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월호 [민우ing]체육시간을 바꾸자-청소녀가 신나는 체육시간, 이제 시작이다
[민우 ing]
청소녀 프로젝트 - 체육시간을 바꾸자
청소녀가 신나는 체육시간,
이제 시작이다
타기 ●
새해 1월 초 어느 날 서울.경기 일대의 중고등학교에 체육선생님 앞으로 ‘청소녀가 신나는 체육시간을 위한 체육교사 길라잡이(이하 길라잡이)’가 배달되었다. 이것은‘청소녀 프로젝트, 체육시간을 바꾸자’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길라잡이를 펼쳐 보면, 사회에서 청소녀들이 뛸 공간이 없고, 공간이 있어도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면 그것이 바로 편견이므로 이를 직시하도록 안내한다. 일부 선생님들은 청소녀들의 운동 의지부족을 종종 말하지만 민우회가 만난 청소녀들은 운동을 하면서‘직접 부딪쳐 깨닫는다’, ‘알이 배겨도 또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다. 체육은‘직접 몸으로 느끼고 내외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라서, 더 많은 청소녀가 하루빨리 이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청소녀의 체육활동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편견 없는 환경을 만들고 청소녀들이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계기를 만나게 해야 한다. 또한 학교체육이 바뀌도록 길잡이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체육선생님에게 청소녀 체육활동 인식조사와 여러 번의 간담회를 거쳐 얻은 청소녀의 솔직한 목소리와 체육선생님들의 제안이 담긴 이 길라잡이를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청소녀들이 ‘으악’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보기만 해도 어떤 희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 누군가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를 원하며’,‘ 운동기술이 익숙하지 않을 땐 배려해주고’, ‘ 피구 대신 다양한 종목을 배우고 싶어’하는 청소녀의 목소리는 우리 현실이 청소녀들에게 운동을 통한 작은 희열조차 제대로 주지 못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체육시간에 선생님들이 생리와 생리통 등을 모른 척하지 않고, 체육대회가 남들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여자농구, 여자축구종목도 있으면 좋겠다는 청소녀의 소박한 목소리는 청소녀에 대해 오해하거나 고민하고 있을 선생님들에게 즐거운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이다.
체육선생님들이 청소녀의 좋은 멘토가 되는 길은 체육시간을 운용할 때 쓰는 작은 팁에서 시작한다고 민우회가 만난 체육선생님들은 얘기한다. 우선, 체육수업에 투기 종목을 배치하여 청소녀들이 호신술 같은 방어훈련을 통해 자기 몸을 조절하는 힘에 대해 느껴보도록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달릴 때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는 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습관을 가진 청소녀가 있다면 공을 안고 뛰게 하는 것과 같은 작은 아이디어를 내놓아 ‘어쩔 수 없이’ 몰입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생님들이 여러 번강조하는 제안은‘힘을 주는 피드백’이다. 가령 게임규칙을 학생들과 함께 정하고, 팀 내에서 학생에게 지도자 역할을 주어 서로 가르치게 한다면 그 과정은 또래를 역할모델로 삼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학생 하나하나의 체육경험을 듣고, 체육일기를 써서 스스로 목표설정을 하게 하고, 여자스포츠 종목을 관람하는 과제를 내주기도 하고, 수업평가를 쪽지로 받으며, 선생님이 동료들과 청소녀 체육수업에 관해 함께 논의하여 방안을 찾아간다면 체육시간 그 자체가 훌륭한 피드백이 되어 청소녀들이 운동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는 청소녀가 운동경험을 쌓고, 청소녀 운동장할당제1) 등 제도 도입으로 연결될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
길라잡이의 말미에 실린‘피드백 모음’을 활용하여 선생님이 청소녀 눈높이에 맞춰‘못한다고 부끄러워 마라, 선생님도 못하는 종목이 있거든’이라고 말한다면 청소녀는 피식 웃으며 잠자는 자신의 운동능력을 깨울지도 모른다.
지금 청소녀에게는 부단한 과정을 통해 ‘네 몸이 느끼고 땀을 흘리는 과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말해줄 사람이 절실하다. 또한 청소녀 스스로 몸의 건강을 확인하고 만끽하기 위해 운동할 권리가 있음을 다짐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엔에서‘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만든 여성차별철폐협약2)은 10조 G항에서 ‘스포츠와 체육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확보하도록 당사국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협약에 서명한 것이 이미 83년의 일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다.
민우회의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체육활동에 대한 오래된 통념도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청소녀 체육활동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을 믿는다. 그러니 선생님, 청소녀 모두가 함께 100미터 출발선에서 엉덩이를 세우고 달려보자. 준비~땅!
타기 ● 나에게‘체육시간 프로젝트’는
어느날 갑자기 ‘급호출’을 받아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한 봉달, 키라, 해송, 편린, 정화쌤의 마력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니까. 지금도 체육시간 프로젝트 금단증세에 시달린다. ^^;;;
1) 미국의 아이오와 대학에서는 여성들이 뛰고자 하는 경우 체육관 코트 사용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청소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운동장의 1/3은 여학생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운동장할당제’를 고안해볼 수 있다.
2) CEDAW(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흔히‘씨다우’라고 불린다. 이와 관련한 글이 이번 호에‘여성주의영어자료읽기모임-바닥’이 담당하는‘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에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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