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4월호 [생협이야기]도시에서의 생태적 삶
2007년 3,4월호_생협이야기
도시에서의 생태적 삶
김묵순
며칠 전 도시에서의 생태적 삶’이라는 제하의 원고청탁을 받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수락은 해놓고서 차일피일 글쓰기를 미루고 있었다. 자꾸만‘넌 생태적으로 살고는 있는 거야?’라는 말이 떠올라서 글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난 이 물음에‘그렇다’고 유쾌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그 동안 난 생태적 삶의 중요성을 얼마나 많이 떠들어 왔는가 말이다. 오늘도 남부여성민우회에서 <자연주의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아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침을 튀기며 강의를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하지만 나의 실제 생활은 저 물음에 긍정적 답변을 하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다. 바쁘다는 핑계를 굳이 대가며 전기청소기를 샀고 그것의 편리함에 나의 의지는 자꾸만 무뎌지고 있었다. 일년 전까지만 해도 걸레질을 해대며 가능한 한 철저하게 전기를 절약해서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려고 애를 썼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아팠었다. 아이들은 꽤 오랜 세월 병원을 다녀야 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약을 먹어야 했다. 아이들 병명은 기관지 천식.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뛴다 싶으면 곧바로 심하게 기침을 해대며 주저앉았다. 마치 발작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대책 없이 몇 년이 흘렀고 드디어 난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매일 먹던 약을 끊어버렸다. 그 당시 우리 아이들처럼 환경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최근 여러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된 각종 건강상 지표들을 보면 기관지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환경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파른 증가 추세가 가히 위협적이다.
왜 아픈 아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답하고 있다. 이유는 현대인의 삶의 토대인 현대문명이 자연과 조화롭지 못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식량자원을 놓고 곤충과 먹이경쟁을 해야 하는 인간은 곤충을 해충으로 판단, 살충제를 대량 살포함으로써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킨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지 못한 곳에서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이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곳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경제 시스템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아낼 수 없다. 여러 부정적 징후들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이상기온 현상이 세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5년 동안 극심하게 아팠었던 아이들은 5년 전쯤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먹던 약을 모조리 중단하고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해 주던 일상용품 대신 <기꺼이 불편해지기>를 감수했더니 아이들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겨울엔 난방을 최대한 줄였다. 실내에서 내복은 기본이며 심지어 털옷을 입어야만‘이만하면 됐어’할 정도로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시작은 아이들의 건강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기후온난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그러한 실천을 통해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법으로 생산한 생협 생활재를 책임 소비함으로써 지구환경을 되살리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수질오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합성세제의 사용도 전면 중단했다. 세제의 주성분인 합성계면활성제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으로 등록되어 있는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건강을 회복한 후, 난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실천했던 것들을 여럿이 함께 해보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다. 민우회에서 환경공부모임을 조직하고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하면서 지역의 환경관련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살피다가 시의 방역.방제사업의 문제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는 적절한 안전기준이나 시설을 구비하지 않고 방역.방제사업을 무분별하게 실시하고 있었다. 시와 보건소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이를 토대로 문제점을 파악해 나갔다. 모임의 역량상 전문적인 부분은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자문을 구하였다. 작년 말 학습모임이 그동안 공부하고 모니터링 한결과를 토대로 행정담당자와 면담을 가졌고 모임의 구성원들은 담당자에게 시의 방역.방제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드러내어 시정을 요구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 글을 계기로 나도 다소 느슨하게 실천했던 부분들을 다잡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김묵순 ● 유쾌.발랄한 생태적 삶의 전도사 올해부턴 생협의 이사라는 중책(?)을 맡아 더욱 바빠질 테지만 유쾌한 웃음소리는 쭈~욱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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