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6월호 [모람풍경]우행가의 베트남 여행이야기
2007년 5,6월호_모람활동
우행가의 베트남 여행이야기
● 수달, 여진
여행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에서‘이방인’이 된 듯한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상쾌한 바람과도 같은 여행은, 그 상쾌함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사소한 것들과 대면해야 하고, 그 대면의 순간은 항상 무엇인가를‘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도미토리에 묵을 것인지, 돈을 더 주고 좀 더 좋은 숙소를 정할 것인지, 음식은 어떤 것을 먹을 것인지, 자연경관을 보며 더 즐길 것인지, 건축물이나 미술관을 보며 여행을 즐길 것인지, 걸어갈 것인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 등등. 어떤 여행정보를 선택하고 결정하는가는 개인의 기호와 아주 밀접한 문제이기에,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매 순간 나와 다른 여행의 기호와 마주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의 여행 기호를 최대한 만족시키며 ‘공동의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여행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좋은 여행의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유로움과 긴장감, 그 낯설고 새로운 상황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던 그‘누군가’가 아닌 아주 생소한‘누군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여행을 하면서 싸우지 않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다.
우행가(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는 무엇을 믿고‘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는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놀라울 뿐이다. 아니면 그러한 것은 별 것 아니라는 배짱에서 시작했던 걸까? 어쩌면 여행을 갔다 와서 모임이 해체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여행지에 대해 함께‘공부’하는 과정은 여행의 기호에 대한 서로의 차이를 좁히는 한 가지 방법이 된 것 같다. 공부를 통해서, 여행할 장소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와 인식을 맞추어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아는 만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쌀국수가 떠오르고, 모 항공사 cf로 기억되는 곳, 간혹‘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성차별적인 현수막 속에서만 존재하던 베트남. 그러나 우행가는 베트남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기억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나가기 시작하였고, 그 새로운 기억들로 여행의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전쟁과 함께 살아 왔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말할 정도로 베트남 전쟁의 역사는 1000년에 가깝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가까운 근.현대에는 프랑스와 미국의 침략과 전쟁, 식민지배 속에 있었던 베트남. 그런 역사를 가진 베트남 사람들은 ‘도이머이(쇄신정책)’라고 해서‘더 많은 국가와 손을 잡자’라는 평화.화해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그 정책의 옳고 그름의 판단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 긴 전쟁 피해를 가진 국가가 ‘평화와 화해’ 정책을 먼저 내놓았다는 것이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하였고, 그 사람들을 좀 더 특별하게 느끼게 한다.
긴 전쟁의 역사 때문인지 도시마다 잘 만들어진‘전쟁박물관’이 많이 있다고 한다. 베트남의 역사를 공부하고 가는 마당에 이를 여행루트에서 빠뜨릴 수 없다. 여러 도시에 있는 것 중 가장 잘 되어 있다고 하는 호치민시의 전쟁박물관과 여성박물관으로 호치민시 여행의 하루일정을 결정했다. 그리고 호치민에 있는 구찌터널(전쟁시기에 베트남사람들이 숨어서 지낸 곳)도 베트남 역사를 실제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지 당첨!
공부를 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위령비(미국의 침략전쟁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졌고,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위령비를 마을에 세웠다고 한다. 보통 위령비에 사람이름을 적고 누구 외 몇 명… 이런 식인데, 베트남에서는 무명씨 30명이면 무명씨, 무명씨… 이렇게 서른 번을 써 놓는다고 한다.)가 있는 마을인데, 그러한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베트남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여행 루트에서 아쉽게 제외되었다.
우리의 여행 경로가 꼭 베트남 전쟁과 베트남 역사를 체험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지는 않다. 나짱이라고 하는 멋지구리한 해변도시에서 유유자적 해 보고, 베트남 속의 유럽이라고 불리는 호이안이라는 도시의 유명한 갤러리도 들르고 수공예작품도 구경할 것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하롱베이만에서 배도 타면서 유람할 것이다.
공부해서 여행을 가는 건, 그저 여행지에 발자국만 찍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더욱 친숙하게 경험하고 싶어서이다. 돌아올 때에는 베트남과 친구가 되어있기를 꿈꾸어 본다.
7월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하노이, 하롱베이, 다낭, 호이안, 나짱, 호치민을 둘러보고 22일 아침 귀국할 예정입니다. 우행가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가실 분은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 신청 및 문의 : [email protected]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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