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4월호 [모람풍경]기꺼이 행복해지기
2007년 3,4월호_모람풍경
느리지만 더불어 사는 삶의 행복
기꺼이 행복해지기
이정현
불혹의 나이인 40을 넘기고, 사회가 빠르게 돌아갈수록 생활의 편리도 아주 당연한 것인 듯 지냈었다.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기울여 보려는 머리와는 다르게 몸이 얼마만큼 그 각도를 맞추고 있는지 한 번도 자문해 보지 않은 채 십 수 년이 지나고 보니, 맙소사, 이론과 실천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문을 읽고 논리를 펼치며 자기주장을 열어놓는데 투자하는 만큼의 반의 반도 생활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반성이 늘게 되는 거다. 하여… 생활을 바꾸기 위한 작은 실천은 인색했었다는 자기반성으로 출발하는“기꺼이 불편해지기”운동에 나 또한 기꺼이 함께 하기로 하였다.
지금의 운동에서는 활동가들 혹은 건강한 의식으로 철저히 무장(?)된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는 것은 쉽지만 일상 속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고민을 넘어서 함께 나누고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실천해 보자는 운동“기꺼이 불편해지기”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일상속의 여성운동이며 환경친화적인 자기 반성적 실천운동이자 결국 나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기꺼이 불편해지기 운동의 실천내용은 다양할 수 있다.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장바구니 이용하기 등의 환경친화적인 내용이나 재래시장 이용하기, 대중교통이용하기 등의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한 실천내용도 있을 수 있다.
일상적 실천내용으로 이야기 된“출신지역, 학력, 나이 묻지 않기”는 지역과 학교로 서열을 매기며 스스로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람을 묶고 끊임없이 재생산 해내는 우리 사회의 나쁜 관행에 대항하여 공동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천이다.
“이성애자로 단정 짓는 질문 하지 않기”등의 실천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성소수자를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사고는 여전히 이성애자 중심이다. 이러한 실천 내용을 통해 다른 성적 지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당연하게 이성애자라고 단정 짓는 태도에 대해 성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기”는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실천 내용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과목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언어란 말하기 기능만을 넘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타인의 이면을 포용할 줄 알며 경청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의 언어 기능은 어떤 수준일까? 혹 우리는 나의 말만 할 줄 알고 내식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끊임없이 회원을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고민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타인의 말은 띄엄띄엄 듣고 말은 빠르게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더불어 사는 삶의 방해요소임을 스스로 반성해 본다.
문제는 삶의 질이다. 빠르고 편리하기만 한 삶을 영위 할 수도 있고 조금 느리지만 풍족한 삶을 누릴 수 도 있다. 나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면, 더불어 사는 삶, 더 나은 공동체적인 삶을 위하여 기꺼이 불편해지는 건 어떨까. 회원 속에서, 주민 속에서, 모든 관계 속에서, 장바구니도 만들고 젓가락집도 만들며 출신에 얽매이지 않고 문명에 무조건 의존하지 않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작은 실천…. 그로 인한 공동체의 발전을 꿈꾸어 본다.
이정현 ● 삼개월째, 햇수론 2년차 된 춘천지부 새내기 활동가 봄새댁. 김치 국물 흐르는 3인분짜리 도시락을 겨울 내내 꿋꿋이 옆에 차고 다니는 그녀… 그리곤 지나가는 사람 다 잡고 밥 먹고 가라하는 그녀… 그렇게 기꺼이 남을 불편하게 하는 그녀…^^ 도시락만큼 넉넉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있어 오늘도 봄내는 떠나갈 듯 시끌복딱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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