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4월호 [문화산책]퀴어레인보우
2007년 3,4월호_문화산책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 섹션
『퀴어 레인보우 Queer Rainbow』
김선아
<<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997년 시작되어 올해로 9회를 맞은 서울여성영화제는 지난 11년간 세계여성영화의 최근 흐름을 소개하고 아시아 여성영화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세계 여성영화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또한 서울여성영화제는 국내 국제영화제 중 유일 하게 매회 관객 좌석 점유율 90%를 상회하는 영화제로서, 해를 거듭할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국내 관객들의 호응과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이미 세계적인 여성영화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는 한층 더 두텁고 깊이 있는 영화 프로그램과 다양한 부대행사, 관객서비스로 서울여성영화제에 대한 열렬한 관객의 애정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2007년 4월 5일부터 12일까 지 8일간, 활기 넘치는 봄날, 젊음과 문화의 거리 신촌 아트레온에서 특별한 영화와 만나는 감동과 그 이상의 즐거움, 자유롭고 열정적인 축제의 에너지를 관객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햇수로 10년을 맞이한 서울여성영화제는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섹션을 독립적으로 마련했다.‘ 퀴어 레인보우’라는 이름의 이 섹션은, 이미 퀴어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로제 트로쉐 Rose Troche, 제이미 배빗 Jamie Babbit, 모니카 트뢰트 Monica Treut, 쉐릴 듀네 Cheryl Dunye 등 레즈비언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여성 영화의 계보에 끌어들여서 여성영화를 확장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들 감독들은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성별 역할과 공간과 겹치지만 조금은 다른 위치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를 혼성적인 영화 양식으로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편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을 거부한 트랜스젠더에 대한/의한 영화 또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퀴어 레인보우’섹션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퀴어레인보우’섹션에서‘퀴어’라는 용어는 이성애 정체성과 갈등을 일으키는 모든 성 정체성을 지닌 주체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사적으로 보자면 퀴어 영화는 루비 리치 Ruby Rich가 ‘호모 포모 homo pomo’(포스트모던 시대와 함께 전성기를 알린 동성애자 감독의 동성애 영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이후 많은 사회적.미학적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지 할리우드 영화가 대표하는 주류 영화에서 레즈비언은 부치 Butch 의 커밍아웃과 사랑을 비극적으로 다룬 ‘다이크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게이와 레즈비언 감독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되는 90년대 초반 모든 것은 극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들 영화에서는 커밍아웃 자체가 아니라 커밍아웃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게 되며, 게이와 레즈비언과 같은 성 정체성이 어떻게 이성애 중심의 결혼, 가족, 국가에서 부침을 겪는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더 이상 스스로를 일방적으로 비극적인 희생자이자 피억압자로 자리매김하지 않는다.
특히 레즈비언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레즈비언을 이전 영화들에서처럼 비극적이고 소외된 우울증적 정체성을 가진 주체가 아닌, 사회의 규범을 뛰어넘는 용기와 비범함을 지니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공동체적인 감수성을 지닌 우월한 정체성을 가진 주체로 변화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번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올해 초에 열린 제 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을 수상한 대만영화<스파이더 릴리 Spider Lilies>와 단편을 포함해서 12개국에서 제작된 16편의 퀴어 영화를 소개한다. 그 중 <하지만 는 치어리더인 걸 But I’m a Cheerleader>의 감독인 제이미 배빗은 오랜만에 <이티비티티티 위원회 Itty Bitty Titty Committee> (2007)로 관객을 열광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참고로 <고 피쉬 Go Fish>와 함께 미국 레즈비언 영화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두 소녀의 신나는 모험 Incredibly True Adventure ofTwo Girls in Love>의 감독 마리아 마겐티 Maria Maggenti의 신작 <푸치니 초급과정 Puccini for Beginners>은 새로운 물결에 포함되어 있다). <이티비티티티 위원회>는 페미니즘의 세 번째 물결 속에서 레즈비언 페미니즘을 통쾌하면서도 해방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레즈비언 영화가 미국 독립 영화의 전통에서 부활했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지포 Gypo>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와 즉흥적 연기를 현재의 이슈들, 즉 여성의 국제적 이주와 변화 가능한 성 정체성 등과 결합, 형식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다.
한편 <단편 묶음: 오버 더 레즈보우>에서는 <고 피쉬 GoFish> (1994)의 공동감독이자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면서‘레즈비언 퀸’으로 불리는 귀네비어터너 Guinevere Turner 의 단편 <거시기가 큰 Hung>을 비롯한 8편의 코메디와 판타지 장르 영화가 묶여있다. 그 외 에 독일, 네델란드, 남아프리카에서 온 세 편의 다큐멘터리 <트랜스가족 Transfamily>, <생일 The Birthday>, <레즈비언혐오사건 Rape for Who I am> 퀴어 레인보우에 진지한 색깔을 불어 넣고 있다.
김선아 ● 제 9회 여성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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