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4월호 [민우칼럼 창]재미없는 세금이야기
2007년 3*4월호_민우칼럼창
재미없는 세금이야기
이인실
민우회 회원들과 무엇을 함께 생각해 볼까 궁리하는데 역시 직업은 못 속이나 보다. 여러 생각이 드는데 전공인 세금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재미는 없지만 세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몇 해 전 민우회가 일회용생리대 부가세 면제 운동을 전개해 성공을 거둔 적이 있는데 여성의 정체성을 찾자는 차원에서는 적극 찬성이었지만 세금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이어서 비슷한 종류의 세금이라고 생각되었는지, 일부 국회의원들은 아기기저귀에 대해, 심지어 남성들은 남성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며면도기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해 달라는 법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세금하면 사람들이 골치가 아프다는 생각이 앞서고 어떻게 하면 적게 낼까 하는 궁리부터 하기 마련이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숙명처럼 부담해야하는 평생 의무이다. 미국을 건국하는데 앞장 선 주역 중 한 사람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독립혁명도 영국의 가혹한 세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 이 계기가 되었고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의 배경에도 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도 세금을 둘러싼 삼정(전정(田政), 군정(軍政), 환곡(還穀))의 문란이 민란으로까지 이어졌던 적이 있다. 그래서 재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내가 버는 것의 1/4은 세금으로 내야하는 만큼 가끔은 세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금부담이 많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소득에 대비해서보거나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국민에게 해주는 서비스의 질과 양 그리고 산업화단계 등을 고려해 보면 외국보다 적게 낸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 특히 2000년 들어서 매년 세금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면서 2002년284만원이던 1인당 조세부담액은 2007년 383만원으로 5년 사이 100만원 가량이나 늘어나기도 했다. 세금 관련한 중요한 원칙 중에 국민이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 죽을 때까지 져야하는 의무라고 체념하고 있기엔 이런 증가율은 너무 급작스러워 적응이 잘 안된다.
세금해방일1)이 매년 4월에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1년 중 벌어들인 소득에서 3개월 이상에 해당 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나는 소득이 적어서 세금을 안 내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혹시 계시다면 꿈 깨시라고 말하고 싶다. 소득세 말고도 세금은 30가지나 더 있다. 우리가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잘 때 까지 소비하는 각종 물품에는 다 세금이붙어있다. 집이나 자동차에 대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자동차세를 내고 있고 술값에는 주세, 담배에는 담배소비세, 각종 공산품에는 10%의 부가세가 따라 다닌다.
세금은 내가 쓰기보다는 정부더러 사회공동체를 위해 써 달라고 맡기는 것이다. 요즘 필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XXX긴급 출동’이라고 있는데 사회의 소외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치유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인 모습을 방송하기도 하지만 딱한 경우가 태반이다. 개인적 무지와 주위의 무관심 탓 도 있지만 상당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국민의 세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이런 종류의 공공서비스는 지방세와 연관된 것이다. 우리가 같은 소득과 같은 재산을 가졌다할지라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내는 세금의 크기와 받는 혜택이 매우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치안과 국방 안보 등은 같은 대우를 받지만 사회복지 서비스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기업 본사 같은 초고층 건물이 많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 수입도 많아서 아무래도 주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의양과 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에게 지방세를 걷을 수 있는 세율의 자율결정권을 준 것은 지자체 스스로가 재량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고 지역주민에게 보다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데 근본 취지가있기 때문이다.
이제 무덤까지도 따라온다는 세무서 직원 때문이 아니라 세금이 교육, 복지, 환경 등 공공서비스를 향유하는 대가이자 복지사회 건설에 함께 참여하는 회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낼 것은 내고 아낄 것은 아끼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어차피 낼 수밖에 없는 세금,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자. 요즘 지자체 홈페이지에 어지간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안내는 거의 나와 있는데, 민우회 회원들도 지역사회에서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낭비되는 구석은 없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하는 재미없는 생각을 해본다.
1) 한 국가에서 세금해방일은 그 국가의 국민이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날을 의미한다. 그 전날까지 벌어들인 소득은 세금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세금해방일 이후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고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다.
이인실 ●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여성민우회 신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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