다시 살아야겠다.
편린 ●
‘다양한 움직임의 경험은 그만큼 여성의 삶을 확장시킨다’는
믿음을 갖고 많은 여자들과 운동하며 살아가고 싶은 편린.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좋아하며, 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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