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4월호 [민우ing]2007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참관기
2007년 3*4월호_민우ing
2007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참관기
비전∙열정∙전망의 삼중주! 민우회 협주곡 한번 감상해 보시죠!
따사
바로크시대에 유행했던 음악 중 다성음악(polyphony)이라는 것이 있다. 다성음악은 일반적인 화성음악처럼 하나의 주된 멜로디가 진행되고, 그 밑에 반주가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개의 멜로디가 제 음가를 가지며 진행된다. 음악의 아버지이자 다성음악의 개척자인 요한 세바스찬 바하는 대위법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각각의 멜로디가 독립적 의의를 가지면서도 한 음가가 타 음가에 종속되지 않고 동시에 화성을 이루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바하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개별 악기의 소리와 음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민우회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스케치를 하며 갑자기 바하의 음악을 거론해 “이거 번지수를 잘못 찾은 원고가 아닌가?”라는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 워크샵에 관한 원고를 청탁받고 어떤 식으로 워크샵에 대한 단상을 풀어나갈지 2박 3일 내내 고민을 했다. 그런데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워크샵에서 받은 민우회 활동가들의 이미지가 바하의 다성음악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수많은 민우회 활동가들이 어느 한 음에 묻히지않는 고유한 음색을 간직하면서도 열정이라는 이름 하에 화음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비전∙열정∙전망 나눔’을 슬로건으로 2월 21일(수)~23일(금)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이루어졌던 상근자 교육은 민우회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그동안의 고민과 고충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열정을 키우고 비전과 전망을 세워보는 자리가 되었다.
워크샵 첫날 강의에서는 민우회 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조직 활동가로서의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경희 선생님의 <한국여성민우회 역사와 전망, 비전 찾기>강의에서는 민우회 20년 운동을 살펴보고 현재 민우회가 서 있는 지점과 운동의 변화과정을 조망해 볼 수 있었다. 또 권미혁 선생님의 <지역여성운동, 희망을찾아서>는 민우회 지역여성운동의 의미와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모색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털보아저씨의 후덕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던 김성훈 선생님의 <삶의 경험에서 가능성과 희망찾기>라는 강의에서는 조직활동가의 역할과 자세를 선생님의 산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조직활동가는 인간관계의 예술가로서 관계를 창조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씀은 활동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둘째 날에는 조직운동가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증진하기 위한 전문 강사들의 기획력과 리더십 관련 강의가 있었다. 강사들은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현란한 PPT와 천재고양이 놀이, 3마일 게임, 리더십 유형 알아보기 등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으로 민우회 활동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강의를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 강사들의 훈훈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압도했던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박봉 처장의 까칠(?) 솔직한 입담으로 진행된 <달콤쌉싸름한 조직 문화 맛보기>였다.
이날 참석한 민우회 상근자를 대상으로 민우회 조직문화를 설문조사한 결과는 말 그대로 달콤하다 못해 쌉싸름했다. 60명의 민우회 상근활동가들이 민우회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로 뽑은 것은 ‘나이, 지역, 학력 등이 위계가 되지 않는 것(32표)’이었다. 사실 나도 처음 민우회에 왔을 때 띠 동갑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들끼리 별칭을 사용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었다. 바꾸고 싶은 문화로는‘아이디어 낸 사람이 책임지는 것(20표)’이 나왔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열정과 의욕만큼 몸과 시간이 따라주지 않는 활동가들의 서글픈(^^) 현실을 보는 듯했다. 설문결과가 근속 년차와 맡은 직책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강의가 끝난 후, 진주여성민우회 정윤정 선생님의 김제동을 능가하는 무대매너로 진행되었던 고게임, 당연하지등은 오랜 강의로 지친 상근자의 피로를 눈 녹 듯 풀어주었다. 특히 본부의 박봉 처장과 똥글 처장의 ‘당연하지’ 게임대결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지막 날 아침, 지난밤 뒤풀이의 후유증으로 초췌한 얼굴로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정원 선생님의 <여성주의 관점으로 본 복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상근자들의 눈빛은 또렷해졌다. 이 강의를 통해 여성주의와 사회복지를 어떤 식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고, 모든 교육일정을 차분하게 마무리 지을수 있었다.
명함에 새겨진 활동가라는 정체성이 아직 혼란스러운 나에게‘열정, 전망, 나눔’의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샵은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직접 본 민우회 활동가들의 모습과 강연자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활동가의 자세는 결코 하나의 상으로 축약될 수 없다. ‘민우회 활동가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활동가는 이러해야 한다.’는 것의 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활동가들 제각각의 음색이 내가 이일에 무모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다양한 음가가 화음을 이루는 바하의 다성 음악과 같이 2007년의 민우회에도 제멋대로의 수많은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같은 날, 위법의 절정을 보여주는 바하의 브란덴 부르크 협주곡을 한번 들어보심이 어떨는지.
따사 ● 따끈따끈한 민우회 신입활동가
열정과 냉정사이의 감성을 유지하며 언제나 따사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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