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4월호 [평동사무실에서]'활사위' 비공개문서 밀착취재
2007년 3,4월호_평동 사무실에서
‘활사위’ 비공개문서 밀착취재
락소년
나는 꽤 기가 세 보인다는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상당히 예민하고, 섬세하다. 내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누가, 언제, 어떤 말로 비난을 했는지 혹은 나의 일방적인 관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모두 서랍 속 비밀수첩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태도를 다른 말로‘소심’이라고 하던가? 아직 1년도 채 되지 못한 활동가지만, 나는 이 평동사무실에서 민우회 사람들과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사실이 좋다.
그래서 이 기회에 활동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이 사람들이 정말 좋다. 이건 진심이다.
본 글은‘활사위’(비밀조직‘민우활동가인물사전편찬위원회’)의 비공개문서를 토대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본 문건의 입수 경로와 제보자는 신변보호를 위하여 밝히지 않습니다.
광년 : 기분 안 좋을 때는 주로 검은 옷을 입는다. 기분 내기 위해 입는 옷의 색은 검은색이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검은 가방을 항상 끌어안고 술자리에 임한다. 수전증이 심해 섬세한 수작업에 능하지 못하다.
나디아 : 교주의 끼가 있어 사람을 잘 홀린다. 잦은 야근으로 항시 눈이 충혈 돼 있으며, 잦은 알코올로 항시 피곤해 보인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예술가 기질이 있으나 노래방에서는 알 수 없는 팝송만 부른다. (가사도 음도 부정확하다)
나우 : 신기한 유머의 소유자. 나우의 유머에는 열광하는 마니아 들이 있다(마니아에게 대중적 인기는 중요치 않다). 책상에는 가방이 최소 3개, 모자도 최소 3개가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퇴근할 때는 가방을 놔두고 간다.
날리 : 근무 중 틈틈이 살사를 연습하는 실력파로‘활동가 눈 크기’상위 3위 안에 든다. 전화를 받을 때는 목소리 음정이 #을 달고 한없이 하늘로 올라간다.
다라 : 귀여운 목소리를 가졌으나 음식이 눈앞에 펼쳐질 때는 유난히 작은 목소리로“같이 먹어요”를 소근댄 후 몰래 먹는 습성이 있다. 글을 잘 쓰며 노래를 잘 부른다. 이 모든 것은 하루에 6끼를 먹는 식욕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따사 : 원색이 잘 어울리는 신입활동가. 탁월한 패션 감각을 갖고 있는 따사의 열의가 사무실의 온도를 2도 상승시킨다는 오늘 처음 듣는 말도 돈다. 2007년 기대 유망주.
똥글 : 모든 일에 빈틈이 없다가 어떤 때는 모든 것이 빈틈이 된다(똥글의 생일편지에 쓰인 한 활동가의 글 인용). 자신과 똑같이 나온 사진을 이상하게 나왔다며 폄하한다.
박봉 : 느끼한 웃음소리.불리할 때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귀여운 애교를 펼친다고 하나 상대방이 딱히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신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존재. 카리스마가 있는 것일까, 어색한 것일까.
봉달 :‘인기봉달’로 불리나 이유는 밝혀진 바 없다. 정말 썰렁한 유머를 하며 혼자 웃는다(자신만을 위한 유머구사). 굵직굵직한 사업을 도맡아 해내면서 신임을 얻고 있으나, 그럴수록 일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신기루 : 신입인 것 같지 않은 신입활동가. 능수능란하고 동그란 성격으로 좌중을 압도한다. 맑게 웃는 얼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말은 직설적으로. 역시 드러난 것 보다 숨겨진 면이 많은 유망주.
양희 :“00하는 것을 허락할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비음이 약간 섞인 굵고 멋진 목소리를 가진 비난개그의 일인자. 양희의 비난개그를 허락할게.
여진 : FM인 자신을 자책하지만 여진만의 진지함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아직 보지는 못했다). 강의를 나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의상편차가 심하다.
은날 : 야근신과 함께 생활하며 남방과 커피를 좋아한다. 오른손 둘째. 셋째 손가락을 이용한 특허 받은 특유의 제스처를 소유하고 있다(자주 목격되었으나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함). 술을 잘 마실 것 같으나 의외로 약하다.
은지 : 명랑한 웃음소리+쾌활한 발걸음소리+화려한 의상. 사무실에 오면 운동화를 벗고 10cm가 넘는 통굽슬리퍼를 편하다고 바꿔 신는다.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를 친다. 독특한 색조화장을 즐겨하나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홍하 : 본인은 부정하나, S라인.팔등 신 등 사회적인 미의 기준을 모두 갖추었다. 음식, 패션, 문화 모두 다재다능한 근래 보기 드문 인재. 딱 하나 아쉬운 점은 회의시간에는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
제보자가 누군지 정말 빤히 들여다보이는 본 글에는 미디어, 상담소, 대표단이 제외되어 있으나 차후 서서히 밝히도록 하지요. 제보자에게 가해질 온갖 비난과 욕설은, 이제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락소년 ● 진지하게 실없는 인간. 광대하게 편협한 눈을 가지고 있지만, 평등하게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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