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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입니다> 줄서기 열외자들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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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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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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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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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43
★ 1997년 8월 격월간 「평등」6호 ★
<파수꾼입니다>
줄서기 열외자들의 가능성
성현주(한샘 주택사업본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을 들여다보면 마치 신한국 공화국이 대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누구나 느꼈던 것이겠지만, 소위 7용이라는 인사들이 정책적 비전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가 어느 패거리랑 친한가를 주로 말하려 하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모모 의원들이나 지구당 위원장이나 모두들 어디에 줄을 서면 나중에 환호성을 올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얼마나 고민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들이 측은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정치의 장에 '정치적 소신'은 없다.
사회로 나온 지 이제 2년도 안된 나에게는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라 여러 부문이 그런 것처럼 보인다. 정치는 한 사회의 사고방식의 응축이다. 보통 기업에서도 승진과 출세를 위해서는 힘있는 상사와 같은 패거리이거나 패거리가 되기 위해 줄을 서면 된다. 문화계나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공식적 기준은 그 분야의 능력이지만 성공을 하는 보다 확실한 길은 줄을 잘 서는 것이다. 즉, 패거리를 잘 짓는 것이다. "인맥이지 뭐"하는 말들이 줄서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패거리 문화는 오로지 패거리를 짓는 것이 목적이다. '패거리지음'이란 곧 권력을 뜻하는 이 사회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권력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는 패거리를 잘 지어야 확실하다. '가치지향형'이기보다 '권력매진형'인 사회에서는, 정직하게 능력으로 평가받고 소신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리더로 삼아주지 않는다. 합리성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사회의 전형인 것 같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애초부터 열외자가 아니었을까?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교육을 통해 여성들이 배워나가는 것은 말 그대로 업무능력뿐이다. 남성들의 출세는 '줄서기', '친하게 지내기',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엮어보기'에 의한 측면이 크다. 여성들의 관계맺기와 남성들의 관계맺기는 목표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매체도 다르고 시간대도 다르다. 이런 속에서 '단지 일만 잘하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약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은 일에 대한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꽃으로서의 역할도 잘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때가 많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남성의 영역인 '줄서기나 패거리 짓기'로 들어오는 여성은 달갑지 않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별로 슬픈 일은 아니다. 줄서기나 패거리짓기 등 사회를 알맹이 없이 만들어 온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어떤 가능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가치지향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는 우리 열외자들이 더 유능할 것이다. 물론 이런 열외자들의 어깨걸기가 중요하다(게다가 이런 열외자들은 수두룩하다). 수두룩한 열외자들이 모두 어깨 거는 날에 줄서기에 고심했던 신한국당 인사들은 어떤 모습을 할까? 혹시 이 열외자들의 대열에 슬쩍 끼어드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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